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전시주최자협회장
”코로나19 급제동, 전시산업 반토막…2020년 개최 전시회 56%·매출 80% 급감”
”IMF 때보다 어려워, 전시업 생태 존망 흔들…산업가치에 대한 정부 지원 절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전시업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초 발생한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가운데 하나가 전시산업이라서다.
전시회는 대표적인 대면 사업으로, 지난해 1월부터 국내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9면서 개최 취소된 전시회가 절반이 넘으면서, 매출도 급감했다.
5일 (사)한국전시주최자협회(KEOA)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개최된 국내 전시회는 288개로 전년(650개)보다 56% 감소했다.
이로 인해 전시업계 매출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KEOA는 추산했다.
전시 업체가 지난해 전시회를 개최했어도 개최 규모가 줄면서 피해가 컸다는 게 KEOA 분석이다. 킨텍스, 코엑스, 벡스코 등 국내 3대 전시장의 지난해 평균 매출 감소율이 60%에 달한 이유다.
이달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전환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전시산업에 숨통의 틔우며, 전시산업이 회복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나흘째인 4일 이지경제가 단독으로 이승훈 한국전시산업주최자협회 회장(글로벌비즈마켓 대표)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성장을 이어가던 국내 전시산업이 코로나19로 후퇴하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전시업계 현황은 어떻습니까.
▲ 개최 지표로만 보면 2020년 개최 전시회가 전년대비 56% 감소했지만, 전시회가 개최됐다하더라도 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매출은 80% 가량 감소했습니다. 협회에서는 전체 매출이 1조5000억원~1조8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한것으로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운영하는 글로벌비즈마켓이 2000년대 초 발족했는데, 이후 국내 전시산업 급성장과 함께 크게 성장했습니다. 당시 전국에서 연간 200여개의 전시회가 열리던 게 2019년 650개로 3배 이상 규모가 커졌죠.
매출 규모도 연간 1000~2000억원 수준에서 2019년 4조8000억원까지 초고속으로 성장했고요.
같은 기간 전시장도 수도권에 자리한 코엑스와 서울무역전시장(세택), 지방의 벡스코와 엑스코 정도뿐이었지만 지금은 전국 17개 전시장으로 전시인프라 역시 크게 늘었습니다.
다만, 지난해 불거진 코로나19가 전시산업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2021 제51회 IFS프랜차이즈서울 하반기’가 3일간 약 2만여 명 가까운 참관객들이 몰리며 지난 16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사진=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 코로나19로 잃어버린 2년간 어려움이 많았을 같은데, 가장 큰 변화는 무엇입니까.
▲ 기존 전시문화의 파괴입니다. 참가업체나 참관객이 코로나19 이전에는 전시회를 당연히 가야하는 곳 정도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왜 전시회를 가야하는 지에 대한 목적이 뚜렷해졌습니다.
전시회 참관객 수나 체류 시간에 제한이 생기다 보니 목적달성에 충실하기 위한 행동 변화가 뚜렷해졌습니다. 참관객의 경우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전시회는 제품 구매를 위해서, B2B(기업간 거래) 전시회는 거래처와 만남 등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전시장을 찾고 있습니다.
참가업체도 홍보라는 두루뭉술한 참가목표가 아닌 출시 제품의 홍보, 대리점 모집, 잠재고객 확보, 현장 판매 등 구체적인 참가사유가 있어야 전시회에 출품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나 할까요?
- 앞서 언급하신대로 코로나19 발생으로 연간 개최 전시회 수가 반토막나고, 코엑스가 차입경영에 들어가는 등 업계 피해가 큽니다. KEOA가 파악한 업계 타격은 어떻습니까.
▲ 전시주최사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5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전시주최사업자의 연평균 매출이 2019년 100억7300만원에서 전염병 발생 원년인 지난해 43억8500만원으로 56.5% 축소됐습니다.
전시주최자를 포함 전시장, 전시장치, 전시서비스 등 국내 전시기업 가운데 2020년 흑자를 낸 곳이 전무합니다. 기업당 적자폭이 최소 수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이를 정도로 모든 사업자가 엄청난 피해를 봤습니다. 업계 고용인력도 60% 줄었고요. 전시업계가 코로나19로 우울증에 걸렸다고 할까요.
1997년 말 불거진 국가부도 사태인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도 이정도는 아니였습니다. 당시에도 물질적인 충격이 있었지만 이처럼 장기적이지 않았죠.
