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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원조’ 이스라엘 가보니…

Paul Ahn 2013. 10. 17. 11:58

〔창조경제〕 ‘원조’ 이스라엘 가보니…

http://www.korea.kr/policy/economyView.do?newsId=148757821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시대 구현을 위한 4대 국정기조 중 첫째를 경제부흥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창조경제를 통해 이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창조경제란 무엇이며, 왜 지금 필요하고, 현실에서 어떤 성과를 낳고 있을까! 한국경제신문 남궁덕 중기과학부장의 이스라엘 현장 취재기를 통해 창조경제의 배경과 효과, 성공요인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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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 입국장. 기자는 이스라엘 법부무 입국심사관들의 뻣뻣하고 집요한 ’심문’에 기분이 상했다.

12시간의 긴 비행에 따른 피로감에 쩔어있는 차에 “어딜 가느냐, 누굴 만나느냐, 왜 만나느냐”는 등 질문포화에 넋이 나갈 정도였다. 이스라엘에 대한 첫 인상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이런 나라에 무슨 창업DNA가 있을까. 박근혜 정부가 국정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롤모델로 꼽히는 이스라엘을 찾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스라엘은 벤처왕국이고 세계 R&D의 중심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찾은 기자는 입국장부터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기자가 이스라엘에 대한 나쁜 첫인상을 얘기해주자 현지인들은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1주일뒤 출국장에선 입국장보다 더 까다로운 검문을 받았다.

신우용 KOTRA 텔아비브 무역관장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승객을 가장한 테러범이 비행기를 탈취해 공항을 타격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경계한다”고 말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 아이디어 도출…위기가 곧 기회 

전쟁을 빼놓고 이스라엘을 말할 순 없다. 우리나라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격인 최고과학관실(OCS) 부과학관인 아브라함 그로스 박사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생존의 아이디어를 낸다”며 ‘절체절명’이 이스라엘을 강하게 키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방에 적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세계에 먹히는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 진작 글로벌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만나는 정치인, 관료, 교육자, 기업인들은 예외없이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이었다. 기자의 눈엔 ‘뻥’으로 읽힐 정도로 담대하고 과감하게 설명한다.

 

바이오기업 에보젠 연구원들이 실험실에서 배양실험을 하고 있다.
바이오기업 에보젠 연구원들이 실험실에서 배양실험을 하고 있다.

 

사례 하나.

예루살렘 헤브론가에 있는 벤처캐피털 JVP가 운영하는 창업 인큐베이터 ‘미디어 쿼터’를 찾았을 때다. 기자는 사전 약속 없이 만난 한 벤처기업가에 잡혀(?) 예기치 않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츠파’로 똘똘 뭉친 벤처정신…취업보다 창업 선호

로넨 탈보처(38)는 바-일란(Bar-Ilan)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공학박사다. 벤처기업 코렐러(correlor)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자(CTO)이다.

코렐러는 페이스북 SNS 상에 올라온 글과 영상 등을 분석, 개인의 사회적 성격을 분석하는 기업이다. 알고리즘 기술을 통해 SCR(social character recognition) 프로그램을 개발, 특정인이 어떤 게임과 영화 등에 관심이 있는 지를 관련 회사에 파는게 비즈니스 모델이다.

탈보처 박사는 0분간 자신의 개인 스토리와 비즈니스 모델 등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우리는 성공할 겁니다. 한국에도 잘 알려주세요.”

그는 기자가 귀국한 뒤에도 3번이나 이메일을 보내 “기사 언제 나오냐”고 물었다. 흔히 이스라엘 정신을 말하는 ‘후츠파’(놀랍고 당돌한 용기)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후츠파 정신이 골리앗을 이긴 다윗 후예들의 나라 이스라엘을 벤처왕국으로 키웠다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랑스럽게 말한다.

젊은이들은 한국처럼 대기업 취직에 목을 매지 않는다. 대신 탈보처 박사처럼 창업전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청년들로 넘쳐난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창업은 일자리 창출의 도화선”이라며 “성공한 벤처기업가가 생겨나면서 유능한 젊은이들이 창업전선으로 뛰어들고, 이들이 성공한 뒤 후배들을 위해 엔젤투자자가 되는 선순환 고리가 연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 청년들도 하이테크 창업붐이 일기전인 1990년 중반까진 의사나 변호사를 가장 선망하는 직업으로 꼽았다”며 “실패해도 결국 그 경험을 자산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가 기업가정신이 싹트게 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창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돌파…위기에 더 빛난 창업 정신

창업열기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 경제가 곤두박질칠 때, 이스라엘은 거꾸로 빛을 발했다.

2009년 세계 전체 평균 성장률이 마이너스 0.7%일 때, 이스라엘은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0.8%)을 했다.

2010년(5%), 2011년(4.6%)에는 성장탄력을 받았다.작년엔 3.3%로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는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률도 작년 6.9%로 최근 5년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바이 이스라엘(Buy Israel)’ 열기는 매년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폭발하고 있다.

2009년 44억달러이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10년 52억달러, 2011년 114억달러, 작년 3/4분기까지 74억 달러를 기록중이다. 이스라엘 증시의 최근 10년간 수익률은 노르웨이와 홍콩에 이어 24개 선진국 가운데 3위다.

 

환경체험형 대안학교인 학파르 하야록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있다.
환경체험형 대안학교인 학파르 하야록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있다.

 

 이스라엘 경제가 강한 건 노벨상 수상자를 4명이나 배출할 정도의 탄탄한 과학기술 저변에 후츠파로 무장한 청년기업가들이 넘쳐나고 있는 덕분이다.

또 세계 각국의 금융과 서비스 산업을 주름잡고 있는 유대인 네트워크와 ‘엘리트 부대’로 상징되는 소수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 시너지를 낸 결과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원이 없는 나라다. 사이가 안 좋은 주변 중동 국가에서 기름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기름값도 한국의 1.5배다.

 

창조경제 비결?…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육!

2005년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아우만 히브리대 수학과 교수(83)는 “창조경제를 만들기 위해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육이 중요하다”며 “국가를 이끌 2% 미만 소수인재 육성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베르트 전 총리는 “베스트보다는 유니크를 키우는 교육이 이스라엘 경제의 뿌리를 강하게 했다”며 “한국도 대학과 과학자에 더 많이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2013.03.27 
남궁덕 한국경제신문 중기과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