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가치창출(CSV : Creating Shared Value)
http://news.joins.com/article/18571617
공유가치창출(CSV)이라는 용어는 미국 학계와 기업에서 쓰기 시작한 말인데, CSV는 ‘Creating Shared Value’의 약자예요. 한국어로 번역하다보니 ‘공유가치창출’이라는 단어가 됐습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든다는 의미죠.
이런 일을 기업이 나서서 해야한다는 겁니다. 왜 이런 용어가 태어났을까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기업이 이런 일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겠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돈을 버는 겁니다. 이를 ‘이윤추구’라고 하죠. 한데 언제부터인지 기업이 돈만 벌어서는 안되고 사회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요구와 자기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죠. 우리나라도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분위기가 확산됐습니다.
천재지변과 같은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들이 성금 내는 걸 많이 접했을 거예요. 회사 임직원들이 나서서 봉사활동하는 모습도 많았죠. 그런데 한국의 기업들은 기부나 봉사 같은 사회공헌활동을 하더라도 대부분이 비자발적인 모습이 많았습니다.
정권이 바뀌거나 각종 비리사건에 기업 이름이 오르내릴 때면 부쩍 기부금 액수가 늘거나 봉사활동이 잦아졌죠. 이 때문에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기업들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미지를 치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만으로는 안된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이 역시 영어에서 비롯된 용어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로 불립니다. CSR은 말 그대로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져야할 일을 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기업이 가진 윤리적 가치나 기업활동의 투명성, 종업원들 간의 관계, 준법 경영, 지역사회나 국제사회에 봉사하는 일까지를 포함하죠. 즉, 기업이 사회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제적·법적·윤리적 기대를 총망라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CSR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베푼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기금모금이나 봉사활동도 중요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에도 도움이되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윈-윈(win-win)’하는 활동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죠.
CSR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겁니다. 이런 가운데 CSV라는 개념이 등장했지요. CSV는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통해 이익을 늘리고, 사회의 문제를 기업의 경제적인 가치창출과 일체화시킨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 용어는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와 비영리컨설팅업체 FSG의 공동창업자 마크 R. 크레이머가 2006년 1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전략과 사회: 경쟁 우위와 CSR 간의 연결”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2011년에 “공유가치를 창출하라: 자본주의를 재창조하는 방법과 혁신 및 성장의 흐름을 창출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통해 CSV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죠.
‘소셜슈머’(Socialsumer)라는 새로운 소비자의 등장도 이런 변화를 한 몫 거들었습니다. ‘사회적 소비자’ 정도로 해석되는 말이죠. 이제는 소비자가 단순히 기업이 생산해내는 물건의 품질이나 가격만을 보고 소비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제품에 어떤 사회적 가치를 담았는지까지 보면서 소비한다는 거죠.
CSR과 CSV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구성원에게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CSR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기업의 기부 등 상당한 금전적 부담이 뒤따르죠. 가끔은 회사 사업과 동떨어진 일들에 임직원들이 투입되고 하고요.
이미 미국의 선진 기업들은 CSV 개념을 일찍 기업활동에 접목시켰습니다. 정보기술(IT) 회사인 시스코와 마이크로소프트는 IT기술을, GE는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면서 집중하기 시작한 에너지와 환경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정유회사인 엑손모빌은 유전개발을 활발히 진행한 지역인 아프리카의 문제, 스타벅스는 커피원료 구매, 그리고 코카콜라는 가장 중요한 제품 원료인 물을 각각 테마로 잡고 활동을 벌여왔어요.
이들은 일방적으로 지원금을 주거나 봉사활동 자체만을 강조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 활동을 함으로써 기업의 사업이 확장된 효과를 얻었죠. 기업 자체의 역량으로 부족한 부분은 각 지역의 교육기관이나 비영리단체, 나아가 다른 기업들과 협력해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같이 활동하고 있는 기관이나 단체들에게까지 심어줌으로써 파급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죠. 향상된 브랜드 가치는 자연스레 기업의 영업이익을 높이는 효과를 불러오게 된 겁니다. 즉, 사회에 좋은 일을 하려고 추진한 일이 자기 회사의 물건을 많이 팔게 되는 일거양득의 결과로 나타난 겁니다. 이게 바로 CSV의 핵심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CSV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CSV위원회라는 이름을 걸고 사회공헌활동을 본격화한다고 홍보하더군요.
◇삼성은 ‘꿈 멘토링
삼성의 경우 임직원이 참여하는 ‘꿈 멘토링’을 통해 청소년들이 적성과 꿈을 찾게 도와준다고 합니다. IT기기를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수업에 활용하고 학생별 맞춤 학습을 지원하는 ‘스마트 스쿨’ 사업도 하고요.
◇SK는 ‘해피 카 스쿨’
창업자금과 컨설팅까지 해 주고 있습니다. SK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해피 카 스쿨’은 1년간 차량 정비기술을 배우고 도장 기술을 익혀 취업을 돕고 있습니다.
◇LG그룹은 ‘LG 사랑의 다문화학교’
LG그룹은 ‘LG 사랑의 다문화학교’를 통해 과학분야에 재능이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을 선발, 2년간 교육비용을 지원합니다.
◇현대자동차는 차량(미니 트럭) 지원
현대자동차는 경제적 어려움과 창업계획, 자립의지 등을 종합 평가해 매월 지원 대상자를 선정해 차량(미니 트럭)을 지원해 왔습니다.
각 기업의 자신의 사업영역인 IT와 자동차, 정비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활동이 기업가치를 높여 소비자들이 더 해당 회사의 제품을 많이 사고 이용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성공적인 CSV가 되겠죠.
중앙일보
2015.09.02
글=문병주 기자 byungjoo@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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