이번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이 반갑고 기대되기는 하지만, 내년 일상으로 완전 회복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2019년 대비 50% 회복 수준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내수 전시회는 어느 정도 회복되겠지만, 수출 지향 국제전시회는 내년에도 어려울 것입니다. 해외바이어의 입출국이 예전처럼 쉽지 않고, 해외판로 개척을 목적으로 하는 참가기업의 전시회 참가 역시 주춤할 것으로 KEOA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승훈 회장은 “일상회복으로 전환하면서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가호흡을 하는 정도다. 일상회복 2단계로 접어들면 확실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김성미 기자
이승훈 회장은 “일상회복으로 전환하면서 전시업계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가호흡을 하는 정도다. 일상회복 2단계로 접어들면 확실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김성미 기자
- 업계가 큰 어려움에 빠졌는데도 정부지원은 킨텍스 3단계 확장, 잠실스포츠·마이스복합공간 조성 등 인프라 구축에만 쏠리고 있습니다만.
▲정부의 전시산업에 대한 코로나19 지원이 인프라 구축에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인프라를 구축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현황을 살피면 킨텍스나 잠실 사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하던 사업입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전시업계를 위해 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부의 집합금지명령으로 전시장이 운영을 못하게 됐고, 이에 따라 전시회는 자동으로 취소될 수밖에 없었고, 관련 업계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가져갔습니다.
전시업계에 대한 정부지원은 2020년 추가경정예산에서 연기 개최 전시회에 대해 59억9000만원이 고작입니다. 아울러 수출마케팅을 위한 전시회 연계 온라인 수출 플랫폼을 만든 게 전부입니다.
협회와 여러 전시산업 유관 단체가 연대해 정부에 많은 요구를 했는데, 반영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특별고용유지 지원금 교부 등에 그쳤습니다. 정부가 일반 국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크게 펼친 점과는 대조적입니다.
특별고용지원금은 현실과 정부정책의 괴리로 실제 혜택을 받기 어려워 업계 지원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재난지원금 형태의 소액 지원금을 받기도 했지만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미흡했습니다. 피해구제를 받는다 해도 손실보상법상 소급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고요.
집합금지명령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은 전시주최사, 참가업체, 장치공사업체, 전시서비스업체 등이 하나의 축입니다. 정부의 전시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 역시 하나의 축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정부가 계획 수립조차 못했다는 게 전시업계 진단입니다.
- 9월 국회 앞에서 단계적 일상회복 조기 전환을 요구하며, 유관 업종단체와 연대시위도 하셨는데 정부는 반응은요.
▲ 당시 유관 업종 7개 단체가 공동 기자회견도 가졌습니다. 다행히 정부와 집권 여당이 업계 요구에 귀를 많이 기울였습니다. 이중에서도 대통령비서실 자영업비서관실에서 깊은 관심을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일상회복으로의 방역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신접종률 70% 달성을 조건으로 기다려 달라고도 주문했고요.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자영업자의 요구가 받아들여졌고, 백신접종률이 조기에 70%를 달성하면서 빠른 전환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일상회복으로 전환하면서 이제서야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가호흡을 하는 정도지만, 일상회복 2단계로 접어들면 확실히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1단계에서는 1부스(9㎡)당 상주 인원 제한이 있지만, 2단계가 되면 마스크만 잘 착용하면 됩니다. 물론 상주인력은 백신 접종이나 PCR검사(표적핵산을 증폭해 검출하는 검사법) 중 1가지를 선택해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 이달 일상회복 전환으로 전시업계의 기대감이 많이 높아졌을 것같습니다만.
▲확실히 전보다 활기를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10월 말부터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참관객이 늘었고, 이번 주에는 더 늘면서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소비재 전시회의 회복이 기대됩니다. 참가업체나 참관객 모두 부담감을 덜고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고 있습니다.
- 코로나19로 전시업계의 변화 가운데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전시회의 개최를 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이 같은 전시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9월 말 코엑스에서 개최한 ‘에듀테크쇼+초등교육전’을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참가업체의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코로나19로 인원제한이 있어서 집객에 한계가 있는데 온라인을 병행하면서 이 문제를 많이 해소했습니다. 온오프라인 융합으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주최측 노력을 참가업체들이 높게 평가해 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거리가 멀어 전시장을 못 찾는 참관객이 온라인으로 컨퍼런스에도 참여할 수 있고, 해외바이어와도 온라인 수출상담회도 진행할 수 있었는데 역시 반응이 좋았습니다. 온라인 수출상담회를 통해 36개 업체가 16개국 바이어와의 상담을 진행하는 등 소기의 성과도 거뒀습니다.
어워드 수상업체와 온라인 인터뷰, 교육전문가들과 대담 등 다양한 이벤트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큰 관심을 체감했습니다.
