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중독에서 탈출하는 7가지 생활 습관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인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약 1,044억 분이었다. 특히 ‘숏폼’ 이용 시간이 크게 늘었다. 재미와 긴장을 느끼지 않고는 한시도 견디지 못하는 ‘도파민 중독’이 화두인 가운데, 스마트폰에 빼앗긴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도파민 디톡스’ 붐이 일고 있다.
◇끊임없이 도파민을 만드는 ‘도파밍’ 시대
대지를 뚫고 나온 봄기운이 완연했던 3월 중순, 보라매공원에 있는 보라매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12명으로 구성된 ‘희망나눔 동아리’가 발대식을 갖고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 것. “희망나눔 동아리는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건강한 인터넷 사용 문화를 익히고 미디어 과의존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 입니다.” 이날 오리엔테이션을 맡은 박세라 센터장은 말한다. 이날 발대식을 위해 모인 학생들 앞에는 실제 미디어 의존도를 알아보기 위한 체크리스트가 놓였다.
1년 전 부모님의 권유로 가입했지만 자발적으로 회원 가입 기간을 연장했다는 박정현 군은 체크리스트를 들여다보면서 “지난해만 해도 대부분 난에 체크를 했지만 지금은 체크하지 않은 항목이 훨씬 많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몇 달 전만 해도 스마트폰 없는 일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동아리 활동 없는 주말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동아리 활동에 푹 빠져 있다. 마인드카페 심리상담센터를 찾은 웹 디자이너 박소영 씨는 최근 들어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잦다. 집에는 아예 열어보지도 않은 택배 상자가 쌓여가고 있다. 모두 도파민 낭비의 결과다.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하는 일이 점점 늘고 있어요. 능률은 떨어지고 집중하기는 더욱 힘들어지는 것 같은데 SNS를 보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 사라져요. 그러다 보니 밤늦게까지 SNS를 보게 되고요. 내가 왜 이럴까, 스스로 묻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의 원인을 알고 싶었던 그는 간단한 테스트를 거친 끝에 전문가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맡은 마인드카페 심리상담센터 용산점의 오지희 원장은 자극보다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조절 능력을 강조했다. “타고난 기질이 높은 자극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새로운 것, 흥미 있는 것을 계속해서 찾아 나서는 거죠. 흥분과 보상을 주는 것에는 굉장한 집중력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성인 ADHD도 있고요. 어느 쪽이든 조절 능력을 잃으면 중독에 빠지기 쉽습니다. 조절 능력을 잃지 않도록 관리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터넷 중독·예방 상담 프로그램
“스스로 생각해도 인터넷 사용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껴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또래들과 고민과 해법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고요. 앞으로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할 예정이라 기대를 갖고 있어요. 스마트폰 없이도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시 아이윌센터는? ‘아이윌센터’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서울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는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으로 문제 와 갈등을 겪는 청소년과 가족에게 다양한 형태의 상담을 지원한다. 또 예방 교육과 대안 활동을 제안해 건강한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을 돕는다. 서울에 총 6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이트 iwill.or.kr | 전화번호 1899-1822
◇자극의 공백을 견디지 못하는 도파민 중독
지난 설 연휴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가수 겸 배우 설현의 일상은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하루 평균 11시간 숏폼을 시청한다고 밝힌 그는 ‘도파민 중독’의 전형으로 보였다. 릴스, 쇼츠, 틱톡. 도파민 이 아닌 ‘도파밍(도파민과 파밍Farming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우리는 빠르고 재미있는 ‘도파민 중독’ 시대 의 중심에 서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2023년 말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0월 기준 한국인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약 1,044억 분이라고 한다.
유튜브 사용 시간은 첫 조사가 이루어진 2018년 395억 분에서 매년 늘었는데, 5년 사이 무려 3배나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기껏해야 10~15초 남짓한 콘텐츠인 ‘숏폼’ 을 보는 시간이었다. 2020년 대비 각각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 (172억 분)은 262%, 틱톡(79억 분)은 191% 증가했다. 깊이 몰입할 필요가 없는 데다 취향에 맞는 짧은 영상만 쏙쏙 골라 볼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도파민 분비를 차고 넘치게 한 것이다.
어디 숏폼뿐일까. 주변을 보면 커피나 단맛에 중독된 이도 많다. 매일 아침 모닝커피로 카페인을 수혈하고, 밤에는 쌓인 업무를 멀티태스킹으로 처리하기 위해 더 진한 블랙커피를 마신다. 업무 중간중간 체력이 고갈될 때쯤이면 ‘당 충전’을 핑계로 크림이나 설탕이 듬뿍 들어간 디저트를 찾기도 한다. 퇴근 후 에는 검지를 ‘빠르게’ 놀려 다른 사람의 SNS를 스캔하며 애써 불안과 스트레스를 잊는다. 반복되는 일상 속 우리는 다수의 자극을 하루 루틴에 몰아넣고 ‘효율’이라고 믿는다.
자극을 추구하는 이런 행위들은 모두 요즘 줄기차게 거론되는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 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도파밍’을 꼽기도 했다.
◇채우는 대신 비우는 사람들
한편에서 과도한 도파민 분비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울어진 뇌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도파민 디톡스’ 혹은 ‘도파민 다이어트’ 다.
커뮤니티 게시글에서는 ‘도파민 디톡스 챌린지’를 인증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남 역삼동에는 스마트폰을 반납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북 카페가 생겼다. 카페에는 정해진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가두는 ‘금욕상자’도 있 다. 자발적으로 휴대폰을 가두고 아날로그 타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디지털 디톡스 콘셉트의 카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도파민 디톡스의 대상을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도파민 디톡스는 자신의 생활 습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중독 대상이 무엇이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일주일 중 하루, 한 시간 스마트폰 끄기 등 ‘도파민 디톡스 데이’를 정해놓고 실천하는 것이 좋다. 실천 가능한 작은 목표를 정해놓고 조금씩 성취감을 쌓아나간다면 찰나의 재미 대신 오래 지속되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 의지해 보내는 시간을 운동, 독서, 텃밭 가꾸기, 그림 그리기 등 나만의 취미로 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생각 인형을 만들고, 도구를 이용한 게임을 즐기죠. 스마트폰 없이도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누릴 수 있답니다.” 박세라 센터장은 말한다. 오지희 원장은 “짧은 순간의 재미 대신 일정 시간의 몰입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한다. “의지로 이겨나가는 게 어렵다면 환경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조절 능력을 키우는, 다른 취미로 대체해보는 거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입니다.”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끊으면 이전에는 몰랐던 맨밥의 단맛 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감정도 그렇다. 자극의 공백인 지루함은 진짜 즐거움을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여백이다. 오늘부터 도파민 단식, 완전 단식이 어렵다면 간헐적 단식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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