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 무너지는 국제질서
동맹 관계보다 거래가 우선
트럼프주의 美 빠르게 잠식
미국의 핵우산 장담 어렵고
우크라 패싱 韓에 닥칠 수도
안보·경제위기 생존 대비를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취임은 익숙해져 있던 세계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불변의 원칙으로 여겨졌던 것들조차 의심의 대상이 됐다. 기존 국제질서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데, 앞으로 형성될 국제질서의 모습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1945년 이후 세계 질서의 핵심은 미국을 비롯한 민주국가들이 자유진영으로 단결한 데 있었다. 권위주의 국가라도 친미·친서방 태도를 분명히 한다면 이 진영에 편입될 수 있었다. 이들 국가는 상호 안전을 보장하는 한편 무역과 경제협력의 자유화를 촉진하며 자유민주주의 사상 확산에 기여했다. 미국의 막강한 국력은 이 체제의 기반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모든 규칙과 원칙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트럼프는 지난 70여 년 동안 보지 못했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치며, 동맹국들에도 거의 양보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민주·독재국가를 구분하지 않고, 사실상 권위주의 정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는 1940년대 이후 세계 정치에서 금기시되던 영토 확장에 대해 노골적으로 언급할 뿐만 아니라 그의 영토 확장 대상에는 동맹국인 캐나다와 덴마크까지 포함된다. 게다가 그는 친서방·친미 정책 기조로 인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생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운명을 과거 제국주의 시대처럼 우크라이나 대표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열강의 비밀 회담에서 결정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상황이 일시적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주장은 '시끄러운 노인'의 4년 임기만 견디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는 단지 착각에 불과하다. '트럼프주의'는 미국 사회에 예상보다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트럼프는 일반 투표에서도 승리한 공화당 후보로 기록됐다. 일반 국민뿐 아니라 엘리트 계층에서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라는 인물이 사라지더라도 '트럼프주의'는 미국 정치에서 계속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점은 미국과의 동맹이 더 이상 예전만큼 믿음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트럼프에게 군사동맹은 공유된 사상과 전략적 목표보다는 미국이 이익을 얻기 위해 수출하는 '서비스'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의 이행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돈을 잘 내는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트럼프는 동맹 공약 때문에 핵보유국과 충돌할 경우 동맹국을 정말로 보호하려 할지 의심스럽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핵보유국인 러시아와의 충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리는 1945년 이전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중이다. 소프트파워보다 군사력 등 전통적인 하드파워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군사력 없는 경제력은 큰 의미를 갖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 나쁜 소식이다. 핵보유국인 북한의 존재로 인해, 미국 핵우산의 존재 여부는 한국의 생사 문제에 해당한다. 트럼프화된 미국은 과연 핵우산 공약을 잘 지킬 수 있을까. 국방부 정책담당차관에 지명된 엘브리지 콜비를 비롯한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은 북한의 보복 우려 때문에 핵우산 공약을 지키기 어렵다고 이미 여러 차례 경고했다. 최근 주목받는 '우크라이나 패싱' 현상은 한국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한미 동맹을 다른 미국 동맹보다도 더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주의의 등장은 장기 과제다.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한국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2025-02-25 17:36:30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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