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고 말할 용기보다는 '언쟁 없는 No' 노하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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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 안 한다,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유수의 경영저널이나 칼럼니스트들은 이 '아니라고 말하기'를 주제로 종종 조회 수 높은 글을 낸다.
포브스에 실린 글 "당신의 상급자에게 '노'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노'라고 말하기"(2013년 12월 26일)를 보자.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이미 3개 정도 있는데 상급자가 '이 일 좀 처리해 줘'라고 말했다. 글에서는 '노'라고 끊는 대신 이렇게 말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지금 제가 맡은 일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것 좀 도와주십시오."
이런 것을 캐치볼 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투수와 타자 혹은 투수와 포수처럼 일방적으로 전력을 다해 볼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볼을 주고받는 캐치볼 환경을 만들어 상호 이해의 폭과 시간적 여유를 얻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우선순위를 같이 검토해보자는 제안은 '제가 맡고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습니다'라고 직접 말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상황을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지혜로운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과중한 업무 앞에서 '노'라고 하기"(2015년 12월 29일)를 보자. 저자는 사람들이 통상 '준비된 예스 맨'으로 보이고 싶어한다는 점을 먼저 지적한다. 즉 '노'라고 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욕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직의 발전과 개인의 업무효율을 위해서 과중한 업무 앞에서는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나 '노'라는 대답은 쉬운 것도 아니고 쉽게 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노'의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과중한 업무이지만 흥미롭고 좋은 기회는 아닌지 생각하라. 둘째, 정말로 '노'라고 대답할 타이밍이 오기 전에 '노'라고 하지 마라. 셋째, 예스나 노를 말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물어볼 것은 물어보라(예를 들어 '이 일은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인가요, 장기 프로젝트인가요?' '업무 결과는 어느 선에 보고되고 중요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넷째, 조건을 달지 마라. 다음번에 '노'라고 말할 때 역으로 조건이 붙을 수 있다.
한편 '노'라고 할 때 하더라도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노'라고 말할 때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지 말자"(2014년 6월 24일)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언쟁 없는 노'를 해보라고 한다. 이는 부탁이나 지시를 하는 상대와 나를 떠나 해당 업무 자체에 집중하고 자신과 상대는 예스든 노든 상관이 없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일까.
우선, 부탁이나 지시받은 업무 자체에 대해 '노'라고 하는 것이다. 업무의 가치, 효율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때 중간에 특정 인물에 대한 판단을 개입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를테면 "과장님은 제가 지금 일 많은 거 아시면서 왜 하필 저한테 이 일을 또 주시는 겁니까?" 등의 말은 금물이다. "그럼, 내가 일부러 이런다는 거야!"라는 대답과 함께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예스 혹은 노, 그 자체에만 끝까지 집중한다. 상대가 이 일을 맡아야 하는 열 가지, 스무 가지 이유를 대고 집안 사정을 꺼내놓더라도 끝까지 '이 일은 성사될 확률이 반반이고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이익률이 낮습니다'라고 대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저도 집에 처자식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순간 대화는 삼천포로 빠진다. 상급자가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 그래? 자네 지난번에 우리 식구랑 같이 식사도 했잖아"라고 말하는 순간, 게임은 끝을 향해 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상식적으로 '노'라고 대답하는 순간 어느 정도 서로 감정이 상한다는 것을 인정하자. 안 한다고 해놓고 신경이 쓰이고 상급자는 화를 내고, 이런 상황은 어차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싫어서 대답을 모호하게 하거나 회피하면 상급자는 이를 자기 편한 식으로 해석하게 되고 당신은 어쩌면 더 불리한 상황에서 '노'라고 말해야 할 수도 있다.
자, 지금까지 세계의 저명한 저널에 유명한 칼럼니스트들이 기고한 '노'의 법칙에 대해 정리해봤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게 실제로는 안 된다고. 내가 그거 몰라서 고생한 줄 알아?'라고 코웃음을 치는 직장인이 많을 것이다. 칼럼을 읽고 '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면 저 유명한 저널에 몇 번이고 '노'라고 말하는 법에 대한 글이 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상급자나 동료가 과중한 업무를 넘기거나 어려운 부탁을 했을 때 단번에 '노'라고 대답해보는 것이다. '싫은데요?'라거나 '그걸 내가 왜?'라고 돌직구를 던지는 것이다.
안 그래도 바쁘고 복잡한 세상, 스트레스 천지인 사회 생활에 '예스'라 대답하고 넙죽 일을 받아 야근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보자. 복잡하게 계산하면서 '노'라고 할 바에는 그냥 처음부터 '하기 싫은데요? 안 해요'라고 대답하는 게 낫지 않을까.
2016.12.27
남보람 국방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파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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