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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계보

Paul Ahn 2008. 5. 2. 08:46

⊙냉면의 계보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19/2013061901736.html

 

날이 더워질수록 생각나는 음식, 냉면입니다. 냉면은 본래 추운 겨울이 제철이요 제 맛이라지만, 무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주는 별미로 냉면만 한 게 없지요. 본래 평안도·황해도·함경도 등 이북이 고향이라는 냉면이 어디서 어떻게 내려와 자리 잡은 걸까요. '대한민국 냉면의 계보'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도시별로 이름난 냉면집들을 소개합니다.

 

 

〈평양·평안도〉

 

1911년 이미 '평양조선인면옥조합'이 생길 정도로 냉면은 평양의 대중적인 외식이었다. 평양은 물론 평안도 전체가 '냉면의 나라'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냉면은 대중의 일상 음식이었다. 평양냉면은 겨울에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한 동치미 국물을 주로 국물로 사용했지만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꿩고기를 이용한 고기육수에 메밀면을 말아낸 냉면도 동시에 존재했다.

 

 

〈함경도〉

감자나 고구마로 만든 전분 '국수' 1920년대 함경도의 대중적인 외식이었다. 감자 전분 면발에 식초로 삭힌 가자미회를 얹고 고춧가루, 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을 한 '회국수' 1930년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흥남지역에서 회국수를 많이 먹었다. 현재 북한에서는 국물 없는 회국수보다 국물이 있는 '감자농마국수'를 더 즐겨 먹는다.

 

 

〈황해도〉

황해도는 해주와 사리원이 냉면의 중심지였다. 같은 물냉면이지만 황해도 냉면은 평안도보다 면발이 굵고 돼지고기 육수를 많이 사용해 진한 고기맛을 기본으로 하면서 간장과 설탕을 넣어 단맛이 난다. 사리원의 냉면가게들은 1928 4 21일에 7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면옥노동조합'을 결성할 정도로 크게 성장한다.

 

 

'이남(以南)'에 정착한 냉면 ' 2의 고향'

 

〈서울〉

서울의 냉면은 몇 번의 커다란 전환기를 맞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 발전해 왔다. 서울에 냉면이 외식으로 등장한 것은 19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대가 되면 서울의 냉면집은 수십 개로 늘어난다. 당시 서울의 냉면은 여름 별식이었다. 서울식 냉면집들은 분단과 전쟁 이후 대거 내려온 평안도 사람들이 만든 냉면집들에 밀려 사라진다.

 

6·25 전쟁 이후 평안도 실향민들은 남산 일대와 남대문, 영락교회 주변에 정착한다.

 

평안도 출신들이 운영하는 평양냉면집들은 재료와 기후 차이 때문에 육수는 평안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동치미 국물 대신 주로 맑은 소고기 육수를 사용하게 된다.

 

우래옥(02)2265-0151, 평양면옥(장충동)(02)2267-7784, 남포면옥 (02)777-3131, 을지면옥(02)2274-6863, 서북면옥(02)457-8319, 을밀대(02)717-1922, 봉피양 방이점(02)415-5527, 능라(판교)(031)781-3989  

 

함경도 사람들은 중부시장과 청계천 오장동 부근에 자리 잡았다.

1953년에 '오장동함흥냉면'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 서울에서 함흥냉면의 질긴 역사가 시작된다. 전성기 때는 오장동에만 20여 개의 함흥냉면집이 있었다.

 

함흥곰보냉면(02)2267-6922, 오장동함흥냉면(02)2267-9500  

 

 

〈인천·백령도〉

인천에는 6·25 전쟁 이전에도 냉면이 성행했다. 1936년에는 인천의냉면배달조합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나올 정도로 냉면은 상당히 보편적인 외식이었다.

 

6·25 전쟁 당시 황해도 사람들은 백령도로 대거 피란한다. 실향민들이 많이 정착하면서 백령도에는 냉면문화가 꽃핀다. 백령도 냉면이 유명해지자 백령도 출신 사람들이 인천에서 백령도식 냉면을 팔면서 인천에는 백령도식 황해도 냉면이 전성기를 맞는다.

 

인천의 백령도식 냉면의 가장 큰 특징은 육수에 까나리 액젓을 넣어 진한 단맛이 난다.

 

부평막국수(032)527-1510, 변가네 옹진냉면(032)875-0410, 사곶냉면(백령도)(032)836-0559  

 

 

〈옥천〉 양평

옥천은 인천 백령도와 더불어황해도식혹은해주식냉면 문화가 꽃피운 곳이다.

