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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담회(多啖會)

Paul Ahn 2008. 2. 4. 12:09

⊙다담회(多啖會)

 

“아낌없이 나누고 베푸는 좋아 함께해요”

 

지난 1993년 故 백파 홍성유 선생이 신문에 연재한 ‘별미기행’에 소개된 업소들 가운데 100여명의 식당 사장들이 의기투합해 ‘다담회’를 결성한 지 올해로 꼭 15년이 되었다.

 

 

 

다담회는 그동안 전국을 아우르는 음식관련 대표 모임으로 자리매김하며 식당 경영주들의 정보교류와 친목의 장이 되고 있다. ‘모든 음식을 오래 많이 씹어 맛있게 음미하고 먹는다’는 뜻을 지닌 다담회(多啖會)를 찾아가 보았다.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중순 월요일 오전 10시. 8평 남짓한 다담회 사무실에는 다담회의 핵심멤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7명의 회장단들이 모였다. 멀게는 경남 창녕에서부터 안산, 장흥, 인천 등 전국 각 지에서 오늘의 인터뷰를 위해 아침 일찍 길을 재촉한 것이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담회가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열정과 단순히 친목모임 차원에 머물지 않고 회원 업소 간 다양한 정보교류와 함께 국내 외식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을 갖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다담회 회원업소는 전국 180여곳에 이른다.

 

업소 입구에 ‘다담회 회원업소’ 로고를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며 형제애 보다 끈끈한 나누었던 다담회는 한동안 활동이 다소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담회가 달라졌다.

 

풍문으로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신입회원업소로 적합한 곳이 있으면 회장단이 먼 길 마다않고 달려가는 것은 물론, 공동구매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활발한 소통을 벌이고 있단다. 다담회라는 타이틀 하나로 15년의 세월과 추억을 함께 나눠 온 그들에게 다담회의 주요활동과 지향점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소회를 들어보았다.

 

백파 홍성유의 ‘별미기행’ 업소들이 모여 다담회 결성

다담회 김세환 회장은 다담회의 탄생 배경에 대해 “ 백파 홍성유 선생이 조선일보 ‘별미기행’에 외식업소를 취재해 실었는데, 1993년 가을 무렵 여기에 실린 식당 사장 100여 명이 모여 결성한 국내 최초의 외식경영주 모임이다.

 

이때 초대회장이 도예가이자 SBS 전국 맛집 리포터로 활약했던 이준희 씨였다. 이후 1994년 백파 선생의 ‘한국 맛있는 집 999점’ 출판기념회를 겸해 회원들이 올림픽 공원에서 음식페스티벌을 개최, 각 매스컴에 대서특필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 고 설명한다.

 

다담회가 왕성하게 활동할 때는 전국적으로 회원업소가 500여 업소에 달할 때도 있었다. 특히 백파 선생의 인지도는 하늘을 치솟아 ‘별미기행’에 보도된 업소는 한마디로 대박이 터진다고 할 만큼 위세가 대단했다. 당시 사무총장을 맡고 있었던 황수창 부회장은 “백파 선생의 별미기행에 소개된 업소들이 대박을 터트리기 시작하자 심지어는 ‘우리 업소도 신문에 소개해 달라’고 일부러 찾아오는 식당 주인들이 허다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백파 선생의 별미기행 선정업소에 대한 기준은 까다로웠다. 백제해물탕을 운영하고 있는 박순금 부회장은 “당시에는 해물탕이 아니라 갈비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다담회 회원인 지인의 소개로 백파 선생이 찾아왔었다. 그런데 백파 선생이 ‘맛이 없으니 소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며 백파 선생의 까다로운 업소 선택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박 부회장은 “당시에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이후 지인들의 도움으로 백제해물탕을 시작했고, 당당히 백파 선생의 기준에 합격해 누구보다도 백파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 다담회의 회원이 되었다”고 밝혔다.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으로 엮어가는 다담회

잘 나가던 다담회에도 위기는 있었다. 백파 홍성유 선생이 타개한 이후 백파 없는 다담회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일부 회원들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 이때 정복모 명예회장과 정명용 고문이 주축이 되어 흩어졌던 회원들을 아우르고 북돋우며 숫자는 적지만 왕성한 활동을 통해 다담회를 반석에 올려놓았다.

 

풍년명절 추향초 부회장은 “정명용(대문 사장) 고문님도 다담회를 결속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취미생활을 너머 프로에 가까운 사진 기술로 한 차가 넘는 사진관련 기자재들을 싣고 아무 댓가도 없이 차정웅(성북동 고향산천 사장) 회원과 콤비를 이뤄 전국 방방곡곡 회원 업소를 찾아다니며 메뉴사진을 찍어 주었다. 이러한 수고로움 덕에 회원들은 다른 업소에 비해 메뉴 POP나 메뉴북의 퀄리티를 한 차원 높였고, 역시 다담회 회원업소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일들은 눈앞의 이익과 계산을 따지는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다담회 내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박순금 부회장은 지방에서 서울에 볼 일을 보러온 회원들의 사랑방 역을 자처하고 있다. 권수열 사무총장은 “일 때문에 서울에 오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나 누님처럼 따뜻하고 반갑게 맞아 줘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정 때문에 지방업소 회원들도 부담 없이 서울에 있는 회원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힌다.

