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디(Aldi)의 경영철학
‘노 프릴·심플 스토어’
HDS 경영철학 전세계 전파
1970년대부터 유럽을 넘어 미국에 진출한 알디는 현지 디스카운트 스토어, MWC 등과 무모한 경쟁을 벌이기보다 하드 디스카운터 원조다운 색깔을 유지하며 세력을 점차 키워갔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빅 리테일러’들의 성장이 위축되고, ‘업태 슬림화’를 이룬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HDS의 기본 철학을 고수해 온 알디와 리들은 전세계에서 고객층이 가장 두터운 소매업체로 거듭나는 추세다.
독일 양대 하드 디스카운터 중 알디(Aldi)는 전세계 20개 국가에 1만여 개, 리들(Lidl)은 30개 국가에 1만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해외 사업이 활발한 기업이다. 독일에는 4,100여 개 알디와 3,300여 개 리들 점포가 운영 중이다. 두 기업은 이미 오래 전 해외 매출이 자국내 매출을 넘어선 글로벌 하드 디스카운터라고 할 수 있다.
알디 경우 칼 알브레히트(Karl Albrecht)와 테오 알브레히트(Theo Albrecht) 형제가 자신들의 성 알브레히트의 앞 글자인 ‘알(Al)’에 디스카운트의 ‘디(Di)’를 합성해 1962년 알디(Aldi)라는 상호를 달고 점포를 열었다. 두 형제는 자신들의 어머니 가게를 인수한 1946년부터 소매업을 시작, 1950∼1960년대 독일 내 유일한 하드 디스카운터로 활동했고, 1970년대 들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당시 독일 경제 규모가 커지며 소매업이 급성장한 요인도 있었지만, 2차 오일쇼크를 겪으며 디스카운터(discounter)의 필요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알디의 가장 큰 경쟁자인 리들도 알디의 성장 속도를 보면서 이를 모방해 1973년 점포를 열었다.
알디의 창업자인 알브레히트 형제는 ‘단순함(simplicity)’, ‘품질력(high quality)’, ‘절약(frugality)’, ‘기밀(confidentiality)’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에 대한 접근 방식을 설명했다. 이러한 4대 원칙은 그들이 밝혔던 핵심 계명 11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미국 풀라인 스토어에 기죽지 않다
1970년대 들어 소매업에서 디스카운터(discounter)의 중요성을 깨달은 알디는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선다. 알디 서드(Aldi Sud)가 1967년 독일과 같은 문화권의 오스트리아, 1973년에는 벨기에에 진출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해외 진출은 1975년 알디 노드(Aldi Nord)가 네덜란드에 첫 점포를 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어서 1976년에는 알디 서드가 미국 아이오와(Iowa)주에 진출해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이후 알디 노드가 1979년 트레이더 조(Trader Joe’s)를 인수하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하드 디스카운터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독일뿐 아니라 미국도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시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2018년 말 기준 알디는 전세계적으로 서드 5,941개, 노드 5,293개를 운영하며 총 1만 1,234개 매장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독일 내 점포 수가 4,184개, 해외 점포 수가 7,050개로 이미 해외사업 비중이 커진 지 오래다. 특히 해외 전체 매장 가운데 미국 내 점포 수가 트레이더 조 474개를 합치면 2,347개에 이른다. 이는 전세계 해외 매장의 33.3%에 이르는 숫자이며, 알디 서드만 놓고 보면 해외 점포 가운데 미국 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사실 알디는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현지인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당시 미국은 K마트(KMart), 월마트(Walmart) 같은 디스카운트 스토어들이 급성장하고 있었고, 멤버십 홀세일 클럽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프라이스클럽(Price Club)이 신업태를 선보이던 시절이었다.
