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노 히데미(HIDEMI SUGINO) / 케익
열정가득한 장인의 손길로 만드는 케익
1953년생의 스기노상.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는 비록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으나 스기노상에게 먹일 음식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셨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생일날 어머니가 사 주신 유명호텔의 케익은 그가 파티시에의 길을 걷도록 하게 한 계기가 되었고, 고교졸업 후 오쿠라호텔에서 그 첫 발을 내딛게 된다. 1979년부터 3년간 프랑스파리, 알자스, 스위스에서 경험을 쌓은 후 돌아온 그는 나고야, 코베 등을 거처 지금은 토쿄, 쿄바시에서 ‘HIDEMI SUGINO’를 운영하는 파티시에(Patissier)다.
그의 가게는 쉽게 찾을 수 있는 큰 도로에 위치한 여느 유명 쉐프의 가게와는 달리 오피스 빌딩으로 둘러싸여 출퇴근 시간 외에는 지나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는 곳에 있다.
그는 조리복을 입고 매일 아침 8시30분이면 주방으로 직행한다. 1층은 매장, 2층은 주방으로 되어있는 점포 구조는 스기야상의 열정적이고도 불 같은 성격과 관계된다. 제자들에게 지시를 하거나 꾸중을 하면, 여과 없이 손님의 테이블까지 전달되므로 1, 2층으로 구분해 소음이 들리지 않는 쾌적한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내가 스기노상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전문학교시절 스기노히데미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감상문을 제출하는 수업을 통해서였다. 화면을 통해 비춰진 그의 열정과 진심으로 일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시청이 끝난 후 같은 반 친구들의 눈도 감동의 눈빛, 의지의 눈빛으로 모두들 초롱초롱해 져 있었다. 아마도 그건 스기노상이 어린시절 잊을 수 없었던 생일케익과도 같을 것이다.
화면 속의 그는 어린 제자들(그는 이렇게 부른다)과 함께 혼연일체가 되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다른 곳과는 달리 가장 어린 제자가 데코레이션 섹션을 담당하고 있었고, 쇼콜라, 무스를 만드는 작업 등 결정적 맛의 역할을 하는 섹션은 스기노상이 직접 담당하고 있었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제자들의 움직임을 파악해 문제점을 쏙쏙 짚어내는 날카로움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스기노상은 “나는 레시피에 집착 하지 않는다. 레시피는 어디까지나 음표이고, 하나의 작품이 나오기까지는 지휘자의 기량, 감성에 의해 그 음색(작품의 맛)은 달라진다”라고 말한다. 그의 이러한 신념은 그가 저술한 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 이렇게 상세한 레시피와 제조과정 사진이 많은 책은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일본인 파티시에
그의 책 ‘소재보다 더 소재답게(素材より素材らしく)’에서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상세하고도 치밀한 레시피 공개와 함께 ‘HIDEMI SUGINO’의 특징인 계절감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스기노상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소재가 가지고 있는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계절감을 어떻게 표현해 내는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1999년 프랑스, 베르사이유에서 열린 세계우수요리책 시상식에서 일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필자의 탄탄한 기술과 계절감을 살린 아이디어, 상세한 제조과정 사진과 이해하기 쉬운 설명 등이 외국의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책으로, 스기노상의 레시피는 유럽의 파티시에들에게도 사용되고 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지난달 여름휴가 때 방문했던 ‘HIDEMI SUGINO.’ 10시(오픈 시간) 이전에 가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서둘러 호텔을 나왔으나, 꼭꼭 숨어있는 점포 위치와 여러 가지 이유로 11시가 넘어서야 도착하게 되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예쁘고 조그마한 케익들이 아직도 우리를 기다려 주고 있어(벌써 다 팔려 빈자리만 남은 것도 있었지만) 일단 한 숨 돌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12시 30분 쯤 되니 매장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고, 쇼 케이스는 빈자리로 휑해지고 있었다. 폐점(19시)까지는 아직도 6시간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스기노상은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 이상은 절대 만들지 않는데 이는 자신의 성격 탓이라고 말한다. 유명한 파티시에들은 백화점, 혹은 분점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지금까지도 하나의 작은 가게를 고집하는 이유는 ‘자신의 손이 미치지 않는 것들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라는 신념에서다. 매일 만드는 생과자 300개와 구운과자 1000개가 그의 손과 시야에서 만들어지는 최고의 과자인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재료의 분량, 굽는 시간 등 하나하나의 과정들을 정확히 지켜나가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과자의 비결이지만 이 ‘당연한 것’들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말하는 스기노히데미, 20대 젊은 시절 다짐했던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라는 신념을 53세가 된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스기노 히데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과자 만들기에 열정을 다하는 그에게 깊은 감명을 받는다.
2007-09-06
관리자기자, foodbank@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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