 

1952년 황해도 출신의 이건협씨가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에서황해냉면이란 이름을 걸고 시작한 후 현재는 예닐곱 개의 냉면집들이 성행하고 있다. 황해도식 냉면은 면발이 굵고 돼지고기 육수에 간장이나 설탕으로 간을 해서 단맛이 강하게 나는 것이 특징이다.

 

옥천냉면(구 황해냉면)(031)772-9693, 옥천고읍냉면(031)772-5302

 

 

〈대전〉

평양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던 가문의 후손인 박근성씨가 6·25 때 월남해 평안도 출신 피란민들이 자리 잡은 대전 숯골에서숯골원냉면을 창업한 것이 대전 평양식 냉면의 시작이다. 메밀을 이용한 면발과 닭육수와 동치미를 섞은 육수를 사용한다.

 

숯골원냉면 본점(042)861-3288  

 

 

〈의정부·동두천〉

1952년부터 미군 기지가 주둔하면서 의정부·동두천 일대에는 실향민들이 많이 정착하게 된다. 평양 출신 실향민이 1953년에 창업한 동두천평남면옥은 평양 장터의 냉면을 파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얼음이 가득한 육수는 서울 마포의을밀대와 닮았다.

 

‘의정부평양면옥’은 1·4 후퇴 때 평양에서 피란 온 홍진권씨가 1970년 경기도 전곡에서 냉면집을 창업했다가 1987년 의정부로 옮겨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다.

 

서울의필동면옥을지면옥이 홍씨의 딸들이 운영하는 집들이다. 양지머리를 삶아 기름을 걷어낸 후 차게 숙성시킨 육수에 약간의 동치미 국물을 더하고 고명으로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이 의정부 평양면옥 계열 냉면집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평남면옥(031)865-2413, 의정부평양면옥(031)877-2282  

 

 

〈평택〉

전쟁 중인 1951년에 피란민 수용소와 미군 기지가 평택에 들어섰다. 전쟁이 끝나고 평안도·황해도 출신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평양식 냉면이 자리 잡는다. 평남 강서에서 냉면가게를 운영하던 실향민이 1953강서면옥을 시작한다. 강서면옥은 1958년 서울로 이전했다.

 

1930년대 평안북도 강계에서중앙면옥을 운영하던 고학성씨의 아들이 1974고박사냉면을 개업한다. 강서면옥과 고박사냉면은 모두 양지머리와 사태살을 삶아낸 육수를 기름을 제거해 맑게 한 후 동치미 국물을 섞고 간장을 살짝 쳐 엷은 갈색이 도는 육수를 만든다.

 

고복례냉면(구 고박사냉면)(031)655-4252 강서면옥(서울)(02)752-1945  

 

 

〈대구〉

1951년 평양 실향민이 창업한강산면옥이 대구 최초의 평양식 냉면집이다. 1960년대 중후반 평양 냉면집안면옥창업주의 아들이대동면옥, 1969년에는부산안면옥이 부산에서 옮겨오면서 냉면이 대구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다.

 

‘안면옥’은 지금까지 기록으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냉면집이자 그 가족들이 운영하는 최고로 긴 역사를 가진 식당이다. 소고기 양지를 중심으로 끓여낸 맑은 육수에 간장으로 단맛을 더하고 식초를 조금 쳐 동치미같이 신맛이 약간 감도는 맛을 내는 것이 대구식 평양냉면의 특징이다.

 

대동면옥(053)255-4450, 부산안면옥(053)424-9389  

 

 

〈풍기〉영주

경북의 내륙 풍기는 경상북도에서 실향민이 가장 많이 정착한 곳이다. 휴전 이후 풍기에 모여든 실향민들은 견직물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덩달아 평양식 냉면집들도 장사가 잘됐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견직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냉면집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지금 풍기를 대표하는서부냉면은 평북 운산 출신의 창업주가 1973년에 문을 연 집이다. 평안도에서 육수로 자주 사용하던 꿩과 돼지고기 국물을 경상도 사람들이 싫어한 탓에 지금 같은 소고기 육수가 만들어졌다.

 

서부냉면(054)636-2457

 

 

〈속초〉

함경도 출신의 실향민들은 1951년 이후 고향과 가장 가까운 속초로 모여들었다. 바닷가 모래사장이던 청호동과 건너편인 중앙동, 금호동에 피란민들이 둥지를 틀었다. 현재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함흥냉면집으로 알려진 함흥 출신이 세운함흥냉면옥 1951년 중앙동에 자리를 잡고 영업을 시작했다. 함흥냉면옥은속초식함흥냉면을 만들어냈다. 고향과 다른 환경과 재료 때문에 면의 주재료였던 감자 전분이 고구마 전분으로 변했고, 냉면의 성격을 결정하는 꾸미가 가자미회에서 명태회로 바뀌었다.