미국 디스카운트 스토어들은 넓은 점포에 신선식품을 제외한 상품을 대량 진열해 판매했고, 현재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그로서리 스토어(Grocery Store)들도 신선식품부터 잡화까지 풀라인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알디는 미국 전통 그로서리 스토어의 5분의 1 규모인 1천㎡ 미만으로 신선식품을 배제한 1천SKU가량의 PB상품을 취급하는 형태로 출점했다. 이 같은 포맷의 소형 점포가 당시 미국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디는 현지 소매업체들과 무모한 경쟁을 벌이기보다 자신들의 색깔을 잃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드 디스카운터의 기본 원칙을 지키며 세력을 넓힌 알디는 소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비용과 품질,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 다음과 같은 경영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 SKU 압축과 제한된 상품구색
제한된 상품구색은 사실상 하드 디스카운터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상품구색을 제한, 취급품목과 품종을 최소화하면 점포 운영을 단순화할 수 있어 최소한의 인력으로도 점포를 운영할 있다. 실제로 해외 알디 매장에 가보면, 계산대 근무자를 포함해 3명 이상의 직원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영업시간에 보충진열을 하는 직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수요 예측과 빠른 상품 회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점포 운영의 단순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
또한 알디나 리들은 디스카운트 스토어임에도 불구하고 월마트나 코스트코(Costco)와 달리 대용량 단위의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재고관리가 필요한 상품도 거의 묶음 판매를 실시하지 않으며, 오렌지 주스나 우유 같은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다. 휴지와 같은 생필품도 용량을 줄임으로써 고객의 잦은 반복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 슈퍼마켓의 평균 취급품목 수는 3만SKU, 월마트는 10만SKU인 데 반해 알디와 리들 경우 1천∼1,500SKU를 넘지 않는다.
• PB 중심의 저렴한 상품 제공
알디와 리들은 NB 취급 비중이 10%를 밑돈다. 미국에서는 알디가 전체 취급품목의 90%를 PB상품으로 채우는데 비해 월마트 PB 비중은 38% 정도다. 하드 디스카운터 자체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은 뛰어나다. 특히 최근 PB는 더 이상 가격만 싼 것이 아니라 품질 경쟁력도 점차 NB와 대등해지고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 보면 PB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먼저 장점을 살펴보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하며, 제조업체나 공급업체를 다변화함으로써 상품 공급기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반면, 품질에 대한 책임이 제조업체에서 소매업체로 이동하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NB상품에 비해 PB에 대한 고객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따라서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의 PB는 제품 라벨을 보다 명확하고 심플하게 제작, 소비자가 인식하기 쉽게 부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제프리앤코(Jefferies&Co.)가 미국에서 발표한 시장조사 보고서에는 흥미로운 결과가 하나 있다. 2015년 버지니아(Virginia)주에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2017년 메릴랜드(Maryland)주에 첫 점포를 낸 리들의 상품 가격이 월마트보다 9% 저렴한 것. 리들 PB는 지역의 대표 슈퍼마켓 체인 푸드 라이언(Food Lion)보다 16% 저렴하며, 일부 상품 경우 경쟁자인 알디 상품보다 3%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PB의 가격 경쟁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며, 여러 조사에서 알디와 리들 가격이 다른 소매업태에 비해 저렴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 저가 정책에도 품질력 향상 동반
최근 국내 PB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와 미국·유럽 소비자들의 PB상품에 대한 선호도와 인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국내 유통시장은 상대적으로 소매업 역사가 짧고, 내수 규모가 크지 않다.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 간 경쟁이 선진국보다 심하지 않으며, 제조업체의 브랜드력이 소매업체보다 높았던 것도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매업체들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PB상품 품질이 개선되면서, 이제 국내 PB 시장도 가격과 품질을 내세우며 급속하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하드 디스카운터들의 PB 품질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는 공급업체 간 경쟁을 촉진하고, 품질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비용 대비 품질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알디와 리들 경우 자체 브랜드 상품의 가격만 강조하지 않고 점차 품질을 앞세우고 있음을 여러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경제위기가 있던 2000년대 초반 두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22%에서 26%로 상승했는데, 경제 위기를 벗어난 이후에도 점유율이 28%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가 더 이상 가격소구 업태가 아니라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독일에서는 저소득층의 43%가, 고소득층의 34%가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이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알디, 리들 상품의 품질 신뢰도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노 프릴 스토어, 효율적인 점포 운영
상품구색 제한과 품목 최소화를 추구하는 하드 디스카운터들은 빠른 재고 회전을 통해 점포 운영 효율을 높인다. 물류에 있어서도 크로스도킹 비율을 높여 효율화를 추구한다.
실제로 알디 경우 표준 제품의 크로스도킹에 의한 물류가 90% 이상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속하게 계산을 마치고 쇼핑카트로 상품을 옮길 수 있게 매장이 구성돼 있으며, 계산대를 나와 고객이 바로 출구를 향할 수 있도록 계산대 외부는 화장실 이외의 시설을 두고 있지 않다.
많은 이들이 알디를 ‘노 프릴 스토어(no-frills store)’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불필요함 없이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즉, 알디의 효율성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알디는 비용 경우 물류비, 임대비, 간접비 및 마케팅 비용을 각각 2%씩 책정하고, 상품 마진으로 13∼14%를 책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와 전통 슈퍼마켓의 손익 비교를 보여주는 자료만 봐도, 하드 디스카운터 효율이 월등하게 높음을 알 수 있다.
