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 종로 3가역 4번출구 포장마차 거리
“종로 3가 4번 출구로 와.”
지난 23일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파티를 종로 3가에서 한다는 거야?’ 불신 가득한 마음으로 도착한 종로 3가 4번 출구에 도착했습니다. 탑골공원과 낙원악기 상가가 있는 곳. ‘여긴 어르신들이 가시는 곳 아닌가? 밤에는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들의 마음의 안식처로 알고 있는데’ 그런 편견은 도착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종로 3가 4번 출구를 중심으로 ‘노가리마켓’, ‘파전집’ 등의 가게들이 펼쳐집니다. ‘종로 3가 포장마차’ 거리라고도, ‘종로 3가 야장 거리’라고도 부르는 곳입니다. 여기에 서울 시내 멋지고 힙한 사람들은 다 앉아서 소주 한 잔에 노가리 한 점을 먹고 있었습니다.
사실 ‘힙한 장소’란, 어떻게 운영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모이느냐 이지요? 결국 공간을 만드는 건 사람의 힘이니깐요. 해운대 포장마차 거리보다는 연령대가 낮고, 을지로 만선 호프 야장거리보다는 더 다양합니다. 조금 팁을 드리면, 남자들의 비율이 조금 더 높아요. 방송인 안선영씨가 “멋진 남자를 만나려면, 여자들이 많은 브런치 카페가 아닌, 멋진 남자들이 많은 곳으로 가라”고 했지요? 여기가 그곳입니다. 선배들이 ‘우동 한 그릇에 소주 한잔하자’며 끌고 가던 퇴근 후 포차가 언제 이렇게 힙해진 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문제 하나 드릴게요. ‘포장마차’, ‘야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면 ‘옛날 사람’, 신기하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면 ‘요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Z 세대에게 포장마차란 축제 때나 보던 것, 새롭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2000년대 이후부터 진행된 포장마차 철거 정책 때문에 많이 사라졌지만, 최근 포장마차는 다시 Z 세대의 레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포장마차와 야장을 신기해하는 외국인의 환호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날 갔을 때도 이태원보다도 외국인들이 더 많더라고요.
이 거리에서 맛집이 어딘지 궁금하신 분들? 사실 추천 해 드리기 힘들어요. 여긴 맛으로 먹는 곳은 아니에요. 분위기로 먹는 곳이지요. 그냥 자리 있는 곳, 예약 가능한 곳을 찾으시는 것이 빠릅니다. 유료 주차장들도 있지만, 작고 주차가 힘드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길 권합니다.
포장마차에서 거하게 식사와 술을 하시고 나서, 2차 갈 곳이 고민되신다고요? 이날 제 파티 장소는 지난달 23일 오픈한 ‘새서울’이었습니다. 1~2층은 오락실, 3~4층은 카페와 라운지, 5~6층은 루프탑으로 돼 있는데요. 오락실이 진짜 우리가 가던 옛날 오락실이에요! 지폐 교환기에서 동전으로 바꾸시고요. 다들 어린 시절 하시던 총 쏘고 싸움하는 고전 게임 있지요? 그거 하시면 됩니다. 전 조기 교육이 됐을 뿐인데, 주변 Z세대들이 “잘한다!”며 놀란 눈으로 쳐다보더라고요. 3~4층 카페 라운지의 벽지는 옛날 경제 잡지로, 장식은 할머니집에서나 보던 자개로 돼 있는데, 이걸 신기해하는 모습이 더 신기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옛날 잡지들과 가구들을 버리지 않을 걸 그랬어요.
3~4층의 카페와 라운지에서는 DJ가 클럽 음악을 틀고 있고요. 5~6층 루프탑을 가면 익선동 한옥마을이 훤히 보입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사저 ‘누동궁’ 자리가 지금은 옷가게로, 카페로 젊은이들의 ‘힙플’이 됐다는 사실이 위에서 내려다보면 더 신기하더라고요. 그 공간을 누구보다 힙하게 즐기는 우리의 Z세대들도요!
2023.09.28. 06:05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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