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삶〕인기 검색어 분석해 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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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콘텐트 맑음, 연예인·명품 흐림. 2013년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눈과 귀는 재미있는 콘텐트에 쏠렸다. 올해 1~11월 스마트폰과 PC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구글 검색창에서 한국인이 자주 찾은 단어 1만 개의 목록을 뽑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리테일연구팀 교수 5명과 함께 분석한 결과다. 국내 스마트폰의 91%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 검색이 기본 앱으로 깔려 있어 구글 인기검색어는 한국인의 관심사를 보여준다.
JTBC ‘마녀사냥’‘히든싱어’ 예능 톱 10
올해 구글 인기검색어의 가장 큰 특징은 방송·영화·만화 등 즐길 거리를 찾는 콘텐트 검색이 확연히 늘었다는 점이다. 인기검색어 상위 100개 중 67개가 콘텐트 관련 검색어로, 지난해(30개)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방송 관련 검색어가 지난해 17개에서 올해 30개로, 영화 검색어가 5개에서 21개로 늘었다.
서울대 나종연 교수는 “TV 본방송을 보는 사람보다 모바일이나 태블릿 PC 등 다른 매체로 콘텐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 LTE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50%가 넘는 등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이 좋아진 점도 올 한 해 콘텐트 소비를 촉진시켰다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선 관객수 900만 명 고지를 넘어선 ‘설국열차’ 등 상위 10개 중 7개가 한국 영화였다.
콘텐트 검색이 늘어난 데는 공급 채널이 다양해진 미디어 환경의 역할이 컸다. 여정성 교수는 “종합편성채널이나 예능 케이블 채널이 인기 프로그램을 속속 터뜨리면서 비지상파 콘텐트 검색어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TV 예능 분야에선 상위 10개 인기검색어 중 5개가 JTBC(마녀사냥·히든싱어)와 tvN(꽃보다할배·SNL·푸른거탑) 제작 프로그램이었다. 여 교수는 “이제 검색은 정보 탐색을 위한 창(窓)이 아니라 자투리 시간에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일종의 ‘펀(fun)’, 놀이가 됐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연예인처럼 전통적으로 검색량이 많았던 단어들의 인기는 떨어졌다. 연예인 검색어는 상위 100개 중 11개로 지난해(29개)보다 줄었다. 관심의 무게가 연예인에 대한 정보에서 이들이 출연한 콘텐트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품 검색에서 명품 브랜드들은 거의 자취를 감춘 것도 큰 특징이다. 대신 전동이륜차(세그웨이·만도풋루스)나 스마트폰 사진출력기(포포), 3D 게임헤드셋(오큘러스리프트) 등 신종 기기들에 대한 관심이 검색어에 반영됐다. 동시에 홈쇼핑과 오픈마켓 단골 상품인 주방용품 장미칼·캐치맙(걸레)이 인기검색어로 꼽혔다. 이에 대해 추호정 교수는 “불황의 영향으로 쇼핑이나 상품 검색어들이 지난해보다 소박한 생활밀착형으로 변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동시에 전문적인 영역의 상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SUV, 캠핑 열풍에 크기 가릴 것 없이 인기
쇼핑 검색에서도 중고와 가격비교 사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홈쇼핑 1위 업체인 GS숍이 모바일쇼핑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검색어에서도 1위에 올랐 다. 휴대전화 가격비교, 저가 거래 사이트인 뿌앙·빠싹·뽐뿌가 상위 10위 안에 모두 진입해 보조금에 따라 들쭉날쭉한 스마트폰 판매가격에 대한 불신이 확인됐다. 자동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강세였다. 특히 소형 SUV로 주목을 받은 쉐보레 트랙스가 1위에 올랐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공포’와 ‘집밥’으로 요약됐다. 살인진드기와 노로바이러스가 1, 4위에 올랐다. 살인진드기는 중국·일본 등에서 130명가량의 사망자를 낸 데 이어 국내에서도 강원·제주·수도권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나종연 교수는 “검색은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공포감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며 “온라인에 퍼져 있는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스스로 공포감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결합한 ‘집밥’ 테마도 건강 검색어에 드러났다. 스스로 건강식품을 만들어보고 체험해 보는 DIY(Do It Yourself)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간헐적 단식이나 개똥쑥·해독주스·함초·양파효소 등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온라인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건강관리법들이다.
스마트폰값 비교 사이트 많이 찾아
이슈 검색에서도 의혹이나 불안을 검색으로 해소하려는 욕구는 확인됐다. 가을 태풍은 언제 오는지, 필리핀을 강타한 하이옌 태풍의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등 태풍에 대한 궁금증이 검색으로 나타났고, 올해 SNS 최대 이슈였던 남양유업 직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막말 사건도 이슈 검색어 2위에 올랐다. 이유리 교수는 “서로 다른 주장이 극렬하게 대립하고, 알고 보면 거짓으로 들통나는 사건이 많아지면서 진실이 뭔지 확인하려는 욕구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외에 앱 검색에서 1위에 오른 카카오톡은 올 7월 세계 회원수 1억 명(국내 3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가 됐다. 기업 관련 검색에선 제니퍼소프트라는 국내 소프트웨어개발회사가 1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이 회사는 한 TV 방송에서 파격적인 복지혜택과 근무환경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소개되면서 폭풍 검색 대상에 올랐다.
종합 1위를 차지한 진격의 거인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식인 거인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MBC ‘무한도전’에서 ‘진격의 준하’로 패러디되는 등 여러 매체와 네티즌 사이에서 다양하게 응용돼 인기를 끌었다. 나종연 교수는 “거대한 무엇인가가 앞으로 뚫고 나가는 것에 이런 말을 많이 패러디해 썼다”며 “답답한 것에 대한 돌파구를 찾거나, 거대한 존재가 밀고 들어오는 것에 대한 통쾌함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대중문화 코드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도움말 주신 분=서울대 생활과학대 리테일연구팀 여정성 생활과학대학장, 나종연(소비자학)·이유리(의류학)·추호정(의류학)·황금택(식품영양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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