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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서 영원으로 MOMENT TO ETERNITY / 이민수展

Paul Ahn 2020. 10. 11. 19:51

이민수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http://yigak00.creatorlink.net/index#ABOUT

 

1994~

어둔리 173번지, 블록에 스레트 구조

 

몸 한구석엔 1974,5,5라 쓰여 있다. 내 모습이 다 갖추어 졌던 그날 한 인부는 덜마른 쎄면위에 그렇게 새겨 넣었다. 그러니까 그날은 어린이날이면서 내 생일이기도 하다. 이후 줄곳 나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뒷산의 나무들과 함께 앞쪽의 밭과 개울, 너머의 산 그 너머 멀리 큰 산을 바라보며 여기 있어왔다.

 

항상 북적거리던 닭들이 대부분 떠나고 나머지 죽어 자빠졌던 시체들이 뒹굴던 어느해 겨울 그 청년은 짐이 가득한 트럭과 함께 나를 찿아왔다. 쓰레기로 가득찬 내몸 구석을 치우고 불태우기를 며칠 전기가 설치되고 물이 끌어 들어졌다. 한쪽으로 벽이 새워지고 공간이 나누어졌다. 버려졌던 집기가 들어오고 닭소리 대신 사람소리가, 사료냄새 대신 음식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해 봄이 갔다.

 

한적한 시골마을 구석에 불청객같은 그 청년의 일은 가끔식 들리는 마을사람들에겐 쓸데없는 일로 비쳐졌다. 그런 오해는 농기구를 용접해주고 생활도구를 고쳐주면서 조금씩 만회되었지만 여전히 동조될 수 없는 일로 보였다. 그리고 그의 일은 짖궂어 먼지를 피우기 일쑤고 소음과 화공약품으로 나를 피곤하게 했다. 항상 쓰레기가 나왔고 벽을 트고 구멍을 뚫거나 적지 않은 무게를 메달아 힘들게 하곤 했다. 그러나 닭소리밖에 모르던 나에게 나흐마니노프를 들려주고 칼라스를 알게 했으며 매번 같지 않은 그의 일은 가만히 지켜 보기에 무료하지 않아 좋기도 했다.

 

저러다 떠나겠지 했던 것이 스물네번의 봄이 지나갔다. 청년 이였던 그도 중년이 되었다.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지쳐 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나도 이제 탈색되어 빛바랜 몸채와 갈라진 벽, 비가 새는 천정, 바람에 삐걱되는 낡은 창이 되어 버렸다. 나는 그에 대한 의심을 푼지 오래이다. 대충 있다가 떠나갈 이론 보이질 않았다. 아무리 보아도 이곳말곤 딱히 오갈때도 없는 이 였다. 그리고 외출하여 돌아올 때마다 나에게 머리숙여 조아리는 모습이 이젠 아부로만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그의 진심을 믿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소년의 꿈이 꿈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진작 알게 된 그의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가고 그래서 그를 내몸의 일부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

 

2018 . 이 민 수 , 사진 김 민 곤

 

 

 

순간에서 영원으로 MOMENT TO ETERNITY

이민수展 / YIMINSU / sculpture 2020_1010 ▶ 2021_1009

이민수_MOMENT 03_380cm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민수 홈페이지로 갑니다.

이민수 블로그_https://blog.naver.com/yigakfactory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09:00pm

피움미술관PIUM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곡실평길 330Tel. +82.(0)33.823.2383

 

중력으로부터 에테르에 이르기 - 조각가 이민수의 여정 

 

● 중력으로부터_ 순간으로 시시포스 Sisyphus 는 제우스로부터 벌을 받아 뾰족한 산꼭대기에 바위를 올리지만, 바위는 매번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그의 형벌을 무한히 반복시키는 것은 중력이다.

 

카뮈 Camus 에 의하면 시시포스는 자신의 숙명을 알고도 그 일을 끝없이 반복함으로써 결국 숙명을 뛰어넘는다. 이민수 역시 진흙들을 산같이 뭉쳐서 거대한 인간의 형상을 빚지만, 그것은 질료 자체의 숙명적 질량에 의해 늘 아래로 무너져 내리려는 중력의 도전을 받는다.

 

그는 그러한 힘에 굴복하지 않고 무게들이 서로 상응하는 형상을 딛고 팽팽한 균형을 이루어 허공을 지탱하는 순간 Moment 까지 공을 들여 흙을 쌓아 올린다. 그러한 사투 끝에 거침없이 달리는 웅장한 다리들이 빚어진다. 그것은 온 힘을 다하여 질주하는 거대한 다리들이 이루는 순간의 형상으로서 덩어리들이 이루는 힘과 무게를 질료의 배분으로 응축시킨 인간 의지의 추상이다.

 

그가 흙덩이를 이겨 허공에 빚어 올린 구조물은 달리는 다리들이 극적으로 드러내는 확대된 순간의 언어이자 아주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인간의 눈에서 무심코 빠져 달아나는 시간의 에테르 Ether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중력의 강을 빠져나가는 시간의 질주' 이다. 그것은 끝없이 달려서 지금 바로 여기에 묶인 시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의 횡단면이며, 그 의지의 힘으로 중력의 지배를 벗어나는 순간 Moment 의 드러남이다.

