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상의 놀라운 영향력

⊙첫 인상의 놀라운 영향력

http://v.media.daum.net/v/20170131150403331

 

프린스턴대 심리학 교수 알렉산더 토도로프(Alexander Todorov)에 의하면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의 일반적 판단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첫째는 상대가 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성인지 열성인지 가늠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가 나의 우군인지 적군인지 따져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개략적인 판단을 통해 처음 만난 사람을 다음의 네 가지 군으로 나눈다. ①나보다 뛰어난 우군 ②나보다 뛰어난 적군 ③나보다 못난 우군 ④나보다 못난 적군.

 

①~④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개인차, 주어진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다. 그러나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은 마음 자세가 대표적 반응이 될 것이다. ①=마음에서 우러나는 복종 ②=못 미더워하는 복종 ③=통제와 불신 ④=강압과 불신.

 

게티이미지뱅크

 

'마음에서 우러나는 복종'과 '강압과 불신' 간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 그러나 이 둘의 차이는 '첫인상'이라는 무의식적이고 빠른 판단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2002년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에 의하면 그와 같은 시스템은 우리가 본능, 육감, 직관으로 부르는 것들이다.

 

카너먼은 '유기체가 생존하기 위한 사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기간 진화·형성된 독특한 시스템'이 바로 본능, 육감, 직관 등이라고 했다. 이것은 유전자에 포함되어 있고 혈연의 육아 방식에 녹아들어가 있으며 역사, 문화, 제도 등을 통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첫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적극 활용하는 곳 중 하나는 패션계다.

뉴욕의 유수 백화점들은 매장 내외부 쇼윈도 디자인과 진열에 총력을 기울인다. 패션계가 참고하는 첫인상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초두 효과(primacy effect)다.

처음 느낀 인상이 인식으로 한 번 자리 잡으면 이후에 정보가 변경되어도 잘 변하지 않는다.

 

둘째, 후광 효과(halo effect)다.

핵심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대상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하기도 한다.

 

셋째, 행동유도성(affordance)이다.

인상으로 느낀 감각적이고 대략적인 판단이 실용성과 현실성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현실에서도 이런 원칙들이 적용될까? 그렇다. 군대에서 지휘관을 하던 시절 주변의 지휘관 동료들은 첫 신고 때 복장이 단정한 간부에 대한 호감이 계속 유지된다고 말했다. 또한 부대 전입신고 문구를 틀리거나 말을 더듬는 병사의 경우 소대장이나 분대장을 불러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초두 효과 때문이다.

 

군대에는 '외모가 바른 군인은 그 내면도 반드시 바르다'는 말이 있다. '계급장, 버클, 그리고 눈빛이 반짝이지 않는 이는 군인이 아니다'는 말도 자주 한다. 그리고 군생활을 오래한 간부들은 실제 저 말을 믿는다. 후광 효과의 반증이다.

 

내가 전방에 중대장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부대에는 정돈된 머리 스타일, 단정한 군복 차림, 깨끗이 깎은 수염을 유지하던 소대장과 부스스한 머리에 구겨진 군복을 입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던 소대장이 있었다.

 

나는 전자를 신뢰했다. 시간이 흘러 나는 후자가 명문대를 졸업했으며 부대 지휘와 작업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내 마음속에는 항상 복장이 단정하고 깔끔한 소대장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수염을 깎지 않고 복장이 불량한 소대장은 언젠가 다른 일로라도 사고를 칠 거라는 선입견이 남아 있었다. 일종의 행동유도성이다.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2017.01.31

남보람 국방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파견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