〔카멜레존〕호텔도 카멜레온처럼 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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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서울 한복판에도 창의적인 복합 공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제 웬만한 시설에 괜찮은 카페 하나쯤 결합돼 있는 건 신기한 일도 아니다.
또 특이한 방식으로 변모하는 공간도 있는데, 유럽에서는 감옥이었던 곳이 호텔이 된 적도 있고, 합정의 유명한 한 카페는 원래 신발 공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에어비엔비, 위워크, 역세권의 다양한 쉐어하우스를 비롯해 ‘공유’의 개념까지 공간에 흡수됐다.
이렇듯 오프라인 공간은 무궁무진한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카멜레존’ 트렌드가 호텔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전통적인 기능을 벗은 우리 시대의 ‘공간’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는 공간, 은행 안에 들어선 카페, 힙한 쇼핑센터로 변모한 폐산업 시설까지. 언젠가부터 색다른 공간들이 눈에 띈다. 아니, 분명히 원래 있었던 공간인데, 예전과 달리 낯설고 흥미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많아졌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 ‘카멜레존’이란 카멜레온처럼 자유자재로 변신하고 있는 공간일 테다. 이러한 카멜레존이 창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한 가지 프로그램만 수행되던 공간에서 고객들이 다양한 가능성과 경험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카멜레존’이 돼야 했을까?
오프라인 공간이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 데에는 ‘위기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의 약진으로 기존 소비 공간들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기능을 온라인에서 대체하거나, 훨씬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대형 백화점 체인인 시어스가 도산한 것을 비롯해, 국내도 마찬가지로 대형 유통 업체들의 폐점과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소매의 종말’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그래서 오프라인 공간의 생존 방식으로 ‘카멜레존’ 트렌드가 등장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공간의 고유 기능을 가져갔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능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위장술로 목숨을 부지했던 카멜레온처럼, 오프라인 공간들 역시 약진하는 온라인 플랫폼과의 차별화를 위해 변화할 때가 된 것이다.
공간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하는 호텔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구체적으로 우리 주변에 어떤 ‘카멜레존’이 새롭게 찾아왔는지 살펴보자.
◇도심 속 크리에이티브한 복합 공간
네스트 호텔과 글래드 호텔의 디자인을 진행하기도 했던 제이오에이치(JOH)에서 신개념 공간 플랫폼 ‘사운즈 한남’을 선보였다. 한남동 제일기획 건물과 순천향대학병원 사이,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위치했지만 사운즈 한남은 벌써 문화 힙스터들의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은 JOH에서 운영해온 브랜드와 레지던스, 오피스, F&B를 결합해 탄생시킨 복합공간이다. 600평 규모의 평지에 다섯 개의 건물로 이뤄진 구조부터 유니크한데, 일반적인 상업 시설처럼 ‘높게’ 쌓아 올리지 않고, ‘넓게’ 퍼트렸다. 그 안에는 14세대의 레지던스와 JOH의 오피스 그리고 15여 개의 상점들이 어우러졌다.
사운즈 한남 내부를 스틸북스, 일호식, 매거진B 등 기존 JOH가 쌓아올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콘텐츠들로 가득 준비한 것이다. 이렇듯 세련된 도시인의 취향을 잃지 않음과 동시에 ‘작은 마을’과 같은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 사운즈 한남의 특별한 점이다.
◇호텔업계에 찾아온 컬래버레이션 사례
국내 호텔업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컬래버레이션 성공 사례로 힐튼 부산의 이터널 저니 서점이 잘 알려져 있다. 힐튼 부산이 위치한 휴양 단지 ‘아난티 코브’는 그 자체로 다채로운 문화복합공간이다. 아난티 코브에는 워터 하우스, 야외 공연장, 해변 산책로 등이 들어서 있어, 힐튼 부산의 투숙객들은 여행 중 단순히 잠만 자러 오기보다는, 머물며 휴식을 즐기러 오는 이들이 많다. 이터널 저니는 이러한 투숙객들의 특성에 맞게 서점의 기획과 운영을 섬세하게 고려해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 세트장처럼 구성한 캡슐 호텔
지난해 오픈한 워커힐호텔앤드리조트의 캡슐 호텔 다락 휴는 기존 국내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혁신으로 주목받았다. 여수국제박람회장 내부에 론칭한 다락휴는 내부 구성을 마치 세트장처럼 구성해 차후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는 기술을 통한 공간 혁신을 시도한 것으로 의미가 깊다. 더불어, ‘재생’과 ‘공유’ 측면에서도 이러한 호텔들의 도전이 업계의 가능성을 넓혀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간의 본질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
김석훈 디자이너는 제일기획 매거진 7월호에 공간의 본질에 대해 언급했다. ‘공간’을 완성시키는 것은 시설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채워질 경험의 총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현대의 ‘공간’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매장이 제공할 수 없는 ‘무엇’을 찾아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무엇’이란 공간 안에 채워질 다채로운 콘텐츠가 될 것이다.
현재 호텔업계는 공유 숙박의 등장을 비롯해 신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형태를 띤 다양한 숙박 업체들과 경쟁 구도에 돌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방식을 답습한 채로 생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아이디어와 콘셉트로 승부해야하는 3,4성급의 중소형 호텔일수록 전통적인 호텔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2019.03.04
정수진 기자 hrhotelreso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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