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진촌마을 냉면집 / 1960년대, 백령냉면
백령도에는 이곳 외에도 중화동, 사곶, 신화동, 가을리 등 냉면을 내놓는 전문 식당이 있다. 백령도 냉면은 메밀로, 육수는 사골을 기본으로 하는 황해도식이다. 남북 분단 이전에 백령도는 황해도에 속했다.
백령도에 냉면을 파는 식당이 문을 연 것은 1960년대이지만 겨울철에 시작해 봄이 오면 문을 닫는 계절 음식이었다. 냉면은 한반도 북부 지방 음식이다. 겨울철이면 손맛 좋은 집에 삼삼오오 모여 냉면을 내렸다. 국수틀도 마을에 하나쯤은 있었다. 백령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전쟁을 피해 백령도로 들어온 실향민에게 냉면은 삶의 허기와 고향 생각을 달래는 음식이었다.
며칠 머물다 전쟁이 끝나면 돌아갈 심산으로 고향에서 가까운 백령도에 머물렀다. 그 며칠이 70여 년의 세월로 바뀌었다. 봄이면 농사가 시작되고 어장을 해서 먹고사느라 외로움과 서러움을 잊었다. 하지만 일이 없는 겨울철이면 고향 마을이 보이는 장산곶 하늬바다에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스멀스멀 그리움과 외로움이 피어올랐다. 이 무렵 찾았던 것이 냉면이었다. 겨울철 펄펄 끓는 아랫목에서 차가운 냉면을 먹고 뜨거운 면수로 마무리했다. 그러면 그리움과 서러움도 며칠은 잊을 수 있었다.
지금처럼 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마을마다 문을 연 것은 1990년대 쾌속선이 다니기 시작하면서다. 여행객은 물론 군인 가족들의 발걸음도 잦았다. 겨울철에 먹던 백령도 냉면 맛도 빠르게 외지인에게 소문이 났다. 백령도의 특산물인 까나리 액젓이 곁들여지면서 ‘백령냉면’이라는 소문이 났다. 봄이면 안개로, 겨울에는 파도로 뱃길이 자주 끊기지만 배가 들어오면 어김없이 여행객과 군인 가족이 들어온다. 그리고 냉면을 찾는다. 냉면집도 진화해 주민들 단골집, 군인들이 잘 가는 집, 여행객이 많이 찾는 집이 생겨났다. 그리고 겨울철이 아니라 사철 즐기는 향토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을이 오면 소금꽃이 피듯 철조망과 바다를 배경으로 하얗게 핀 메밀꽃도 볼 수 있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0.07.08.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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