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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의 사과(Cézanne’s Apple)

Paul Ahn 2019. 5. 9. 17:53

★세잔의 사과(Cézanne’s Apple)

 

"서툰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미술가는 훔친다" 세잔을 훔친 피카소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3/2016112301578.html

 

근대 들어 화가들은 이상(理想)이 아니라 진실(眞實)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네의 진실은 찰나에 있었고 고흐의 진실은 고뇌에 있었으며 세잔에게 진실은 사물의 구조에 있었다. 자아에 눈을 뜬 작가들에게 진실은 주관적이고 개별적이며 고유한 것이 되었다.

 

진실은 사물에 고유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의 관계에 의해 비로소 인간의 마음에 존재하는 것이다 

 

 

세잔이 그린 정물화는 기하학적 원근법 관점에서 보면 과일들이 곧 쏟아져 내릴 듯 불안하다. 다른 시점에서 바라본 대상을 한 평면에 옮겼기 때문이다. 세잔은 그럴듯하게 조작된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이 시각정보를 취하는 방식으로 대상을 그렸다./사진=블룸버그

 

 

◆ 진실이나 실재가 아닌 환영을 그리는 르네상스 시대 원근법

 

세잔(Paul Cezanne, 1839-1906)은 자기가 보는 형상이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엑상프로방스에 틀어박혀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가까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들을 보았고 멀리는 생 빅투아르 산을 보았다. 세잔의 회화는 여기서 출발한다.

 

미술에 있어서보는 법은 르네상스시대이래 원근법(Perspective)이 지배했다. 원근법은 실재하는 3차원의 세계를 2차원(평면)에 그럴듯하게 표현하기 위한 기술이다. 가까운 것은 크고 선명하게, 먼 것은 작고 흐리게 그려, 거리감, 입체감을 주며, 풍경은 하나의 소실점을 통해 사라진다.

 

원근법으로 그려진 풍경은 진실(truth)이나 실재(reality)가 아니라 환영(illusion)이다. 원근법은 단 하나의 눈을 강요한다. 단지 한 장소, 한 순간에만 존재하는 하나의 관찰자를 향해 현실의 모든 이미지가 정돈된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두 눈을 가지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두리번거리며 본다.

 

 

◆ 세잔사물의 본질은 눈에 보이는 외관이 아니라 기하학적 구조에 있다

 

세잔은 하나의 눈이 아니라 두 개의 눈으로 보는 세계가 진실이라고 믿었다. 두 눈으로 보는 세계를 평면에 그리려 했다.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보는 세계와 반대의 방식으로 보는 세계는 다르다. 세잔은 이 다름을 평면에 옮기면서 모더니즘의 문을 열고 현대회화의 아버지가 되었다.

 

호크니(David Hockey, 1937~)세잔은 처음으로 두 눈을 써서 그림을 그린 화가라고 했다. 세잔 덕에 화가들은 원근법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세잔의 발견은 입체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나아가 미래주의, 구조주의 그리고 마티스 이후의 장식 미술, 추상미술에도 두루 영감을 주었다.

 

이중 시점으로 그려진 세잔의사과와 복숭아가 있는 정물(1905)’은 기하학적 원근법 관점에서 보면 과일들이 곧 쏟아져 내릴 듯 불안하다. 다른 시점에서 바라본 대상을 한 평면에 옮겼기 때문이다. 세잔은 그럴듯하게 조작된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이 시각정보를 취하는 방식으로 대상을 그렸다.

 

2차원을 3차원으로 착각하게 하는 기술을 버리고 보다 많은 시각정보를 전달하려 힘썼다. 원근법에 익숙한 관객들은 그의 그림을 보고세잔은 미친 사람이다. 그의 그림은 정신착란에서 오는 환상이라고 쑥덕거렸다. 세잔은나는 바보들에게 인정받고 싶지 않다.”고 중얼거렸다.

 

 

폴 세잔사과와 복숭아가 있는 정물(1905)’/사진=조선DB

 

세잔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물의 본질은 눈에 보이는 외관이 아니라 기하학적 구조에 있다면서자연을 원통과 구체, 원추형으로 해석하라고 했다. 인상파는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외양에 진실이 있다고 보았으나 세잔은 그 밑바탕에 있는 본질적이고 변화하지 않는 구조, 기하학적 요소를 그려야한다고 주장했다.

 

미술은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세계를 창조적인 형식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잔의 위대함은 미술의자기 목적적인 성질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후에형태라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부스로 추앙받았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아는 것을 그린 피카소, 입체주의의 효시가 되다

 

피카소는세잔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스승이다.“고 했을 만큼 큰 영향을 받았다. 1907년에 열린 세잔의 회고전은 피카소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는 세잔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발전시켰다. “서툰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미술가는 훔친다던 피카소는 세잔을 훔쳤다. 그 해에 그가 그린아비뇽의 처녀들은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인물을 조합해서 세잔의 방식으로 그렸다. 이 그림은 입체주의(Cubism)의 효시가 되었다.

 

피카소는 두 개의 시점이 아니라 모든 시점에서 본 사물을 평면위에 펼쳐 보였다. 그림에서 사물의 환영은 거의 사라지고 사물의 파편(cube)만이 가득하게 된다. 철학자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은 루앙 대성당의 맞은편 카페에 앉아 성당을 제대로 보는 유일한 방법은일어나서 똑바로 걸어가 성당 주변을 한 바퀴 돈 다음 다시 돌아와 앉아서 보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기억, 지식과 함께 본다는 것이다.

 

미술을 이해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세잔이나 피카소 앞에서 넘어지는 것은 르네상스 이래의 환영주의에 세뇌되어 있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안내로 익숙한 세상과 결별한 화가들은 낯선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게 된다.

 

3차원의 대상을 2차원의 캔버스에 그리는데 어려움을 느낀 그는 유포조각이나 벽지, 신문지, 담배 갑 같은 일상적인, 대량생산된 물건을 캔버스에 붙이는 콜라주(파피에 콜레, Papier colle)를 도입했다. 사람들은 이런 작업방식을종합적 입체주의(Synthetic Cubism)’(1912-1914)라고 불렀다.

 

피카소의 입체주의 실험은 1차 대전의 발발로 막을 내렸으나 오늘날까지 그로부터 영감을 받지 않은 작가는 드물다는 것은, 우리가 보고 아는 바와 같다.

 

 

[김순응의 미술 아카데미]

 

 "서툰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미술가는 훔친다" 세잔을 훔친 피카소 

 

김순응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고, 23년 간 금융업에 종사하다 미술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으로 50세에 미술계에 뛰어들었다. 하나은행 자금본부 본부장을 거쳐 2001년부터 3년 간 서울 옥션 대표로 활동했다. 2005년 케이옥션을 만들어서 국내 미술품경매산업의 눈부신 성장에 기여했으며, 현재는 김순응아트컴퍼니를 만들어 젊은 작가 지원에 힘쓰고 있다.

 

 

2016.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