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불확실성의 시대, 조각 투자에 빠져드는 까닭
열풍에 편승해 투자자 보호는 뒷전 지적…개별 사업성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직장인 A씨는 공돈이 생겨 투자할만한 곳을 찾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얻은 공돈을 주식에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코로나19 재확산까지 대외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이 변동성 큰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조각 투자’를 해보기로 했다.
앞서도 다뤘듯이 MZ 세대의 돈에 대한 관심이 ‘앱테크’로 쏠리고 있다. 앱테크는 투자금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 손쉽게 할 수 있는 투자지만, ‘티끌 모아 티끌’을 만드는 데에 그친다. 자금을 더 모으는 데 관심 있는 이들의 눈길은 주식이나 채권 등의 전통 자산에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나 비상장 기업투자, 미술품 등 대체 자산으로 넓어지고 있다.
과거 대체투자는 개인 투자자보다 기관 투자자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컸다. 투자 규모가 크거나 구조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의 대체투자는 채권 대비 수익률이 높고, 변동성도 주식 대비 낮다는 특성이 있다. 대체투자 시장은 돈을 안전하게 운용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적합한 중위험·중수익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수입이 많지 않은 젊은 직장인들에게 소액으로도 가능한 조각 투자는 새로운 투자 영역이다.
조각 투자란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등 하나의 자산에 여러 사람이 투자해 조각처럼 이익을 배분받는 것을 뜻한다. 가령 미술작품 하나에 여러 사람이 투자해 공동 소유하기도 한다. 미술작품 원본은 그대로 둔 채 소유권에 대해서만 수백, 수만 조각으로 나눠 사는 방식이다. 미술작품의 경우 최소 10만 원으로도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유할 수 있다. 부동산이나 영화 투자도 가능하다. 최소 1만 원으로 상업용 부동산이나 영화 제작 등에 공동 투자하는 형태다. 또 음악 저작권부터 송아지, 위스키까지 플랫폼을 통해 투자하는 상품도 나왔다. 조각 투자는 투자를 위해 여러 사람에게 자금을 모아 이익을 나누는 ‘크라우드 펀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각 투자와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자 보호’다. 조각 투자는 사업자가 자산을 운영해 수익을 분배하겠다는 약속만 할 뿐, 투자자가 투자 자산을 직접 소유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자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사업자가 망하거나 서비스가 중단되면 투자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각 투자 서비스 이용자는 소액으로 편하게 투자를 할 수 있지만 투자자 권리관계의 불투명성, 발행인과의 정보격차, 대량매매로 인한 불공정거래 발생의 용이성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큰 투자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머지포인트 사태도 사업자가 규제위험에 대한 적절한 대응 없이 무리하게 사업 확대에만 집착한 결과, 서비스 이용자가 규제위험의 희생양이 돼 대규모 피해를 본 사례”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조각 투자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조각 투자 서비스에 대해 ‘주의’ 등급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조각 투자에 대해 투자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허위·과장일 수 있고, 자산 가치평가가 어렵고, 거래량이 적어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으로 관련 사업이 규제받게 됐지만, 투자자 보호로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직장인 B씨는 몇 년 전부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꾸준히 펀딩에 참여해왔다. 중소기업 제품이 자주 회사로 배달되는 통에 곤란하기도 했다는 그는 펀딩에 계속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제품을 이용해보는 재미도 있지만, 중소기업이 더 많은 아이디어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는 소액을 투자해 이익을 얻고, 기업으로선 부족한 자금을 채워주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할 만하다.
과거에도 마을에서 계를 수십 년 동안 운영하던 계주가 곗돈을 들고 도망가거나, 이웃의 곗돈으로 개인 사업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리는 사건들은 있었다. 그런 일이 왕왕 있음에도 곗돈을 들어 목돈을 마련해야 했던 이유는 빠듯한 월급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곗돈을 부을 수 없다면 무조건 은행에 돈을 넣고 이자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적금 이자가 물가를 좇아가지 못하면서 미국 달러라도 투자해야 돈을 불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대중적인 투자 수단인 부동산과 주식도 개인 투자자들이 설 자리는 많지 않다. 한동안 재미를 보다가도 순식간에 깡통을 차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오히려 주식을 안 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은 자금을 어딘가에 투자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전한 곳에 투자한다면 어쩌면 소액 투자도 투자의 재미를 얻을 방법일지 모른다.
비즈한국
2022.07.20(수) 18:22:26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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