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Service/@Noodle & Pho

⊙막국수

Paul Ahn 2009. 4. 20. 15:25

⊙막국수

 

껍질째 갈아 거칠게 뽑은 농민의 국수, ‘막국수

(chosun.com)

 

아기가 처음 태어나면 엄마젖을 먹는다. 젖을 떼고 나면 바로 곡식을 갈거나 끓여서 이유식을 시작한다. 곡식은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검증을 거쳐 온 탈 없이 먹어왔던 음식일 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곡식은 생으로는 먹기가 어렵다.

 

익혀서 먹거나, 또는 갈아 반죽하여 길게 늘이거나 얇게 썰거나 혹은 틀에 넣고 눌러서 먹는다. 국수다. 곡식을 이용한 이 형태를 언제부터 먹었는지는 기록에 의하면 아주 오래되었을 거라는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이 평범하고 흔한 음식인 국수는 21세기인 지금에도 여러 가지 형태로 사람들을 홀린다. 젖의 맛은 희미해도, 곡식을 늘리고 눌러서 모양을 바꾼 제 각각인 국수에서 처음 먹었던 곡식의 맛을 느껴서 일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밀은 귀했다. 국수도 부침도 만두도 메밀로 만들었다. 1950년대 밀가루가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국수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농경사회에서 작물재배를 위해 이곳 저곳을 이동해왔던 화전민은 전쟁을 중심으로 다시 생겨났다. 땅을 새로 경작할 때 불을 피워 야초와 잡목을 태웠다고 해서화전민이다. 가난한 농민들, 딱히 먹을 것이 없었던 그들에게 그때 메밀은 끼니를 해결해주었다.

 

여름이 지나고 짧은 기간에도 수확할 수 있는 메밀을 사용해 방아를 찧었다. 집에 있던 김칫국물도 넣어 비벼먹고 동치미국물도 말아먹었을 것이다. 국수 앞에 접두사가 붙은 이유다. ‘막국수는 농민들이 껍질째 갈아 거칠게 뽑은 국수를 일컫는다.

 

지금은 유명해진 강원도의 막국수 집들은 그래서 한국전쟁 이후인 1960년대부터 생겼다. 최소한 40년 전통인 집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