관련 학계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시대가 되더라도 온라인 전시회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 하이브리드 전시회 정착을 위해 업계에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 전시회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할 수 있는 해당 분야의 업무지식입니다. 온라인 전시회를 위해서는 이를 위한 시스템과 인력을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이죠. 코로나19 이후에는 전시회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융합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사실 개별기업이 대응하기에는 벅찹니다.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선도기업의 투자, 스타트업의 도전을 통해 새로운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모두 어려워하는 길이라면 나부터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메타버스 등 ICT 도입은 세계 전시회 지도를 변화시키는 변수이자 필수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19는 변화의 방향을 바꾸는 게 아니라 속도를 빠르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5~10년 후의 변화에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합니다.
코엑스(베트남), 킨텍스(인도) 등레서 국내 전시장 운영회사들이 현지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국가와 국가를 잇는 메타버스 전시회를 시작할 수 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창의적인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부산 벡스코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전시장을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인 것이다. 2012년 상반기 열린 부산모터쇼 행사장, 제1 백스코를 들어가기 위한 인파. 사진=김성미 기자
전시업계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종전처럼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2012년 상반기 열린 부산모터쇼 행사장, 제1 백스코를 들어가기 위한 인파. 사진=김성미 기자
- 코로나19가 전시업계에는 생태계 존망을 논할 정도의 위기였습니다. 앞으로 KEOA의 운영방향이 중요할텐데요.
▲ KEOA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KEOA는 회원의 권익보호와 업계발전을 위해 존재합니다. KEOA의 주인은 회원사이며, 회장은 회원사의 대변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KEOA는 업계를 위해 더 발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별회사가 할 수 없는 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대 정부, 국회 관계 설정에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정책 개발의 중심에 서겠습니다.
이번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어려웠던 게 피해가 분명한데도 정확한 집계를 내기가 힘들어 정부에 우리의 피해상황을 알리기가 쉽지 않았던 점입니다. 2015년 법개정으로 폐지된 전시사업자등록제도가 있었다면 피해집계가 훨씬 수월했을 텐데요. 이를 고려해 KEOA가 다시 전시사업자신고제도를 만들자고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전시산업을 위한 여려 가지 사업을 심의하는 기구인 전시산업발전협의회의에 민간참여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구성원으로 공무원만 참여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산업의 주체인 전시사업자와 학계가 참여해 사업 주체의 의견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시산업진흥기금도 설치해 산업저변 확대를 위해 이 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우리 영화산업이 발전된 기점이 영화진흥기금이 마련된 이후였듯이, 전시기금 마련을 통해 전시산업의 동력을 마련해야 합니다. 전시의 나라, 독일의 경우 참가업체와 참관객이 십시일반 이 기금을 내고 있습니다. 전시기금 마련은 KEOA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업종단체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정부가 전시산업을 성장동력으로 발표한지 오래지만 구체적인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여전히 미흡합니다만.
▲전시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방향은 환영하지만 지금까지는 전시장 건립에 주로 예산과 노력을 투입했습니다. 그 결과 17개 전시장이 전국 주요 도시에 생겨났죠.
이제는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며 질적인 성장과 변화가 필요합니다. 전시산업을 무역진흥을 위한 도구로만 삼지 말고 본질적인 가치에도 주목했으면 합니다. 레거시 효과라고, 전시산업이 발전하면 전시회 개최지의 산업이 발전하고 인재가 모이는 등 지역경제 발전이 따라옵니다. 전시회의 새로운 부가가치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사회, 경제적인 효과에 정부가 주목해야 합니다.
전시회는 산업 데이터의 보물창고입니다. 기업, 사업을 시작하려한다면 전시장을 먼저 찾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승훈 한국전시산업주최자협회 회장(글로벌비즈마켓 대표)
- 1973년 서울생, 2015년 경의대학교 무역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 20대에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전시업계에 입문했다
- 2000년 드림사이트코리아를 중앙일보 선배와 함께 창업하고 전시회를 운영했다
- 2004년 전시주최사 홈덱스를 설립하고 건축전시회 ‘조선일보홈덱스’를 주최했다
- 2015년 홈덱스를 이상네트웍스(경향하우징페어 주최사)에 합병매각하고, 글로벌비즈마켓(옛 글로벌비즈익시비션)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 2021년 3월부터 한국전시주최자협회장을 맡고 있다
- 한국무역전시학회 부회장, 한국마이스관광학회 이사, 한국컨벤션이벤트학회 부회장 등 전시산업 관련 학회 활동도 꾸준하다
-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전문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위원, 서울마이스위원회 위원, 고양컨벤션뷰로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지경제
2022.01.26 07:23
김성미 기자 chengme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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