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handising/시장규모

⊙국내 백화점 현황 / 상공회의소 2022년 유통물류통계집

Paul Ahn 2023. 2. 20. 15:01

⊙국내 백화점 현황 / 상공회의소 2022년 유통물류통계집

http://www.korcham.net/nCham/Service/Economy/appl/PublishDataDetail.asp

 

 

‘영리치’ 모시기에 성공 또다시 사상 최대 매출 갱신

(retailing.co.kr)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가장 혜택을 입은 업태는 백화점이다. 2022년 백화점이 사상 최대 매출을 구가할 수 있었던 배경은 디지털 시대에 완벽 대응한 신규점의 활약, 2조 클럽 대형점 등장과 지역의 타운화, 빅3의 과감한 리모델링 투자와 명품 입점 경쟁, MZ세대 공들이기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백화점은 영업 제한으로 매출 27조 4천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 역신장을 기록했다. 이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9.5% 역신장보다 더 큰 하락세다. 그런데 1999년 17% 성장해 1997년 매출 수준을 상회하면서 2년만에 정상화를 이뤘다.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1년 ‘보복소비’라 불릴 만큼 소비회복이 급속히 이뤄지던 시기에 빅3가 여의도와 대전, 동탄에 초대형 점포를 개점하며 사상 최고 실적인 33조 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2년에는 리오프닝으로 패션 관련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백화점의 주력 상품군인 패션 수요는 팬데믹 영향으로 급감했다가 다시 회복되는 중이다. 반면 성장세였던 리빙, 가전 부문은 주춤한 상황이다. 이렇게 반전된 시장에서 2022년 백화점 매출은 약 38조 원으로 추정돼 13%라는 폭발적 성장과 함께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백화점 | 디지털 시대에도 신규점 매력 발산

 

2021년 오픈한 ‘더현대서울’과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경우, 개점 2년차에 가장 활황을 맞는다는 업계 상식을 입증했다. 특히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는 오픈 1년 만에 중부권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1년간 점포를 방문한 고객 수는 약 2,400만 명이었는데, 10명 중 6명은 타 지역에서 온 고객이다. 이에 힘입어 개점 1년 만에 매출 8천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2016년 대구신세계의 첫해 매출인 6천억 원, 2009년 센텀시티점의 5,500억 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더현대서울은 개점 1년 동안 목표(6,300억 원)를 초과 달성한 8,00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3대 명품이 입점하지 않은 상황에서 창출된 매출이라 더욱 의미있다. 1년간 방문객 수는 팬데믹으로 인한 영업 제한에도 불구하고 3천만 명에 달했다. 이 역시 전국에서 몰린 방문자 덕분이었는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방문객 1위는 제주도가 차지했고 2, 3위는 공교롭게도 세종시와 대전시 유성구가 차지해 자연스럽게 대전신세계와 겹쳤다.

 

 

주력 고객으로 부상한 MZ세대에 공들이기

 

더현대서울은 MZ세대의 성지로 등극할 정도로 SNS 핫플레이스가 됐다. 상품 판매 공간을 넘어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는 새로운 고객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진화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신규점들은 백화점 고객을 새롭게 정의했다. 기존 고객 즉, 베이비부머와 X세대에게 백화점은 프리미엄 업태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맞아 백화점은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유통채널에 밀려 위기를 맞았다. 자라와 H&M 같은 SPA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당시 백화점은 비싸고 재미 없는 공간으로 인식됐다. 이미 10여 년 전에 필자가 ‘객노백노(客老百老; 고객과 함께 백화점이 늙어감)’ 현상을 지적한 것도 이런 연유였다.

 

그런데 최근 등장하는 백화점은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새로운 놀이터가 돼 젊은 소비자를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더현대서울은 지하 2층 전체를 MZ세대 공간으로 꾸몄다. 카테고리별로 공간을 배치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파격적으로 놀이공간이라는 콘셉트에 적합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온라인상에서 MZ세대에게 인기를 얻는 브랜드도 적극 발굴해 입점시켰다. MZ세대 특징은 ‘자기중심적(Me-Centric)’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개인화된 경험을 원하는 MZ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백화점이 등장하고 있다.

 

더현대서울이 개점 1년을 맞아 발표한 디지털 리포트에 의하면 MZ세대를 위해 꾸민 지하 2층의 선호도가 15%를 차지해 지하 1층 식품관(23%)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구매력 부문에서도 20~30대가 53.5%를 차지했는데 특히, 31살(1981년생)이 가장 높은 구매력을 보였다. 백화점은 이렇게 새로운 시대와 고객에 대응해 항상 반보 앞서 진화하는 시류적응업이다.

 

‘영리치’가 증가하면서 백화점 업계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공을 들인 점도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이들은 다른 세대와 달리 풍요로운 부모 세대에게 주택을 증여, 상속받았기 때문에 자산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부모와 함께 백화점을 이용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백화점 이용이 자연스럽다. 이에 백화점은 보다 편안히 쇼핑하도록 MZ세대 전용 라운지를 만드는가 하면, VIP 가입 문턱을 낮췄다.

