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마케팅〕24층 호텔로비… 소금커피… 고정관념 깨니 대박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1/27/2011112701144.html
창의적 아이디어 쏟아져 - 소액 예금에 더 많은 이자 주자 대학생 고객 몰려들어
기업의 수퍼콘서트를 지방서 여니 행사 50일 전 매진
참신한 아이디어도 좋지만 - 관심 불러일으키는 데에 이어 구매로 연결되려면
제품의 본질과 소비자 요구가 맞아떨어져야 효과
올해 초 국민은행은 대학생 전용 통장인 '락(樂)스타(Star)'를 내놨다. 이 통장의 특징은 많은 돈을 예금해야 더 많은 이자를 쳐주는 기존 통장의 상식을 깬 것이다. 100만원 이하 소액 예금에는 연 4%의 높은 금리를 주지만, 100만원이 넘는 부분에는 연 0.1%의 이자만 준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출시 1년도 안 돼 락스타 통장을 만든 대학생은 21만명이 넘었다. 이들 대학생의 통장 잔고는 평균 20만원 수준. 은행으로선 1인당 연 8000원 정도의 이자로 대학생을 잠재 고객으로 만든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발상 마케팅(Reverse Marketing)'이 인기를 끌고 있다. 틀에 박힌 접근법으로는 더이상 소비자의 까다로운 취향을 사로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만의 신우석 팀장은 "IT·식음료·서비스업 등 전 분야에 역발상 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다"며 "창의적인 뒤집기는 제품의 매출은 물론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소와 위치를 바꿔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파크하얏트서울' 호텔 로비는 건물의 최고층인 24층에 있다. 대부분 호텔의 로비가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이 호텔을 처음 찾은 투숙객은 건물 1층엔 엘리베이터밖에 없어 의아해하지만, 체크인을 하려고 24층에 올라간 순간 현대식 빌딩과 한강 경치를 한눈에 즐길 수 있다. 파크하얏트서울 임수연 과장은 "고객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안에 들어갈 수 있어 사생활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현대자동차 판매점은 커피전문점 '커피빈'과 인테리어를 똑같이 꾸몄다. 여느 커피숍처럼 커피를 주문하고 테이블에서 마실 수 있는 것도 다르지 않다. 다만 카페 안에 'i40'와 '제네시스 프라다' '벨로스터' 등 최근 출시된 자동차가 들어와 있는 것이 차이점. 현대차는 이에 앞서 서울 대치지점을 화랑처럼 꾸며 'H-art 갤러리'를 오픈하기도 했다. 현대차 측은 "매장을 찾는 고객이 하루 평균 500명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 ▲ 5월 부산에서 열린 현대카드 수퍼 콘서트. /현대카드 제공
가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이벤트를 지방으로 확대한 것도 일종의 역발상 상품이다. 지난 5월 부산에서 마련한 록 그룹 '마룬파이브' 콘서트는 행사 50일 전에 3500개 좌석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틀에 박힌 제조방식을 버려라
커피시장에도 차별화 경쟁이 시작됐다. 제조법을 바꾸어 설탕 대신 소금을 넣은 커피가 대표적이다. 커피전문점 파스쿠찌의 '솔티 아포가또(Affogato)'는 17세기 유럽에서 즐겨 마시던 '소금커피'를 재해석한 제품이다. 커피에 적정량의 소금을 더하면 단맛과 함께 깔끔한 커피의 맛을 배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인기를 끌고 있다.
운동화 시장에서는 '베어풋(bare foot)'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신발의 기능성을 최대한 억제한 대신 발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이 잘 변하는 신발 본연의 기능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 튀기지 않고 오븐에 쪄서 만든 도넛(사진 왼쪽)과 소금이 들어간 커피 솔티 아포가또. /오리온·파스쿠찌 제공
'도넛은 튀겨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오리온은 오븐에 스팀으로 쪄서 만든 '튀기지 않은 도넛'을 출시했다. 오리온 박교화 팀장은 "전통적인 제조기술을 버림으로써 도넛의 촉촉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이 역발상 마케팅을 도입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기존 방식대로 마케팅을 해서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없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역발상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발상 마케팅이 자극적인 선전 문구로 소비자의 호기심과 흥미만 유발하는 수준이라면 오히려 회사와 제품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뜨릴 수 있다.
서울대 김병도 교수(경영학)는 "역발상 마케팅이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가 있지만 구매로까지 이어지려면 제품의 본질과 소비자의 요구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광고 역시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의 본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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