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좋은글

⊙권위는 어디서 오는가

Paul Ahn 2022. 6. 16. 09:48

⊙권위는 어디서 오는가

(moe.go.kr)

 

- 무언가를 최초로 이루어낸 사람에게 권위를 부여하곤 한다.

- 권위는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지배하는 권력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는 현재탈권위현상이 분출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압축근대화와 더불어 작동해온 강한 국가명령 사회를 빠져나와 저마다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사회로 이동해온 역사적 과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사실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사적 소유에서 찾는 시장 중심 사회로의 진입은 서로 의심하고 경쟁하는, 그래서 전통적 권위를 와해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은 인터넷 문화의 확산과 사이버 세계의 지배로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더욱이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초한 지식의 대중화 및 지식 주체의 다변화는 이를 더욱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제 전문가와 지식인도 더는 특별한 권위를 지닌 존재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 사회만 겪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이는 전 지구적 현상이기도 하다. 탈권위는 중심과 주변, 주체와 대상으로 가르는 기존의 모든 차별 구도를 와해시키려는 오늘의 해체주의적 흐름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21세기 해체주의는 보편적 답이나 표준적 기준에 입각한 권위의 확립을 지배 권력의 구축으로 해석하며 이를 부정하려고 한다.

 

사실 권위에 대한 해체는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부터 이미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서구 근대의 계몽주의는 형이상학이나 종교적 신념에 기초하여 특정 지배체계를 구축해온 전통과 권위를 청산하고, 오로지 인간 자신의 이성의 자율성에 기초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확립하고자 하였다.

 

근대 시민혁명과 더불어 출현한 자유주의적 삶은 전통과 권위를 구시대의 유산으로 처리하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탈권위 현상도 이런 흐름의 심화·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오늘의 우리 사회는 서구보다 더 급진적인 형태로 탈권위 현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근자에 확산되고 있는 혐오 현상 역시 이 같은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과연 바람직한가? 이를 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리는권위가 도대체 무엇이며, 이것이 인간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권위(auctoritas)’란 본래원제작자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auctor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무언가를 최초로 이루어낸 사람에게 권위를 부여하곤 한다. 이 점에서 권위는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지배하는 권력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권위는 상대의 인정과 수용이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진정한 권위는 소통과 이해의 과정을 요구한다. 일방적 주장이나 전달은 결코 권위를 낳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갑질에 대한 혹독한 질타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명령에 기초한 권력사회에 대한 저항이 아닐 수 없다.

 

권위를 권력으로 오용하거나 권력을 권위로 위장하는 기만에서는 그 어떤 온전한 소통도 이해도 이루어질 수 없으며, 따라서 인정과 수용도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진정한 권위는 수평적 소통·이해와 인정·수용을 통해서 가능하다.

 

_ 김석수 경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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