◇고객 가치가 최우선인 알디 11계명
앞서 언급한 알디 11계명에는 하드 디스카운터가 지향해야 할 모든 것이 담겨있으며, 이는 경쟁자인 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원칙은 소매업체와 그 협력업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하드 디스카운터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는 피드백 과정을 통해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는 지속 성장하고 있다.
HDS 탄생과 성장 배경
가격 파괴형 본질에 상품력까지
HDS 경쟁력 배가
알디와 리들을 중심으로 한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가 유럽을 넘어 전세계 유통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 소매업계 중 일부도 하드 디스카운터 모델을 채택, 매장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PB 확대로 마진 확보’, ‘SKU 압축’, ‘불필요한 비용 제거’ 등으로 대변되는 업태의 탄생과 성장 과정에 대해 살펴보며 현재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살펴본다.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이 200개를 넘어서고 대형마트, 슈퍼마켓 같은 유통업체들이 매장 내 일부를 이와 같은 콘셉트로 전환하거나 시험적으로 변화시켜보는 시도가 늘고 있다. 국내에도 초저가 판매를 실시하는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가 새로운 업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내 유통업에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출현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2007년, 농수산홈쇼핑이 ‘700마켓’ 이란 이름으로 오픈했던 6개 점포가 국내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진열 상품 수를 700개로 제한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해 유통업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업체가 알디다. 물론 경쟁자 리들이 있고 콜롬비아의 ‘D1’과 멕시코의 ‘보데가 오레오(Bodega Aurrera)’와 같은 중남미 소매업체 그리고 넓은 의미에서 미국의 ‘세이브 어 랏(Save a lot)’도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에 속한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이어온 알디의 행보를 하드 디스카운트스토어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알디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탄생 배경과 발전과정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하드 디스카운터의 기틀 잡은 알디
알디의 기원을 창업자 형제 칼(Karl)과 테오(Theo) 알브레히트(Albrecht)의 어머니 안나(Anna)가 1913년 독일 에센(Essen)지역에 문을 연 작은 식료품 가게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두 형제가 어머니 가게를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매장을 늘려가기 시작한 1948년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알디라는 상호는 1962년 자신들의 성 알브레히트와 디스카운트(Discount)의 앞 글자를 따서 지었다. 그러나 칼과 테오 형제는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에 대한 이해 정도와 관계 없이 오래 전부터 점포 운영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독일 군대에 다녀온 뒤, 어머니 가게를 인수한 1946년의 독일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승전국이 맞이한 풍요의 시대와는 반대로 절약과 근검의 시대를 맞이했다.
당시 독일의 일반적인 소매점 업태였던 ‘협동조합 매장’은 고객이 상품 구매 후 쿠폰을 보내면 리베이트를 환급해주는 형태였다. 따라서 알디를 운영하는 두 형제는 리베이트 최대치인 3%를 사전 할인하는 방식에, 점포에서 회전이 느린 상품은 철수하고 아울러 보관과 이익관리가 어려운 신선식품을 배제한 운영을 실시했다.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기본 개념인 점포 최소화 방식을 초기 점포부터 반영한 것이다.
알디 역사를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단순히 알디라고 부르는 기업은 사실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알디라는 회사명에 각각 독일어로 북쪽을 뜻하는 Nord와 남쪽을 뜻하는 Süd를 붙여 구분한다. 북 알디(Aldi Nord)는 35개 개별 지역 기업으로 구성돼 서부, 북부, 동부 지역에 2,500여 개 점포가 있으며, 남 알디(Aldi Süd)는 서부와 남부 독일에 1,600여 개 점포를 운영한다. 해외 점포 경우 북알디가 유럽에 치중한다면 남 알디는 미국에 진출했다. 기업 로고를 보면 어떤 알디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사진1 참고).
알디가 두 개 기업으로 나눠지게 된 이유는 1960년대 중반 담배 판매를 둘러싼 의견 차이였다. 하지만 두 형제는 기업이 분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할 때까지 알디를 공동으로 관리했으며 이후에는 가족재단이 알디를 운영하고 있다.
알디는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300여 개 점포만을 보유한 기업이었다. 1967년 오스트리아 소매업체를 인수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고 이후 1973년 네덜란드 진출과 함께 본격적인 해외 사업을 시작했다. 1960년대 들어서며 독일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인 알디가 해외 진출하게 된 계기중 하나라고 본다.
