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 Issue/@Mega Trend

〔Trumpism〕 트럼프, 한국에도 거액 청구서 내밀었다.

Paul Ahn 2025. 3. 9. 13:02

Trumpism〕 트럼프, 한국에도 거액 청구서 내밀었다.

청구서 내밀었다

 

①관세 - "군사적 도움 주는데 관세 4배 높아 불공정"

②반도체 - "바이든의 반도체법 폐지"… 삼성·SK 타격

③에너지 - "알래스카 LNG에 한국 등 수조 달러 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워싱턴 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주한 미군 문제와 관세,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 사업, 반도체 지원법을 아우르며 한국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지난 1월 취임 후 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청구서를 투척해온 트럼프가 조만간 한국을 본격적인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막대한 대미(對美) 투자를 약속하며 트럼프 2를 총력 방어 중인 일본·대만 등과 달리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는 이날 2기 대통령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일본 등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산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아직 결정하지 않은 개발·투자 사업에 대해 기정사실인 것처럼 발표한 셈이다. 그는 이어 한국과 밀접한 반도체 보조금과 관세 등의 사안에 대해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셀 수 없이 많은 나라가 우리가 부과하는 관세보다 더 많은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고 있다.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네 배 높다고 했다. “우리는 한국에 군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데 우방국이 이렇게(높은 관세를 부과) 한다. 미국에 공정하지 않다고도 했다. 취임 후 중점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전방위적 관세 인상 대상에 한국을 포함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밝힌 것이다.

 

트럼프는 또 전임인 조 바이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칩스법(반도체 과학법)’에 따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무산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수천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주고 있다. 칩스법과 관련한 것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세계 최대인 대만 반도체 기업(TSMC)은 보조금도 받지 않고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며 한국 기업을 압박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트럼프는 방금 그에게 서한을 받았다. 젤렌스키는 (양국이 이견을 보였던) ‘광물 협정에 언제 어디서든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반도체 보조금 끔찍”… 삼성·SK, 60조 美 투자 전략 휘청

 

트럼프는 그동안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 접경국인 멕시코·캐나다, 1(2017~2021) 당시 무역 분쟁이 고조됐던 유럽연합(EU) 등을 겨냥한 미국 우선주의산업·통상 정책을 쏟아내면서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덜 언급했다. 하지만 4일 국정 연설에선 관세와 반도체 보조금 등 한국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을 다수 공격해 한국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 중 일부는 사실과 엄밀하게 부합하지 않지만, 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란 구호 아래 지금까지 트럼프가 전방위로 내리고 있는 조치들을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한국 관세, 미국의 네 배압박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의 네 배 수준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이 수치의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관세 통계를 취합하는 기관은 여럿이고 기관마다 다소 기준이 다른데, 트럼프의 언급은 세계무역기구(WTO) 통계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WTO에 따르면 모든 품목에 공통적으로 부과되는 평균 관세율은 미국이 3.3%, 한국이 13.4%. 생산자 단체의 반발로 농산물 등의 관세가 높은 편인 한국은 WTO 기준으로 집계할 경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관세가 높은 수준이다. 곡물류 등에 대한 관세율이 평균 212%, 과일·채소와 유제품의 관세율이 각각 67%, 59%에 달하는 등 일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일부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긴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한국 등의 높은 관세를 언급하며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부과하는 만큼 우리도 관세를 매기겠다. 그것이 상호(reciprocal) 관세의 정의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WTO 통계가 세계 모든 교역 대상국을 대상으로 집계했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미국의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이보다 훨씬 낮은 0.79% 수준이라는 주장으로 트럼프의 공격을 방어 중이다. 실제로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에 따라 양국 간엔 약 90%의 교역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한국은 현재 일부 미국산 농축산물 등을 뺀 미국산 수입품에 대부분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한국이 미국의 네 배 넘는 관세를 매기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된 통계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까지 트럼프가 발표한 관세 인상 조치를 보면 한국의 설득이 트럼프에게 먹힐지는 미지수다. 지난 4일부터 25% 관세 부과를 단행한 캐나다·멕시코도 미국과 FTA를 체결해 서로 간의 관세가 거의 0%인 국가이지만 트럼프는 마약·이민자 통제 미흡 등을 꼬투리 잡아 관세 폭탄을 강행했다. 트럼프는 의회 연설에서도 내가 숫자’(관세율)만 가지고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수치 외의 사안들도 고려해서 불공정 무역을 바로잡겠다라고 했다. 보조금·검역 등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아 관세를 올릴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보조금 폐지 시사, 삼성전자 등 비상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칩스법에 대해서도 반도체 보조금은 끔찍하다라면서 그동안 해외 기업에 약속했던 보조금 지급 계획을 취소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런 발언이 나온 후 보조금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보조금을 전제로 미국 투자를 이미 약속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엔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2월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짓는 대가로 미 상무부로부터 474500만달러( 68700억원) 규모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SK하이닉스는 미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지으며 보조금 45800만달러를 약속받았다. 보조금 일부를 지급받기 시작한 몇몇 다른 업체와 달리 한국 기업은 아직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2년 테일러 공장을 착공해 1공장은 외관 공사를 마쳤고, 2공장은 부지만 확보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착공 전이다.

 

트럼프 정부가 칩스법을 폐지하려면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정부가 개별적인 재협상을 통해 바이든 정부와 맺은 보조금 지급 조건을 더 까다롭게 바꾸거나 금액 일부를 삭감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보조금 지급 조건이 다르지만, 미 정부가 요구하면 재협상을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조만간 미 상무부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전망이다.

 

만약 트럼프의 압박으로 반도체 보조금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되면,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최근 반도체 산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투자 여력이 줄어 보조금 지원 없이 408억달러( 60조원)에 이르는 미국 반도체 설비 투자를 온전히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한 현금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TSMC는 지난 3일 보조금 지원 없이 10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신규 반도체 제조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TSMC의 이번 결정을 시사하며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보조금 없이도 미국에 (공장)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추켜세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TSMC와 격차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으려면 첨단 분야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쉽게 결단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칩스법

정식 명칭은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다. 미국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2022년 여야 초당적 지지로 통과됐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기업에 총 530억달러 보조금과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보조금을 받은 회사는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가 제한된다.

 

2025.03.06. 01:00

뉴욕=윤주헌 특파원

워싱턴=박국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