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handising/●Success & Failure

⊙온라인 주문, 배달 안 돼도 잘 나가는 ‘트레이더 조'

Paul Ahn 2023. 3. 15. 10:45

⊙온라인 주문, 배달 안 돼도 잘 나가는트레이더 조'

(mt.co.kr)

 

트레이더 조는 아마존에 인수된 홀푸드와 함께 미국 유기농식품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매출액이 133억 달러( 158400억 원)인데 10년 전의 두 배 이상이다.

 

비결은 세월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충성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트레이더 조는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트리서치를 비롯해 각종 소매업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외신들은 트레이더 조의 고객을 '광적'(cult)이라고까지 표현한다.

 

고객들은 '트레이더조스팬닷컴'이라는 팬 사이트를 만들어 제품 리뷰는 물론 이곳에서 판매되는 식품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를 공유한다.

 

 

◇심지어 이곳은 온라인 쇼핑몰도 없어서 매장을 가야만 물건을 살 수 있다.

 

계산대 앞에서 길게 줄을 서야 함에도 고객선호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매장이 없는 캐나다에는 트레이더 조 제품만 되파는 '해적 조'(Pirate Joe's)라는 가게까지 생겼다. 이 가게는 미국 가서 물건을 사오는 사람까지 고용했다.

 

더욱이 아마존이나 이베이 입점도 거부하고 지난 3월에는 뉴욕 7개 매장에서 제공하던 배달 서비스도 비용 문제로 중단했다. 아마존이 만들고 있는 유통의 질서와 거꾸로 가는 셈이다.

 

 

◇그렇다고 트레이더 조 매장은 다른 마트와 비교해 규모가 엄청나고 제품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다.

 

미국의 매장 수는 480여개인데 다른 마트의 크기가 평균 5만제곱피트( 1400)인데 반해 트레이더 조는 작게는 8000제곱피트(224), 가장 큰 매장도 12000제곱피트(337)이다. 물건 수도 평균 5만개 이상을 취급하는 다른 마트와 달리 3000개 이하이다.

 

 

◇대신 트레이더 조 매장은 '슈퍼마켓의 디즈니랜드'라고 불릴 정도로 즐길 거리가 많다. 마치 열대지방에 휴가를 온 느낌이다.

 

고객들은 '시식 원두막'(tasting hut)에서 전 제품을 마음껏 시식할 수 있다. 원두막에 원하는 제품이 없으면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직원들 중 아무나 붙잡고 요청하면 진열 상품 집어서 그 자리에서 뜯어 맛을 보여준다. 진열대에 인형을 한두 개씩 숨겨 놓고 보물찾기하는 매장도 있다. 부모 따라 온 아이들이 인형을 찾으면 막대사탕을 선물로 준다.

 

존 바살론 트레이더 조 매장 총괄책임자는 "우리는 매장이 브랜드이고 제품 구입은 전체 고객 경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매장 관리하는 직원들은 마치 동네 친구 같다. 제품이 얼마나 저렴한지 얘기하기보단 제품이 어디서 생산됐고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는지 설명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제품까지 자신 있게 추천한다.

 

직원들의 진열대 정리는 일반 마트와 달리 고객이 많이 있을 때 하는데 그 이유가 고객과 더 자주 마주치고 대화하기 위해서다. 계산대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레이더 조는 계산대 스캐너의 '' 소리가 계산원과 고객과의 대화를 방해한다며 1990년대까지도 바코드 찍는 대신 계산기를 사용했다. 지금은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스캐너를 개발해 쓰고 있다.

 

 

◇마케팅회사 부사장이던 마크 가디너는 트레이더 조의 성공 비결을 밝히기 위해 1년간 위장 취업을 한 뒤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그가 알아낸 것은 직원들이 유별나게 수다쟁이들이더라는 것. 그는 팟캐스트에서 "첫날부터 매장 직원 50여명이 앞 다퉈 나에게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표정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는 기가 막히게 귀를 기울였다. 말 그대로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고 공감 능력을 타고 태어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트레이더 조는 채용 면접 때 스펙 대신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가장 즐거웠던 대화 경험은 무엇인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를 묻는다.

 

 

◇트레이더 조 직원이 친절한 이유는 그만큼 회사가 직원들을 대접하기 때문이다.

 

창업자 조 콜롬비는 창업 초기부터 "우리 정직원은 중산층 수준의 급여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유통업계 평균보다 더 높은 임금을 주고 비정규직도 의료보험을 제공한다. 월마트(25000달러)와 비교하면 연봉이 두 배 차이가 난다.

 

머니투데이

2019.05.31

배소진 기자 / 김지현 기자 / 구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