1976년 미국 아이오와주에 알디의 첫 미국 점포가 문을 열었다. 이전까지 미국은 월남전을 치루면서도 1차 오일쇼크를 겪을 때까지 베이비부머에 의한 인구증가와 함께 소매업 풍요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따라서 1960년대와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대표적인 소매업태인 그로서리 스토어(Grocery Store) 이외 업태는 굳이 등장할 이유가 없었다. 오프라인 소매업 최강자로 불리는 월마트 역시 1970년 매장 수가 38개에 불과했고 1980년대 이후 성장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미국에서 디스카운터의 등장은 비교적 늦었다. 경제불황과 찾아온 소득 감소에 따라 소비자들이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생활용품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디스카운터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합리적 가격에 개선된 서비스, HDS의 진화
알디와 함께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로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업체가 리들이다. 현재 전세계 1만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알디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리들이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사업 전개를 시작한 시점은 1973년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비교적 소규모 매장에 신선식품을 배제한 고회전 상품만을 구색해 압축해 놓는 알디의 영업 형태를 모방한 매장으로 시작했다. 이후 리들은 1994년 영국에 해외 최초 점포를 출점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며 급성장했다.
1970년대 이후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데에는 앞서 이야기한 경제 상황 이외에도 그 이유를 한가지 더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계층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현상이다.
197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경제규모가 커지고 산업이 고부가가치화 되면서 단순 노동 인력이 필요하게 됐다. 이는 여성 사회진출이 늘어난 계기가 됐고 상대적으로 출산율은 감소하게 되면서 이민자들이 밀려 들었다. 이민자 대부분은 정착지 국가보다 평균소득이 낮은 국가에서 유입됐고 아울러 정착지에서 소득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품질 위주 상품 구매보다 최소한 생활을 위한 가격 위주 상품 구매를 하는 소비자가 됐다. 이처럼 가격소구 상품에 대한 소비층이 증가하면서 디스카운터와 알디, 리들같은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들이 본격적인 성장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업태의 상징적인 모습으로는 품질보다 가격, 취급하기 어려운 신선식품 배제, 매장 축소 등이 있다. 하지만 지금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에게서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물류기술과 진열집기의 발달에 따라 과일, 채소를 포함한 농산부문과 냉장육 등 신선식품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으며 냉동식품을 넘어 RTE(Ready To Eat), RTH(Ready To Heat) 같은 상품도 판매한다. 한마디로 이제는 단순히 싸게 팔 수 있는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업태로 특징이 변하고 있다.
물론 NB상품이 아닌 PB상품 비중이 90%에 이르지만 품질에 있어 일반 소매점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알디 정육코너에서 최상위 등급인 블랙앵거스(Black Angus) 소고기를 판매하거나 리들 경우 미국 메릴랜드 점포 내에서 직접 구운 베이커리를 제공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점포 규모도 예전과 달리 커졌다. 진열 상품 수가 1천 SKU를 넘어 1,500SKU에 달하며, 아울러 신선식품과 냉장, 냉동식품 SKU가 늘어나면서 창고와 같은 후방 공간이 필요해져 매장면적이 늘어났다. 또한 전과 달리 고객들에게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동선과 계산 대기동선을 확대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늘리면서 매장면적이 평균 1,400㎡에서 2,300㎡규모로 넓어졌다. 주차장 역시 객단가 상승에 따라 상품구매량이 늘어나면서 커졌다.
이제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는 좋은 가격과 좋은 서비스는 비례할 수 없다는 소매업 원칙을 넘어 좋은 가격에도 나쁘지 않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업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온라인 전성기에도 HDS는 성장 예고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가 이런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이유에는 업태의 진화도 있겠지만 온라인 사업자와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따라갈 수 없는 상품구색, 낮은 가격 그리고 빠른 배송을 무기로 하는 온라인과 경쟁을 하려면 신선식품과 냉장, 냉동, HMR 상품 비중을 높이는 방법뿐이다. 알디는 아마존이 소유한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보다 매장면적당 매출이 두 배를 상회하는 경쟁자 트레이더조(Trader Joe’s)를 일찍이 인수해 상품개발 역량을 갖췄다. 따라서 미국 식품 소매업계가 매년 평균 2% 감소하는 시점에도 소매업 전문가들은 온라인 업체 못지않게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예측하고 있다.
미국을 예로 들면, 물론 월마트와 같은 디스카운터, 온라인 사업과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는 전통적인 슈퍼마켓 그리고 온라인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디, 리들, 세이브 어 랏 같은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의 미래는 점포 수 확대, 매출 증가 등 양적 성장과 함께 상품과 서비스, 점포의 편의성 등 질적 성장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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