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 of Business/@Street Fashion

★베트멍(Vetements) / 취리히 2014, 패션업계의 '디스럽터'

Paul Ahn 2023. 6. 7. 17:04

★베트멍(Vetements) / 취리히 2014, 패션업계의 '디스럽터'

(vetementswebsite.com)

 

•설립 : 2014

•설립자 : 뎀나 바잘리아, 구람 바잘리아

•본부 : Binzstrasse 44, 8045 Zürich, Switzerland

 

프랑스의 명품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명 '베트멍'은 프랑스어로 '의류'를 뜻한다.

 

당시 루이 비통의 시니어 디자이너였던 뎀나 바잘리아와 그의 동생 구람 바잘리아가 창립한 패션 브랜드이다. 뎀나 바잘리아는 브랜드에 대한 상업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보단 예술적인 목적으로 시작하였으나 2014 F/W 패션위크에서 호평을 얻으며 지인들의 권유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7 3, 본사의 위치를 프랑스 파리에서 스위스 취리히로 이전했다. 뎀나 바잘리아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도시인 취리히의 패션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도와 파리에 있는 것보다 세금이 적게 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019 9, 뎀나 바잘리아는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발렌시아가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베트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에서 사임한다고 발표했고, 2021년 구람 바잘리아가 그의 직위를 이어받았다.

 

신비주의와 해체주의를 섞은 안티컨포미즘의 콘셉트를 지향한다. 거칠고 저돌적인 펑크 요소를 가미한 스타일과 더불어 옷의 기장이 유독 길거나 옷이 찢겨지고 덧붙여진 것 같은 시각적 효과를 내는 등 기존의 시그니처 형태를 해체해 재구성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이러한 파격적이고 독특한 디자인과 신비주의적인 콘셉트로 패션계에 각광을 받았으며 이에 많은 셀럽들이 착용함에 따라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일반인이 소화하기엔 지나치게 개성적인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100만 원대를 호가할 정도로 비싼 가격으로 인해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끊임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패션쇼에 일반인 모델 쓰고, 한국의 짝퉁문화 풍자하는 '패션계의 뒤샹'

(chosun.com)

 

최근 경영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신조어 중 하나는 '디스럽트(disrupt·파괴하다 혹은 교란하다는 의미)'.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발상으로 시장의 틀 자체를 완전히 깨버려야 한다는 것.

 

패션업계의 '디스럽터'는 바로 프랑스 의류 브랜드 베트멍(Vetments)이다.

 

패션업계에서는 베트멍의 화려한 등장을 두고새로운 시대의 역습이라고 평가했다.

 

2014년 파리의 디자이너 7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 브랜드는 벌이는 일마다 화제다. 택배업체 DHL의 로고가 찍힌 노란 티셔츠 한 장에 무려 330달러(한화 약 38만원)라는 믿지 못할 가격을 매기고도 매진시키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이 티셔츠 덕분에 베트멍은 '패션계의 마르셀 뒤샹(프랑스 화가)'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대량 생산된 변기를 ''이라는 작품으로 전시해 미술계를 뒤흔들었던 사건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2년 만에 베트멍은 전 세계 톱스타, 스타일리스트, 의류 바이어를 사로잡았고 이제는 옷을 만들기도 전에 주문이 마감되기까지 한다.

 

 

DHL 로고 새긴 티셔츠 한 장에 38만원

 

명품과 SPA브랜드의 양립화와 함께 혼란스럽고 과도기적인 패션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베트멍의 화려한 등장을 두고 패션업계에서는 '창조적 지각 변동' 혹은 '새로운 세대의 역습'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멍의 옷은 한번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람 둘은 너끈히 들어갈 듯한 넉넉한 품의 롱코트, 소매 끝이 무릎에 닿을 듯한 셔츠, 거리에서 보던 그래피티가 새겨진 운동복 바지까지 기존 브랜드의 패션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디자인이다.

 

파격적인 디자인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일각의 시선과 다르게 베트멍의 청바지(127만원)는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이 SPA브랜드 H&M에서 10분의 1 가격으로 나왔을 때도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 땅을 쓸고 다닐 듯한 검정 레인코트나 풍성한 실루엣의 점퍼는 패셔니스타로도 유명한 미국 가수 카니예 웨스트, 리한나, 저스틴 비버, 셀레나 고메즈 등의 일상복 패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선 가수 지드래곤이 무대에서 종종 입는다.