 

함흥냉면옥(033)633-2256, 양반댁(033)636-9999, 단천식당(033)632-7828, 대포함흥면옥(033)632-6688  

 

 

〈부산〉

함경도 실향민의 대량 이주로 시작된 부산의 냉면 문화는 특이한 양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부산의 번성했던 면() 문화가 함경도의 회국수 문화와 만나밀면이라는 새로운 면 문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밀면함흥냉면의 현지화, 식초로 삭혀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회냉면

 

1954년 부산 남구 우암동에 흥남철수 당시 남쪽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의 대규모 피란촌이 형성된다. 함경도 내호에서 냉면집을 하던 실향민이 고향 이름을 따 1954년에내호냉면을 개업한다. 실향민들을 대상으로 한 냉면집이었지만 고향과 다른 기후와 재료 때문에 밀가루 70%에 고구마 전분 30%를 섞은 밀면을 만들어 낸 것은 1959년의 일이다.

 

밀면은 초기에는밀냉면’, ‘부산냉면’, ‘경상도냉면으로 불렸을 만큼 냉면의 영향이 강했다.

 

내호냉면(051)635-2295, 시민냉면(051)895-8726, 개금밀면(051)892-3466  

 

 

〈진주·사천〉

진주냉면은 19세기 말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960년대 중반까지는 옥봉동을 중심으로은하식당’, ‘평화식당같은 냉면집이 6~7개 있었지만 60년대 말에 거의 맥이 끊긴다.

 

진주냉면독자적으로 탄생한 맛

 

그런데 최근 진주냉면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새롭게 각광받는 진주냉면은 해물 육수를 기본으로 소고기 육전을 꾸미로 올리고 메밀에 고구마 전분을 섞은 면을 사용한다. 진주 바로 밑 사천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냉면집인재건냉면이 있다. 1948년 일본에서 귀국한 창업주가 만든 냉면집이다. 이곳에는 돼지고기 육전이 꾸미로 올라간다.

 

하연옥(055)746-0525, 재건냉면(055)852-2132

 

 

 

서울의 냉면역사

 

◇조선시대부터 즐겨온 전통음식

 

냉면이 서울거리에 처음 등장해 판매된 것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은 일정한 직업을 가지기 어려워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고향음식을 만들어 팔았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다.

 

어효선의내가 자란 서울’(1990)에 의하면 당시 소문난 냉면집으로는 서울 광교와 수표교 사이 「백양루」가 꼽힌다. 솟을 대문에 간판이 걸린 살림집 형태의 이곳에서는 안에서 먹는 손님보다 배달해서 먹는 사람이 더 많았다.

 

배달은 장정 몇 사람이 냉면그릇을 담은 기다란 목판을 어깨에 메고 자전거로 쉴 새 없이 날랐다고 한다. 목판에 고깔 모양의 함석뚜껑을 덮은 사기대접의 냉면 스무 그릇 정도가 올려졌고, 국물주전자는 짐받이에 실어 날랐다고 한다. 당시 낙원동의 「평양냉면집」과 「부벽루」도 유명세를 탔다.

 

이북으로부터 사투리와 함께 서울로 전해진 냉면은 크게 평양식 냉면과 함흥식 냉면으로 구분한다. 함흥식 냉면은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면을 사용하고, 평양식 냉면은 메밀에 전분을 약간 섞은 면을 사용하는 차이다.

 

 

 

◇평양냉면의 원조는

 

동치미 냉면이라 할 수 있는데 추운 겨울밤 뜨뜻한 아랫목에서 밤참으로 살얼음 얼은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었다는 음식이다. 점차 꿩 육수를 동치미 국물에 섞어 냉면국물로 사용하다 냉면이 남쪽으로 전파되면서 꿩 대신 닭 육수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오늘날은 쇠고기 육수를 많이 사용한다.

 

실질적인 남한의 평양냉면 역사는 1940년대 을지로 4가에 개업한서래관에서 시작한다. 그 뒤를 이은 게 1946년부터 지금도 영업중인우래옥이다. 동대문과 을지로 일대는 당시 이북 출신들의 경제적 터전이었다. 실향민의 향수를 달래주던 평양냉면은 변변한 외식업이 없던 시대의 강자로 부상해 시대를 풍미했다.

 

쟁쟁한 평양냉면 전문점들이 생겨난 건 1970년대다. ‘평양냉면 4대 천왕이라고 하는필동면옥’, ‘우래옥’, ‘을지면옥’, ‘장충동 평양면옥외에도을밀대’, ‘평래옥’ ,‘강서면옥’, ‘남포면옥등이 지금도 경쟁중이다.

