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오마카세(お任せ), 자기만족인가? 과시 소비인가?
그야말로 오마카세 천국이다. 오마카세란 일본어로 ‘맡긴다’는 뜻이다. 주인장이 내주는 대로 먹는 코스 요리를 의미한다. 한국어로는 ‘맡김차림’이라는 용어로 주로 쓰인다.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스시, 한우 오마카세에 이어 커피, 디저트, 네일 아트 등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서민 식단을 코스처럼 제공하는 이모카세, 할매카세까지 등장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가격에도 인기 오마카세 식당은 늘 예약을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진다. 오죽하면 일본 언론에서 한국의 오마카세 인기를 조망할 정도다. 사람들은 왜 오마카세에 열광할까.
원인 ➊ 2030 포미족 부상
‘나한테 팍팍 쓴다’
MZ세대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토대로 소비하는 ‘가치 소비’ 성향이 크다.
오마카세는 가치 소비의 한 형태로써 ‘나를 위해 이 정도는 지불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오마카세 등 고급 레스토랑 향후 방문 의향을 묻자 81.1%가 ‘있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어 ‘값비싼 음식을 먹는 것은 나를 존중하고 위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질문에 20대 55.6%, 30대 45.6%, 40대 36%, 50대 35.6%가 동의했다. 젊을수록 동의하는 비율이 높다.
포미족 부상도 이와 관련이 있다. 포미족이란 건강(For health)·1인 가구(One)·여가(Recreation)·편의(More convenient)·고가(Expensive)의 다섯 가지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따온 신조어로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히 투자하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안병익 식신 대표는 “식당에 줄 서는 것만 봐도 소비자가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요즘은 자신이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원인 ➋ 과시 소비
오마카세, 자랑하기 최적화
2030세대가 활발하게 이용하는 SNS(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를 검색하면 무려 61만3000여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인스타그램이 자랑하기에 최적화된 SNS라는 우스갯소리답게, 많은 사람이 다녀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쁜 사진과 후기를 올리며 자랑하는 것이다.
이런 과시 소비는 전염성이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동질적으로 비슷한 것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이 있다”며 “동류 그룹과 유사한 소비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공유·확산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로도 ‘요즘 SNS, 커뮤니티 등에서 유명한 맛집은 한 번쯤 찾아가려 노력하는 편이다’라는 질문에 20대의 58.8%, 30대의 53.6%가 동의했다. 2030세대 2명 중 1명 이상이 SNS를 통해 유명 맛집에 관심을 갖고 방문까지 한다는 얘기다. 이런 트렌드가 오마카세 베블런 효과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원인 ➌ 취향·안목을 높이다
경험과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
오마카세는 전문가가 전문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다. 기존에는 소비가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선택이 이뤄졌다면, 오마카세는 경험의 폭을 넓힘으로써 모르기에 고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해준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마카세는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혀주고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의 내 선택지를 확장시켜준다”며 “소비의 자기주도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차별적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인기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와 관련, 트렌드모니터의 ‘고급 레스토랑 방문은 나를 위한 투자인가’라는 질문에 50대는 34.8%만 동의했지만 20대는 무려 61.2%가 그렇다고 답했다.
원인 ➍ 식당 사장도 환영
IT 예약 기술 발달로 수요 예측 가능
공급자 측면에서도 오마카세 시스템은 이점이 많다. 최근 문 연 오마카세 식당들은 셰프는 오픈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고객은 ‘ㄱ’자 형태 바에 앉아 음식을 즐기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이는 서빙 인원을 줄이면서도 고객과의 접점이나 대화 밀도는 더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식당 주인들이 선호한다.
더불어 캐치테이블 등 플랫폼을 활용한 철저한 사전예약제, SNS를 활용한 마케팅 등 IT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돼 수요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예약 보증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노쇼(No-Show)로 인한 리스크도 줄었다.
김형철 페페신사 셰프는 “예약 플랫폼이 고도화돼 손님이 얼마나 올지 예상 가능해졌다”며 “코스 요리 사전 예약을 받게 되면 셰프 입장에서는 그만큼 다양한 식재료로 창의적인 메뉴 개발을 해볼 수 있고, 확정된 인원만큼 식자재를 준비하면 되니까 재고 관리도 잘돼 수익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오마카세 식당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매경이코노미 제2204호
2023-04-13 21:57:31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윤혜진 기자 economy04@mk.co.kr
진욱 기자 economy03@mk.co.kr
이성민 기자 economy05@mk.co.kr
'Retail Issue > @Retail Tre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Trend〕"여성은 커피머신·조명, 남성은 디지털 가전" 관심 (0) | 2023.04.17 |
---|---|
〔Trend〕"무인화·전문화 뜬다" (0) | 2023.04.17 |
〔Liquid〕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0) | 2023.03.24 |
〔Liquid〕리퀴드 소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0) | 2023.03.24 |
〔Liquid〕갈대같은 고객 마음… ‘리퀴드 소비’가 세계경제 휩쓴다. (0) | 2023.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