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방집 / 100년 전통의 대물림 향토 음식점
• 위치 : 경기 하남시 하남대로 674
• 개점 : 1920년
경기도 하남시 천현동(泉峴洞)에 있는 마방집은 1920년 숙박과 마방(馬房) 시설을 갖춘 주막으로 시작하여 3대에 걸쳐 운영 중인 백 년 역사의 노포이다. 마방집은 경기도 이천과 여주, 강원도 원주 방향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인원과 화물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옛길의 길목에 ‘샘고개’ 또는 ‘샘재’라고 불리던 고개 초입에 위치하였다.
마방집은 옛날 주막 밥상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 산채 한정식이 대표적인 식단으로 밥과 된장찌개 스무 가지 남짓한 제철 나물 반찬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역대 대통령들도 찾아와서 식사할 정도로 수많은 추억과 역사를 지닌 마방집은 도시계획 사업이 시행되는 2022년에는 식당이 헐리게 되어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마방(馬房) / 전통 시대 옛길의 휴게소
◇주막에서 토속음식점으로 탈바꿈한 노포
43번 국도 변. 지금은 도로가 많이 확장됐지만, 통금이 있을 당시 만해도 이곳은 이천·여주·장호원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유일한 국도였다. 이 국도 변에서 8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오가는 나그네의 허기를 달래주고 있는 「마방집」. 이곳은 틀림없는 이 땅의 마지막 주막이었다. 길손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했던 주막에서 숙박의 기능은 퇴화하고 토속음식점으로 탈바꿈 한 지 오래지만 그때의 정취만큼은 그대로 살아있다.
마방집은 우마차(牛馬車)가 쉬어가던 집)이란 이름처럼 이곳은 해방 전에는 소나 말을 끌고 서울로 올라가는 이들의 쉼터였고, 60~70년대는 화물을 운반하던 트럭운전수들이 통금을 피해 쉬어가던 곳이었다.
소·말과 트럭이 세워졌던 자리에는 식도락가들의 번쩍번쩍한 승용차가 대신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세월을 영사기에 놓고 돌린다면 아주 오래된 흑백화면에서 고화질의 컬러화면으로 오버랩되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서 내놓는 음식과 주인장의 푸짐한 인심은 창업주인 염학실·이범용 대표 때부터 3대 대표인 이승종·열종·두종 형제까지 변함이 없다. 화려하기 보다는 소탈한, 그래서 더욱 정감 가는 음식과 손님방에 밥상을 상째 내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음식맛 지키기 위해 전통방식 고수
겨울이 시작되면 마방집은 더욱 바빠진다. 영업적으로는 한가로운 시기지만 메주를 띄우고 각종 장을 담는 등 일년 장사준비에 한창일 때다. 때문에 11월이 되면 처마 끝마다 메주가 매달려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뒷마당에 있는 200여 개의 항아리에는 수북하게 장이 채워져 익어간다. 3대째 전해 내려오고 있는 장맛은 천금을 줘도 안 바꿀 이곳의 보물이다. 이 된장, 간장, 고추장으로 만들어 내는 음식은 하나같이 맛이 깊고 깔끔하다. 이것이 80년 넘게 한결같은 음식맛을 낼 수 있는 비법이다.
마방집에서는 한 곳에서 대량으로 식재를 구입하지 않는다. 전에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로만 상을 차렸으나 요즘은 그것만으로는 공급량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식재를 따로 구입한다. 하지만 좋은 식재를 구입하기 위해 다리품을 파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두종 대표는 이런 변치 않은 음식맛 덕분에 단골손님도 3대째 대물림을 한다고 전한다. 음식맛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단골손님들이 먼저 알아채 ‘음식에 신경을 좀 더 써야겠다’는 따끔한 충고도 해준다고 한다. 이런 손님들을 생각하면 게을러질 수 없다고.
가끔 영업시간이 지나서 방문하는 손님들도 있지만 마방집의 음식맛을 잊지 못해 먼 길을 찾아오는 손님을 그냥 보내는 법은 없다. 주막의 흔적이 남아서일까. 가끔은 술을 드시는 손님의 안전을 위해 방에서 주무시고 가게끔 한다. 이런 풍경은 여느 음식점에서는 볼 수 없는 이곳만의 풍경이다.
◇운영은 현대적 방식으로 변화·발전
음식의 조리나 서비스는 예전 방식을 따르지만 운영만큼은 현대적으로 변화시켰다. 윗세대까지만 하더라도 음식점은 그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손님에게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규모도 커졌거니와,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운영상의 시스템 정비가 불가피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직원의 전문화와 위생이다. 전문화의 개념이 미비했던 때는 업무구별 없이 일을 해왔지만, 현재는 팀장제도를 운영해 전문화를 강화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책임감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업무의 효율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위생이다. 식기 소독은 물론 직원 위생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주방엔 연세 지긋한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분들에게 위생에 대한 개념을 강조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그 중요성을 일깨워 줘 지금은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 이 모든 것이 직원 교육을 통해 이뤄졌다.
수입의 일정금액을 다시 재투자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주방업무의 효율성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주방집기도 보완하고, 오래된 건물을 개보수하는 작업을 하는 등 고객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 옛 분위기를 그대로 전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로 올라가는 도로도 많이 개통되고 통금도 없어져 자연스럽게 주막으로서의 기능은 상실됐지만, 비교적 잘 보존된 주막의 원형만큼 안락한 분위기와 변함없는 음식맛은 많은 사람에게 편안한 주막으로 기억되고 있다.
◇“음식장사, 주인이 편하려고 하면 못하죠”
“삼형제 모두 직업선택에 있어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지금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마방집 대표 중 막내인 이두종 대표는 가업으로 3대째 대물림하고 있다. 현재 마방집은 이승종·열종·두종 형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마방집의 어른 원연희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 빈자리를 원 할머니의 세 아들인 이승종·열종·두종 씨가 이어받은 것이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그에게 운명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다른 형님들도 마찬가지였다. 꿈 많은 젊은이들에게 가업이란 일종의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맏형 이승종 대표는 법관을 꿈꾸던 법학도였고, 둘째 이열종 대표와 이두종 대표도 각자 다른 꿈이 있었다.
하지만 10여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형제들은 모여서 가업을 잇기로 결정했고 이 결정은 4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더욱 확고해 졌다. 그들에게 마방집은 가게이기 전에 태어난 곳이었기에 각별한 애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두종 대표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삼형제 모두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한다.
이 대표는 어머니에게 받은 가르침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주인이 편하려고 들면 음식장사 못한다”는 것. 이 대표의 어머니 원연희 할머니는 손님이 아무 때고 찾아와서 배고프다 하면 주무시다가도 일어나 상을 차려내곤 했다. 손님방이 부족하면 안방을 내주고 가족들은 부엌에 멍석을 깔고 잔 적도 있을 정도란다.
이 가르침으로 이 대표를 비롯한 형제들은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한다. 자칫 게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원한다면 가업을 물려줄 생각이다. 하지만 요즘 아들이 가수와 겸업을 한다고 선언해 약간 걱정이라며 웃는다.
사진|프리랜서 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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