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dom〕 이태원은 왜 ‘핼러윈 성지’가 됐나.
외국인 주거지에 클럽 문화 더해져 코스프레 정착화…
압사 골목 근처는 평소에도 사람 몰려
이태원의 행정구역 이름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이다. 그 이름은 조선시대에 이곳에 있던 ‘이태원(梨泰院)’이란 공영 숙소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이(梨)'자는 이곳에 배나무가 많았기 때문에 붙었다고 한다.
이태원은 한양의 관문이자 교통의 요지인 용산에 자리잡고 있어 역사적으로 외국군의 침략이 잦았다. 13세기에는 몽고군이 용산을 병참기지로 활용했고, 러·일전쟁을 앞둔 1904년에는 일본이 용산 일대에 기지를 뒀다. 그러다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이 일본군을 흡수하면서 1957년 주한미군사령부 용산기지가 창설됐다.
이때부터 인근의 이태원은 미군의 위락 지역으로 발전하게 됐다. 동시에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도 모여들게 됐다. 이태원이란 이름이 이방인을 뜻하는 ‘이타인(異他人)’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2021년 10월31일 핼러윈데이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용산구청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에 여러 외국인이 거주하면서 각국 공관도 이곳에 설립됐다. 1980년대에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리면서 이태원의 명성이 세계에도 알려지게 됐다.
특히 이태원의 클럽 ‘문나이트’는 지역의 명성과 맞물려 전설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원래 미군, 특히 흑인 군인들이 놀이터로 유명했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의 내로라하는 춤꾼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원조 아이돌’ 박남정부터 현진영, 강원래, 구준엽, 그리고 3대 연예기획사의 두 수장인 양현석(YG)과 박진영(JYP)이 문나이트 출신이다. 가히 케이팝의 시초였던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정부는 1997년 이태원을 관광특구로 지정했다.
하지만 정작 문나이트는 1990년대 후반 들어 명맥이 시들다 2005년 문을 닫았다. 그래도 문나이트가 조성한 클럽 문화는 이태원의 이국적 분위기와 결합돼 지역 전반에 정착됐다. 해외 언론과 관광 소개 사이트 등에서 이태원은 서울 나이트 라이프의 진수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소개됐다.
동시에 매년 10월31일 핼러윈 때 코스프레를 한 외국인을 이태원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2010년대 초반에는 클럽계에서 핼러윈 행사를 먼저 기획해 선보였다. 호텔과 식음료·유통업계도 핼러윈 분위기를 띄우는 데 일조했다. 핼러윈이 자연스레 이태원 최대 대목이 된 셈이다.
이태원의 춤꾼들이 모여들던 클럽 '문나이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쇠퇴하여 2005년 문을 닫았다.
당시 문나이트의 간판 ⓒ 블로그 캡처
원래 핼러윈은 유럽의 켈트족이 매해 마지막 날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리는 날이었다. 이때 악령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도록 악령과 같은 기괴한 모습으로 분장하는 풍습이 생겼다. 이 풍습이 핼러윈 코스프레로 발전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 영어 유치원을 중심으로 핼러윈 문화가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외국 문화에 익숙한 한국 청년들과 유학생들이 늘면서 성인들의 놀이문화로 퍼져 나갔다. 또 외국인이 주축이던 핼러윈 코스프레를 한국인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태원의 여러 장소 중에서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다. 이곳에 있는 해밀톤호텔 별관에 위치한 라운지바 ‘프로스트’는 이태원 유동인구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통한다.
프로스트 프로스트
프로스트는 2010년대 초반부터 소위 ‘놀 줄 아는’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다. 평일이나 비가 많이 오는 주말에도 프로스트에는 사람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압사 참사가 있었던 10월29일 밤도 예외가 아니었다. 프로스트와 그 앞에 사람들이 붐비면서 밀집도가 높아졌고, 아래쪽 이태원역 1번 출구로 가는 골목길에 병목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결국 비극으로 이어졌다.
시사저널
2022.11.04 11:24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며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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