 

신세계는 2030을 겨냥해 연 400만 원만 사용해도 VIP가 되는 ‘레드클럽’을 운영 중인데, 전용 주차 서비스, 생일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도 2030 전용 VIP 시스템을 도입해 전용 라운지를 만들고, 롯데는 MZ세대 전용 ‘와이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백화점은 이들의 플렉스 문화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명품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20~30대를 백화점에 머물게 하는 잠금 전략이 통하고 있다. 2030 VIP의 쇼핑행태는 다른 연령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명품·해외 패션 구매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골프용품 붐도 이들에 의해 촉발됐다. 패션이나 명품 수요를 이들이 견인한다고 볼 수 있다. MZ세대의 객단가는 기존 VIP보다 낮지만, 예비 VIP로서 평생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고 백화점 총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 그래서 백화점의 ‘영리치 모시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구, 경기도 등 지역 상권 경쟁 점화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10년 만에 리뉴얼을 통해 ‘더현대대구’로 탈바꿈했다. 더현대서울에 이어 ‘더현대’라는 간판으로 대구·경북의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대구 최대 백화점으로 개점 5년 만에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한 신세계 대구점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더현대대구가 여의도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1년 연면적 12만㎡라는 대형점으로 개점한 대구점은 대구백화점을 제치고 지역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신세계가 33만㎡의 초대형 백화점을 개점해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모두 입점시키며 대구의 명품 수요를 흡수했다. 이때 현대 대구점에 있던 샤넬과 에르메스, 까르띠에가 신세계 대구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 두 백화점은 연매출 6천억 원대로 팽팽한 경쟁구도를 이뤘지만 2021년 신세계 대구점이 전년 대비 51.3%나 증가한 1조 1,939억 원을 기록한 반면, 현대 대구점은 3.3% 증가한 6,637억 원에 그쳐 2배 가깝게 격차가 벌어졌다. 1위를 빼앗긴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의 성공 체험을 대구에 이식하기 위해 전관 리뉴얼을 단행했다.

 

한편, 용인에 위치한 신세계 경기점이 15년 만에 리뉴얼을 실시해 경기 남부 상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소비력을 갖춘 30~40대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경기 남부에는 신세계 경기점, 롯데 동탄점, 현대 판교점, 갤러리아 광교점이 포진해있다. 이런 구도에서 신세계의 리뉴얼로 백화점 4사간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연매출 1조 2,500억 원의 현대 판교점은 고소득 일자리가 집중된 판교 테크노밸리에 자리 잡고 있어 경기 남부 백화점 중 가장 화려한 명품 라인업을 자랑한다. 특히, 2022년 10월 국내 최대 규모의 에르메스 매장을 입점시키고 티파니, 불가리, 까르띠에, 반클리프앤아펠 등 세계 4대 명품 주얼리 브랜드를 모두 유치해 1위 수성은 물론 현대백화점 16개 매장 중 최대 매출을 유지했다.

 

갤러리아 광교점 매출은 6,016억 원으로, 현대 판교점에 필적할 만한 명품 브랜드를 갖췄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삼성 프리미엄 스토어(1,280㎡)도 입점했다. 가장 늦게 개점한 롯데 동탄점은 경기도 상권에서 인구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지역에 위치했다. 동탄은 37.8세로 평균 연령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고 전체 인구에서 영유아 비중은 가장 높은 지역이다.

 

빅3 백화점의 지방 점포 리뉴얼과 대형화는 많은 의미를 갖는다. 지역 대형점 경우 대개 지역 1번점을 지향하며 원거리 고객을 흡수해 고객 수 증대를 목표로 삼는다. 체험 및 서비스 시설을 갖춘 복합쇼핑몰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결과적으로 더 큰 점포가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하는 구조다. 그래서 과감한 리뉴얼 투자가 수반된다. 도심형 대형점 경우 풀라인 명품을 갖춰 VIP와 객단가 상승을 유도하고, 기프트(gift) 상품을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1조·2조 클럽’ 점포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대구백화점과 같은 지역 백화점은 밀려나면서 전국이 빅3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2022년 대통령 및 지방 선거를 거치며 광주의 쇼핑몰 유치가 업계 최대 현안이 됐다. 실제 광주에는 복합쇼핑몰이 없다. 신세계가 2015년, 광주신세계 인근 부지에 34만m²의 쇼핑몰 건립을 추진했으나 지역 상인 반발과 정치인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급변해 백화점 업계의 ‘광주 1호 쇼핑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세계가 가장 먼저 출점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현대백화점이 선공을 취했다.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에 문화복합몰 ‘더현대광주’를 출점할 계획이다. 이에 신세계는 그룹 역량을 결집해 호텔 등을 갖춘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롯데도 부지를 검토하는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광주 시민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시대가 변하면 소비자도 변한다.

 

 

침체 예상되는 2023년, 시류 적응력 필살기 필수

 

역사는 일방적인 우상향 성장을 용인하지 않는다. 리오프닝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구가한 백화점 업계가 해를 넘기면서 다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경기 악화는 주택 및 부동산 자산을 딛고 일어난 MZ세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백화점 소비의 주력이 된 이들의 자산방어 태세가 백화점 업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백화점은 또 다시 시류 적응력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