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Service/@Roll & Sushi

⊙스시바와 미국식 외식사업의 성공

Paul Ahn 2006. 4. 14. 10:08

⊙스시바와 미국식 외식사업의 성공

 

토다이(Todai) 스타일의 미국식 뷔페와 동양식 건강 메뉴인 스시가 외식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통스시, 퓨전스시, 회전스시 등 다양한 형태를 거치면서 스시는 차츰 비싸다는 이미지를 벗고 있으나 스시를 뷔페로 실컷 먹는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스테이크와 샐러드 뷔페 못지않게 스시의 원가관리는 쉽지만은 않다. 여타 업종에 비해 대형으로 갈 수밖에 없는 컨셉상 일단 개점해 놓고 원가관리가 되지 않아 폐업하게 되면 상당한 투자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또한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저가의 냉동 제품만을 내놓는 등 초기의 사업방향에서 벗어날 경우 고객은 점점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최근 모 스시업체의 메뉴를 보면 스시의 종류를 눈에 띄게 줄이고 대신 롤 메뉴를 강화한 사실을 볼 수 있다. 미국식 운영 방식이란 시작과 끝이 같아야 하고,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하며, 계획과 실행이 일치해야 한다. 잘 되는 브랜드라고 무작정 따라할 경우 앞은 보고 뒤는 못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씨즐러를 카피했을 경우 샐러드 바에 왜 유리지붕이 있는지를 모르거나 스시 뷔페를 따라하는 업체가 과연 잘 되는 업체의 구매 비결이 뭔지를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식 운영 방식은 특히 중식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소위 차이나 비스트로(China Bistro)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켜 중국 음식을 미국식으로 간편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PF Chang, Panda, Pei Wei, bamboo Club 등 수많은 미국식 중식 레스토랑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바로 이때 오랫동안 영화를 누리고 있던 중국 음식에 스시바, 락스시, 회전 초밥 등이 출현, 요리 기술과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바탕으로 미국 전역은 물론 그들의 본국과 아시아로 역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러한 운영 방식은 프랜차이즈 시스템 또한 포함, 전문 요리사 없이도 유사한 맛을 내는 것은 물론 중앙 통제방식을 활용한 전국 표준화는 기본이다.

 

이렇듯 요리사의 기교가 필수적이었던 스시가 이제는 웬만하면 조리가 가능한 일반적인 기술로 바뀌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민족 요리사들이 미국 분위기에 맞게 캘리포니아 롤 등 다수의 롤을 개발한 데에서 기인한다. 누드 롤 등은 획기적인 아이템이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역 교민 위주로 영업을 해오던 한국식당들이 스시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꿔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식품 관련 영업허가를 받으려면 8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며, 특히 영세업체의 경우 스시 기술을 보유한 요리사를 고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인이 직접 시작하거나 혹은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가업을 이유로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대부분이 컨소시엄으로 사업을 전개, 공동 구매를 통해 더욱 안정된 운영 및 관리를 할 수도 있지만, 국민정서상 동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마저 어려운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모든 여건이 불리한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스시만이 살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업종 변경에 나서고 있다.

 

조지아주의 전 수도인 밀레즈빌(Milledgeville)은 서부 전통의 향수를 복구시키려는 의지가 강한 마을이다. 이 마을에 벌써 2개의 스시바가 문을 열었다. 하나는 햄버거 전문점 하디스 매장을 개조했고, 다른 하나는 중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 최근 일년 사이에 스시 먹는 법을 배웠다고 하는데, 벌써 주 2회 이상 방문하는 고객들이 부지기수다.

 

이제 센트럴 조지아주는 모든 것이 ‘스시화(Sushified)’ 되어 가고 있다. 밀레즈빌은 물론 모스크바에 이르기까지 신선한 생선과 차진 흰밥이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

 

미국에서 스시바는 음식에 관한 한 최근 10년 중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스시바의 장식용 우산은 이제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며, 일본식 문양이 새겨진 젓가락이 중국식 긴 젓가락을 대체하고 있다.

 

미국 외식업체 평가 조사기관인 자가트의 발행인 팀 자가트는 “누군가 5~10년 전에 일본 스시가 이렇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면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람들이 날 생선을 먹는다는 것을 믿지 않았지만, 현재는 오히려 생활 한켠에 자리매김 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스시의 성공 비결은 미국식 운영방식이다. 기존 전통적이고 폐쇄된 이미지의 일식당이 아직까지 존재했다면 특정 지역의 유명 민족식당으로만 남아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거의 모든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민족 감정을 가진 우리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깝고도 먼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 문화가 이제는 공개적으로 일부 한국식당 운영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이 되어버린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으면 스시바 크면 스시 뷔페로 거듭나는 미국식 운영방식을 활용한 일본식당의 대중화 현상을 보면서 우리가 전통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 곳곳에 한국요리를 할 줄 아는 현지인 요원들을 양성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크다.

 

스시는 이제 5$에서 뉴욕 마사(Masa) 레스토랑의 가장 비싼 500$짜리 주방장 특선요리까지 계층별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에서는 피자나 샌드위치의 역할론도 제기하고 있을 정도로 연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아직은 이탈리안이나 아메리칸 음식만큼은 아니지만 성장 속도로 볼 때, 향후 점령속도가 빨라질 거라는 것이 대부분의 예측이다.

 

스시바는 이제 미국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에도 입점하고 있다. 텍사스 플래노지역 월마트에 위치한 스시바는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 스시 먹는 법도 가르치는 등 고객 세뇌 공작을 동시에 하여 인프라를 구축해가고 있다.

 

1964년 뉴욕의 맨하탄에 데판야키 식당인 베니하나(Benihana)를 오픈한 일본인 록키 아오끼 사장은 최근의 스시 붐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일본음식을 팔기보다는 일본 문화를 팔며 고객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자세로 베니하나를 세계적인 일본 음식 기업으로 키웠다고 말했다.

 

관리자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0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