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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pamine〕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

Paul Ahn 2024. 4. 23. 10:17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

 

과도한 도파민, 뇌에 그대로 남아마약 중독땐 신경 영구손실

(mk.co.kr)

 

마약은 인간의 몸을 어떻게 망치나

즐거움 유도하는 쾌락중추 자극

도파민 흡수 막거나 분비 증가

투약기간 길어질수록 양 늘려야

일상적 자극으론 행복 못느끼고

깨어나면 우울증·무기력 가중

맥박 빨라지며 심장마비 유발

체온조절 실패로 사망하기도

수년간 국내 급속 유입

 

"마약이 국가적 리스크로 확산되기 전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이같이 밝혔다. 검찰을 중심으로 한 특별수사팀도 가동된다. 마약이 한국에 급속도로 유입되며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2013 9764명이었던 마약 사범은 지난해 기준 16153명으로 뛰었다. 2021년 대검찰청의 마약류범죄백서에서 공개된 수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마약 압수량은 1219㎏으로, 2017 155㎏에서 약 8배 뛰었다.

 

처음부터 자신의 몸과 정신을 망가뜨리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은 쾌락을 얻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댄다. 쾌락을 얻기 위해 하는 마약이 사람을 망가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약을 분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작용을 기준으로 흥분과 억제, 환각을 일으키는 약물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경우 모르핀과 헤로인은 억제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은 흥분제, LSD는 환각제로 나뉜다.

 

법적인 기준은 다르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를 크게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로 나눈다. 마약에는 양귀비와 아편, 코카잎 등이 포함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며, 오남용 때 신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판단되는 의약품으로 규정된다. 대마는 대마초와 대마초를 원료로 제조된 제품, 화학적 합성품 등이다.

 

 

마약이 신체를 망가뜨리는 과정은 뇌의 보상회로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명예연구위원(전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은 먼저 "뇌의 보상회로 자체는 개체가 생존하는 데 필수 기능"이라며 "보상회로가 없다면 사람은 먹이를 찾지도 않고 번식 활동도 멈춘다. 당연히 어린아이가 정상적인 성인으로 성장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배고플 때 음식을 먹는 것, 목마를 때 물을 마시는 행위, 칭찬을 받을 때 모두 뇌의 보상회로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 분비가 늘어난다. 뇌의 측좌핵(NAc)에서 나온 신경 정보는 뇌의 다양한 부위로 퍼져 나간다.

 

가령 정서 조절을 관장하는 편도핵에서는 즐거움, 행복함이 일어나고, 학습·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서는 즐거움을 주는 상황에 대해 기억을 형성한다. 동기부여를 담당하는 전두엽 또한 활성화된다. 이러한 뇌 부위들이 종합적으로 작동해 사람은 즐거움을 주는 행동과 상황을 반복해서 추구한다.

 

엔도르핀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통증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겪을 때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된다.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회로의 수용체에 결합해 신경 전달을 조절하고 통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엔도르핀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처럼 마약의 작용은 억제 효과, 흥분 효과로 구분되지만 둘 모두 엔도르핀·도파민과 연관이 있다. 김대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도파민과 엔도르핀 모두 쾌락중추를 자극한다. 가령 식욕과 성욕, 공격욕구 등이 충족될 때도 도파민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여러 요인이 모두 사람의 심신을 망치지는 않는다. 마약은 보상회로를 자연적이지 않은 경로로, 강력하게 자극한다. 경로는 마약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먼저 모르핀은 엔도르핀의 수용체에 결합해 보상회로를 자극한다. 헤로인과 최근 문제가 되는 펜타닐은 모두 모르핀과 작용 과정이 비슷하나 강도가 훨씬 강하다.

 

코카인은 분비된 도파민이 재흡수되는 통로를 차단한다. 이를 통해 도파민이 오랫동안 높은 농도로 작용하게 하는 것이다. 메스암페타민은 여기에 더해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킨다. 자체 분해 속도도 느려 오랜 기간 보상회로가 활성화된 상태로 유지되게 한다.

 

사람이 강력한 쾌감만 느낄 뿐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속되는 강렬한 자극은 뇌의 보상회로를 망가뜨려 다른 활동으로는 보상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신 명예연구위원은 "보상회로에 대한 강력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의 여러 부위에서 도파민의 농도가 높은 상태에 이른다. 이에 따라 마음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든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상태가 되면 보통의 자연적인 자극으로는 보상회로를 활성화할 수 없게 된다. 자연적인 자극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무쾌락증에 이르게 되고, 우울증으로 빠진다"고 설명했다.

 

결국에는 뇌를 포함한 몸의 신경 전반이 망가진다. 김 교수는 "뇌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균형을 유지하려는 습성"이라며 "도파민 신호를 계속 강화하다 보면 뇌의 항상성이 무너지게 된다. 뇌가 수축하며 기능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가 쾌락만 느끼고 끝나는 게 아니다. 교감신경계에도 영향을 준다" "심장도 신경이기 때문에 우리 몸의 상태를 반영해 조절한다. 신경 균형이 깨지며 심장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에는 생명도 위협받는다. 약물의 종류에 따라 죽음에까지 이르는 길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천영훈 참사랑병원장은 "각성제 계통을 계속 투여하면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이는 뇌출혈이나 심장마비로 이어지게 된다" "억제제 계통은 호흡중추를 마비시켜 숨을 멎게 만든다"고 전했다. 이어 "엑스터시 계열은 체온조절중추를 마비시킨다" "체온은 자동으로 조절돼 39~40도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는데, 술을 마시고 엑스터시를 먹으면 체온조절을 하지 못해 고열로 사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포폴 등 마취제로 사용되는 마약은 보다 직접적으로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다. 몸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투여했을 경우 정상적 신경회로를 차단해버리며 심장이 정지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수준에서 멈출 수도 없다. 강력한 중독성과 끊었을 때의 금단 증상은 마약이 가지는 또 다른 특징이다. 한번 마약으로 보상회로를 자극하게 되면 뇌는 다시 마약으로 얻을 수 있는 자극을 전보다 강하게 갈구하게 된다. 약이 없으면 극심한 우울감과 패닉 상태에 빠진다. 자신의 의지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정희영 기자 giraffe@mk.co.kr

2022-11-07 16:2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