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바이의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
미국 전자제품 판매업체 베스트바이는 전자제품 유통시장 2위인 서킷시티와 라디오쉑이 줄줄이 폐업할 때도 살아남았다. 아마존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잘 되고 있다.
베스트바이도 2012년부터 매출이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호텔체인 '칼슨'의 CEO였던 휴버트 졸리를 영입하면서 2017년부터 상승 곡선이다. 그가 내세운 전략은 적을 알고 나를 안다는 '지피지기(知彼知己)'.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에서 배울 건 배웠다. 대표적으로 최저가 전략이다.
제품 가격 내리기 위해 회사 전세기를 매각하고 자동차 경주 후원과 슈퍼볼 광고에 쓰던 마케팅 비용을 삭감했다. 처음 몇 달은 손실이 났지만 2~3개월 지나자 일부 카테고리에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대신 아마존이 따라할 수 없는 전략을 세웠다.
매장을 체험공간이자 물류기지로 활용한 것이다. 매장을 비용이 아니라 ‘아마존에는 없는’ 자산으로 정의내리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했다.
1000여개 매장에 브랜드 전문가를 배치해 기기 사용법을 설명하게 하고 애플 스토어와 같은 숍인숍(shop in shop)도 만들었다. 2013년부터 삼성, 소니, 인텔, 다이슨 등 웬만한 가전박람회에 버금가는 브랜드 체험관을 열고 최근에는 아마존과 구글의 스마트홈 시스템을 비교하는 전시장도 만들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베스트바이 체험관에 먼저 신제품을 내놓고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매장을 온라인 주문 당일 배송을 위한 중간물류센터로 활용해 배송시간을 33% 줄이고, 고객들이 매장에서 택배를 직접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긱 스쿼드'(Geek Squad)
그런데 베스트바이가 아마존의 빠른 배송과 로봇을 이용한 물류를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그래서 로봇이 할 수 없는 고객서비스, 즉 사람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로 '긱 스쿼드'(Geek Squad). 한마디로 스마트 기기에 능숙한 '긱'(geek·괴짜)들의 가정방문이다. 점포당 30여명, 미국 전역에 2만 여명이 365일 고객을 방문해 기술 지원과 상담을 한다.
수리만 하는 게 아니라 제품 사용법을 알려주고 어떤 브랜드, 어떤 디자인이 어울릴지 최대 90분까지 무료로 상담해준다. 새로 출시된 스마트 기기를 설명하면서 친분도 쌓는다. 베스트 바이는 이들이 고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출 압박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방문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도 제공하지 않는다. 건당, 시간당 업무 성과에 압박을 받지 않도록 모두 시급제 대신 연봉제를 적용했다. 고객과의 관계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2017년 베스트바이 전체 매출 중 긱 스쿼드에서 발생한 매출은 26%, 매년 가정방문 요청전화는 400만 건이 넘는다. 지난해 5월부터는 연간 199달러(23만7000원)를 내면 긱 스쿼드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는데 지금까지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조 펠드만 텔시자문그룹 애널리스트는 워싱턴포스트에 "아마존에서 클릭 몇 번으로 스마트폰과 스크린TV를 구입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고객들에게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 제품이 좋을까? 필요한 기능일까? 그들은 도움을 받길 원한다"며 "베스트바이는 이를 간파했고 긱 스쿼드는 앞으로 회사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 과거 경쟁자였던 서킷시티의 전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마컴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베스트바이는 자신들이 잘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빠르게 판단해 스스로 최고의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의 경쟁자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베스트바이의 경영전략에는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두고두고 오랜 시간 쓰이고 전해질 것"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머니투데이
2019.05.31
배소진 기자 / 김지현 기자 / 구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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