 

국내에서 베트멍을 살 수 있는 매장은 신세계 분더숍(수입 명품 편집 매장) 10꼬르소꼬모 매장 정도다. 조준우 분더숍 수석 바이어는 "2015년 가을 베트멍 제품을 처음 선보인 이후 2년 만에 매출이 5배 이상 늘었다"면서 "처음에는 고객들이 베트멍의 디자인이 난해하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오히려 더 과감한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베트멍은 기존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 브랜드의 차별성은 제품이 아닌, 제품을 만드는 철학에 있다. 패션계의 관습과 낡은 시스템을 바꿔보자는 것이 젊은 디자이너들이 뭉친 이유다. 브랜드가 제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우리가 만들었으니 당신은 입어라'가 아니라 '당신이 원하는 옷을 우리가 만들겠다'가 베트멍의 가치관이다.

 

베트멍의 수석 디자이너인 뎀나 바잘리아는 "지금의 패션계는 재미가 사라졌다. 우리는 뭔가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 싶다. 우리는 작은 브랜드이고 그래서 기존 프레임에 있지 않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우리의 옷을 사도록 하는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한국의 짝퉁 문화 비꼬는 판매 행사도

 

기존 체제도 과감히 버렸다. 비용이 많이 드는 시즌 외 옷 발표 행사를 없앴다. 패션쇼는 1년에 두번으로 제한하고, 남녀 의상을 한자리에서 선보여 비용을 줄였다. 패션쇼 자체도 파격적이다. 유명 모델을 쓰지 않고, 디자이너의 지인들,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일반인이 모델이다. 워킹 연습이라고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전문 모델과 달리 제각각의 속도로 런웨이를 스쳐지나간다.

 

팬들이 베트멍에 열광하는 데에는 베트멍의 '대담함'도 한몫했다. 베트멍은 지난해 10월 한국의 베트멍 짝퉁을 사들여, 리폼(수선)한 뒤 경기도 남양주시 한 창고에서 판매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한국에 베트멍의 카피 제품이 범람하자 이를 풍자한 것이다. 재킷 하나가 몇백만원대로, 가격은 기존 베트멍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자사 카피 제품을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패션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행사의 이름마저 '공식적인 짝퉁(Official Fake)'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열린 베트멍의 '공식적인 짝퉁(Official Fake)' 행사를 위해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

 

도심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열린 행사였지만,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행사 시작 1시간 전엔 500여명이 줄을 섰다. 이날 공개한 제품 중 레인 코트는 15분 만에 동나는 등 10개 품목 1000개 상품 대부분이 팔려나갔다.

 

패션 평론가 김홍기는 "패션계 '컬트 문화(소수의 열정적인 팬을 지닌 단체)'로 뜬 베트멍이 즐거운 풍자이자 일종의 경고를 한 것 같다" "뭔가 조금 뜬다 싶으면 미친 듯이 몰리고, 짝퉁을 거리낌 없이 생산해내는 한국의 사정을 정확하게 꿰뚫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멍의 대표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

 

 

베트멍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대표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 그는 창립 멤버인 7명의 디자이너 중 유일하게 신상을 밝힌 인물이다. 나머지 6명은 여전히 미스테리한 존재로 남아 있다. 바잘리아는 대중 앞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일종의 대변인 역할로, 그의 이력 자체가 베트멍의 역사다.

 

바잘리아는 세계 3대 패션스쿨인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 출신으로 명품 브랜드인 마틴마지엘라와 루이뷔통에서 7년간 일한 후 지난 2014년 일곱 명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베트멍을 설립했다. 그리고 2015년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아트 디렉터로 발탁됐다.

 

베트멍을 설립하며 뎀나 바잘리아는 패션업계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패션 비즈니스 시스템은 창의성과 비즈니스를 파괴하고, 끊임없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뎀나 바잘리아의 창의성과 베트멍의 상업적인 전략은 균형을 이루며 성공적인 패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1년에 두 번의 컬렉션만 발표한다는 원칙을 수립했다. 창조적인 부분은 시장보다 훨씬 앞서가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도전하고,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잘리아는 옛 소련의 조지아 출신이다. 1991년 내전으로 고향을 떠나 집시처럼 7년을 지내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정착했다. 그는 자신의 패션 감각의 뿌리를 이 같은 출신 배경에서 찾는다.

 

EconomyChosun

2017.10.07 07:00

배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