 

 

◇함흥냉면은

 

매운 고춧가루에 여러 가지 양념을 한 양념장을 만들어 비벼 먹는 것이 유명하며 홍어, 가자미 등 생선을 매운 고추장으로 무쳐 냉면에 얹어 먹는 회냉면도 별미이다.

 

오늘날 냉면은 업소에 따라 육수와 면에 있어 나름대로의 비법을 가지고 맛을 내는데 나이 드신 어른들은 구수한 면발과 시원한 육수의 평양냉면을 선호하는 반면 젊은이들은 쫄깃한 면발에 매콤새콤한 맛의 함흥식 비빔냉면을 선호하고 있다.

 

냉면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한 음식일까? 옛 문헌을 살펴보면 조선시대부터 즐겨먹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1849년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는겨울철의 시식(時食)으로서 메밀국수(壓搾麵)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넣은 냉면이 있다하였고 고종(高宗) 10(1873) <진찬의 궤>에서는 냉면의 재료가 소개되어 있다. 또한 요리서인 <연세대(延世大) 규곤요람>, <시의 전서>, <부인필지(夫人必知)>에서도 냉면의 조리법이 쓰여있다.

 

 

◇대형 전문점 전성기 거쳐 즉석 면제품으로 확산

 

냉면은 국내 외식시장이 급성장하는 80년대를 거치면서도 별반 부각되지 않았다. 전통 이북음식으로 이북 사람들이 만드는 여름철 별미음식으로 몇몇 유명업소만 이름을 날리고, 갈비집의 부수메뉴이거나 영세업소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했지만 큰 시장을 형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90년대 초 냉면전문점은 눈부신 호황기를 맞게 된다. 고깃집의 부수적 메뉴로 입맛을 당겨오던 냉면이 대형 전문점으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생활수준이 높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외식체인의 유행아이템으로 부각돼 전문점의 수적증가와 함께 큰 인기를 얻었다.

 

92년 장우유통의 「함흥면옥」, 보우식품의 「통일면옥」 등 일부 업체가 브랜드화 작업을 하여 체인사업을 전개해나갔으며, 오장동 흥남집, 고박사냉면, 산봉냉면 등 유명업소들이 직영점 출점에 박차를 가하며 점포수를 늘려갔다.

 

92~93년에 걸쳐 최대 호황을 누리던 냉면전문점은 급격한 수적증가로 인한 경쟁 과열로 94년 이후 정체시기를 맞게 된다.

 

한창 시기에 실제 강남의 그랜드백화점(현 롯데백화점 강남점) 주변상권에는 함흥냉면, 고박사냉면, 고바우냉면, 우래옥, 산봉냉면 등이 밀집돼 있었고, 반포 미도아파트 주변 역시 조선면옥, 함흥면옥, 강서면옥이 앞 뒤 옆으로 마주하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95년 이후 냉면전문점들은 체인사업을 중단하고 점포 확산을 자제하며 객단가 상승 및 계절적 한계 등의 극복을 위해 부대메뉴 개발에 힘쓰다 점차 갈비 및 불고기 전문식당으로의 변화를 도모하게 된다.

 

결국 좌석회전율이 빠르고 마진율이 높은 인기업종으로 급부상했던 냉면전문점은 계절메뉴, 점심메뉴라는 취약점, 맛과 품질 관리의 어려움, 객단가 대비 과다한 투자, 게다가 급격한 수적 증가로 인한 과당경쟁으로 90년말 쇠퇴기로 접어든다.

 

이후 건강 중시 풍조를 타고 칡냉면, 야콘냉면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한때 이북음식점 붐이 일면서 평양냉면 고유의 맛이 다시금 선보여졌으나 수명이 길지 못했다.

 

대로변의 대형 냉면전문점들이 IMF를 거치며 하나 둘 사라지고 체인점도 자취를 감추었으며, 오늘날 일부 유명업소들이 명성을 유지하거나 불고기, 만두 등의 메뉴보강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대형점포가 아닌 백화점이나 할인점 식당가에 소규모 전문점들이 자리하며 소비자들의 친숙한 별미음식으로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냉면이 점차 그 진가를 잃어가는 듯 해 아쉽다. 젊은이들에게 육수나 면발의 깊은 맛보다는 자극적인 매운 맛의 면 요리로 인식되어가고 있으며, 맛깔스런 고유의 맛을 내는 조리사와 업소를 만나기 어려워져만 간다.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즉석 냉면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점차 인스턴트 요리화 되어 손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면요리로 확산된 반면 깊은 본연의 맛을 찾기는 쉽지 않다. 조리 및 식품기술의 발전으로 냉면 고유의 맛깔진 맛을 균일한 품질로 선보여 전문점의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한혜정 자유기고가 helja@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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