 

공동구매 프로젝트 등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 줘

다담회 회원들은 학구열도 높다. 회원 중 80% 이상이 연세대 혹은 서울대, 중앙대에서 외식산업 고위자 과정을 마쳤다. 정복모 명예회장은 “외식업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밥집’으로 천대받던 식당을 외식산업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성장시킨 주역들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전국의 회원업소를 방문해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은 진심어린 마음으로 일러주고, 또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배울 점은 벤치마킹하며 함께 성장해 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건강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다담회는 올해 식당운영에 필수적인 식자재부터 물티슈, 종이컵, 냅킨 등 공산품까지 ‘공동구매 프로젝트’를 실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원가절감을 위해 마른수건도 짜야하는 때에 다담회에서 시행하는 공동구매 프로젝트는 회원들에게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특별한 수익이 없는 다담회로서는 공동구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업체들부터 수익금의 일부를 찬조받아 재원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권수열 사무총장은 “현재 회원들의 반응이 매우 좋으나 아직까지 품목이 한정되고, 물류가 원활하지 않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각 지방에 거점 물류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신지식인들이 생산하는 유기농 농산물을 비롯해 추수시기에는 쌀, 김장철에는 배추 등 단발성 품목들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삼성 에버랜드 비밀닷컴과 협력해 홈페이지 활성화 및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이는 회원들과의 원활한 ‘소통’ 뿐만 아니라 향후 공동프로젝트에서 추진했던 제품들을 인터넷 쇼핑몰까지 연계할 사전 포석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다담회는 회원들간의 친목도모와 정보교류, 노하우 전수라는 설립취지와 함께 회원 자녀들에 대한 장학사업 및 회원업소들을 위한 무료 홍보 책자 발간 등의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촬영을 위해 오랫만에 정동길을 찾은 회장단들. 한여름 싱그러운 초록빛 나뭇잎과 반짝이는 태양보다 더 빛나는 여유와 노련함이 만면에 뭍어난다. 이날은 베풀기 좋아하는 윤희원 부회장의자택에서 삼복도 거뜬하게 물리치고 함께 건강하자는 의미로 삼계탕 파티를 했다.

 

정복모 명예회장(피자성 효인방 사장)

“다담회 회원들의 특징은 성공은 했으나 소리가 없고, 좋은 일을 해도 말이 없으며, 밑바닥부터 시작해 기본적인 자질이 있기 때문에 좌절도 없다는 것이다. 다담회는 나무의 뿌리와 줄기는 있으나 새순이 돋아나지 않는 다른 단체들과는 달리 신입회원을 꾸준히 받아들여 새순을 돋게 함으로써 항상 새로운 활력이 넘친다는 점이 차별되는 점이다.”

 

김세환 회장(청미횟집 사장)

“좋은 분들, 기라성 같은 업소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안타까운 점은 그동안 음식에 열정과 혼을 담다보니 몸이 아프거나 타개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가는 점이다. 회원들의 건강이 가장 큰 바람이며, 2세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더욱 빛나게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소망이다.”

 

윤희원 부회장(이학면옥 회장)

“40여개의 다양한 모임이 있는데 가장 마음이 편하고 의미 있는 곳이 다담회다. 동종 업계에 몸담고 있다보니 애로사항과 희로애락을 누구보다 서로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다담회는 정을 바탕으로 좋은 것은 서로 권하고, 조언하는 실질적인 정보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추향초 부회장(풍년명절 사장)

“돈에 대한 욕심이 없었고, 음식과 사람에 대한 고집이 있으셨던 백파 선생님처럼 다담회 회원들도 모두 선생님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풍년명절은 백파 선생님에게 너무나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그 사랑과 고집을 닮아 더 많이 사랑하고 베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황수창 부회장(봄봄비빔국수 사장)

“다담회 초창기부터 참여해 백파 선생님을 보좌했었다. 아무 사심 없이 소주 한잔에 밤을 지새우는 소박한 백파 선생님처럼 회원들도 친형제처럼 서로 이끌어주고 의지하는 마음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 온 원동력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박순금 부회장(백제해물탕 사장)

“다담회는 ‘성공업소의 지름길’로 통하기도 한다. 이는 연륜과 경험이 축적돼 실질적인 코칭을 할 수 있는 실력 있는 회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봄, 가을에 실시하는 신입회원업소 방문도 격려 및 실사의 의미가 함께 내포되어 있다.”

 

권수열 사무총장(도리원 사장)

“내 삶과 사업의 모델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정보와 자료, 노하우, 인맥 등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큰 힘이된다. 이 모든 것이 정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하며, 그 정을 먹고 성장한 것에 대해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