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ctuary〕병들고 버려지는 경주마…비참한 최후
충남 부여의 한 풀숲에 방치된 말들이 굶어죽기 직전, 심각한 외상으로 살이 뜯겨 나간 채 발견돼 구조됐다. 발견된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이미 죽어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구조 직전 숨졌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야위어 구조 전 목숨을 잃은 말.
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과 함께 방치된 말 두 마리를 21일 구조해 제주에 있는 말 생츄어리에서 보호 중이라고 30일 전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처음 해당 장소에 방치된 말은 총 네 마리로 제보를 받은 직후 죽은 한 마리를 제외하고 세 마리가 방치된 상태로 있었다. 단체는 급히 현장에 출동해 상황을 확인한 뒤 즉시 한국마사회 말보건원의 협조를 받아 말들의 건강 상태 점검과 의료 처치를 하며 보호 공간을 섭외했으나, 그 사이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극심하게 야윈 말 한 마리가 더 숨졌다.
남은 두 마리 역시 심하게 마르고 엉덩이와 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다급히 구조를 진행했다고 단체는 전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사건을 두고 ‘국내 말 산업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방치된 말들은 각각 경주마와 승용마인 것으로 확인됐다. 퇴역 후 또는 더 이상 승용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마리 모두 말 산업 정보 포털(www.horsepia.com)에 등록되어 있으나 포털상 기록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았다.
퇴역마의 경우 2008년 경주마로 등록 후 2011년 은퇴했으며 그 뒤 여러 승마장을 전전한 것으로 나온다. 포털 상에는 현재 전남 모 승마장 소유로 기록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충남 부여에서 방치된 채 발견됐다.
승용마는 2012년부터 경기도 모 학교에 소재한 것으로 기록됐는데 불과 작년까지도 승마용으로 이용되다가 2021년 12월 29일자로 폐사 신고가 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 정진아 사회변화팀장은 “폐사 신고가 된 승용마는 엉덩이 부분에 심각한 외상을 입은 상태였다. 학교에서 승마 체험 등의 용도로 이용하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자 다른 곳에 보낸 뒤 포털에는 폐사 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행 법상 말들에 대한 이력 관리가 전혀 안되는 실정이라 비슷한 사례가 이전부터 계속 이어져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동물자유연대는 “관계자로부터 방치된 말들을 약재나 반려동물 사료 원료 등으로 쓴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말을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도축 등 법으로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면서 “현재 말은 이력 관리 체계가 없기 때문에 불법적인 이용이 발생해도 이를 적발하거나 처벌하는 것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주마는 관리 체계 부재를 비롯해 최소한의 보호 장치 조차 전무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과거에도 말 도축장에서 발생한 경주마 학대 사건과 퇴역 경주마를 이용한 펫사료 제작 계획 등이 알려지며 비난받은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초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시 무리한 연출로 인해 목이 꺾여 사망한 말 까미(본명 마리아쥬) 사건을 계기로 경주마 실태가 세상에 드러났다. 까미는 경주마로 활동하다 퇴역한 후 말 대여 업체에 팔려갔으나 경주마 은퇴 후 행방이나 처우 등과 관련하여 어떠한 관리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당 사건을 최초 공론화한 동물자유연대는 정부에 경주마 복지 체계 구축을 요구했으나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는 여전히 대책 마련에 손놓고 있는 상태다.
지난 7월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한 시민 단체가 말 등록제 및 이력제 도입, 말 보호시설 조성, 과잉 생산 방지를 위한 생산 두수 조절, 말 식용 및 사료화 금지, 말 복지 기금 조성 등이 담긴 경주마 복지를 위한 제안 사항을 농림부에 전달했으나, 현재까지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올 초 드라마 촬영장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을 계기로 경주마 복지 제도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불과 반 년 만에 방치 학대로 인한 말 사망 사건을 마주하게 되어 안타깝다”며 “이는 주무 부처임에도 말 관리 및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농림부의 안일함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해 말이 퇴역 후에도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후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정부가 말 복지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생츄어리로 옮긴 뒤 말들의 모습. 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한편 구조된 말들을 보호 중인 생츄어리는 국내 최초로 말 복지를 위해 개인이 설립한 시설로 이곳에서는 더 이상 경주를 뛸 수 없는 퇴역마나 방치, 학대 당한 말 등 30여 마리를 구조해 보호 중이다.
2022.08.30 17:17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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