 

이민수_AGAIN 01_320cm_2010

 

이민수_WINTER 05_430cm_2012이민수_WINTER 07_420cm_2015

 

이민수_SHELL_몽 夢 DREAM_205cm_2017이민수_SHELL_연 緣 NIDANA_219cm_2018

 

이민수_SHELL_비 悲 MERCY_186cm_2019

사람의 힘과 시선의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나는 대상은 우선 인간의 힘을 해제하여 시각적인 경외감을 준다.

그렇게 그것은 크기와 무게로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곳에서 인간의 의지를 도발한다. 인간은 꿈과 의지를 통해 그것을 다스리려 한다.

 

마치 골리앗 앞에 홀로 맞선 젊은 다윗이 손에 쥔 자그마한 돌멩이처럼 예술가의 꿈과 의지의 현신現身 인 한 줌 한 줌의 흙으로 이민수가 빚는 인물은 작업공간을 한껏 채우다 못해 늘 공간을 허물고 시선의 경계 밖으로 뛰쳐나가려 한다. 그렇게 꽉 찬 절정의 순간, 그것은 중력을 돌파하여 무중력의 허공에 멈춘 Moment 꿈의 시간이다.

 

● 그것은 더 나아가 서로 반발하는 상대적인 힘을 받아들이는 개체들의 결속으로 응결되어 종국에는 다각적인 힘과 지체들로 뭉쳐진 하나의 덩어리로 화 化한다. 이러한 형태적 변용의 과정은 조각가 이민수에게 잠재되어 있던 추상에의 의지로서 자연스럽게 형상으로부터 빠져나와 형상의 껍질을 거쳐 본질적인 에테르로 이행 移行 하는 여정이 된다.

 

이민수_SHELL_비 飛 FLY_600cm_2016

 

허물로 부터_ 에테르로 

● 형상으로 뭉쳐진 덩어리는 안으로 다져질수록 내적인 구심력을 얻어 마침내 그가 그러한 형상들을 빚었던 질료들의 덩어리로 되돌아간다. 형상을 탈피한 질료의 덩어리는 스스로의 응력에 의해 연소하고 용해되어 흘러내린다. 급기야 그것은 기화되어 다시 수직으로 상승하는 영혼의 껍질이자 허물 Shell 이 된다. 그것은 형상의 기억을 어렴풋이 너울처럼 부풀려 두둥실 떠오른다.

 

이 허물들은 물질들이 에테르로 기화하기 직전의 모습으로 형상의 중력을 벗어나 떠오르는 부재의 블랙홀이다. 그것은 어딘가 높은 차원으로 떠나기에 앞서 이곳의 삶에 대한 미진함을 위로하고 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어스름한 숲 속을 부유하는 영혼의 매개체로서의 통로이다.

 

● 몸을 베일로 가리는 일은 오히려 몸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것은 몸의 요란한 치장을 생략하는 대신에 몸의 겸허한 경계만을 부각함으로써 몸의 본질을 현시 顯示 한다. 온전히 가리고자 하는 의지가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그것은 사람들의 피상적인 시선에는 쉬이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실체의 열린 상상력과 마주하게 한다.

 

이민수는 붓다, Shell_空이나 성모와 그리스도의 피에타상, Shell_悲 처럼 경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할 구원자의 성상을 백색의 허물 Shell 로 감싸 윤곽만을 남겨둠으로써 시각적 차연 差延, Différance 을 만들어 불확정적인 자리에 돌려놓음으로써 그 이미지들을 처음 대하듯 새로이 만나게 한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이미지를 억압해온 유럽의 성상파괴주의와, 그와는 반대로 이미지의 범람을 야기한 그들의 성상옹호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이미지의 진정한 아우라를 되찾아주는 작업이다. ■ 서길헌

 

이민수_순간에서 영원으로 MOMENT TO ETERNITY展_피움미술관_2020

 

MOMENT ● 마음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모든 가능성, 경우의 수 부유하는 사유의 쾌적들 나라는 실체는 한낱 우연 ● 텅 빈 작업장 검은 공간 속 떠오르는 한 점 눈의 결정체가 되어 뼈와 살이 돋는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형상들이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나는 일어나 철과 흙으로 형상을 빚기 시작한다 부유하는 형상과 조각은 마주한 거울처럼 서서히 닮아간다

 

이민수_순간에서 영원으로 MOMENT TO ETERNITY展_피움미술관_2020

 

SHELL ● 이름 붙일 수 없는 심연 깊이 가라앉은 세상 별들의 고향 우주의 배 너머의 부름 침묵하는 우주 시간의 끝 표류 의미 없는 이름 없는 침묵 그리하여 모든 것이 가능한 무책임하며 사라진다 한들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그러나 침묵 속에 영원히 존재할 모든 쓸모 없음에 대하여... (작가 노트 중 발췌) ■ 이민수

Vol.20201010b | 이민수展 / YIMINSU / ??? / sculpture

 

 

이민수 작가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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