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미술관으로 재탄생… 관광객 줄 잇는 세계의 명소
http://news.joins.com/article/22601585
이웃 나라 일본에도 ‘버려진 섬’에서 현대미술의 메카로 재탄생한 ‘예술 섬’이 있다.
일본의 서쪽 세토(瀨戶) 내해에 위치한 작은 섬 나오시마·데시마·이누지마가 그 주인공.
30여 년 전만 해도 각종 산업 폐기물로 오염됐던 섬들이‘갱생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 몰라보게 달라졌다. 영국의 여행잡지 ‘트래블러’에 ‘꼭 가봐야 할 세계의 7대 명소’로 선정되는가 하면 이 섬들을 방문한 여행객은 연간 수십만 명에 이른다.사람의 발길이 끊겼던 곳에서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로 변모한 일본의 섬을 소개한다.
①나오시마
아무도 찾지 않았던 섬 나오시마가 주목을 받은 건1980년대 말부터다.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게 하고싶다는 부친의 꿈을 이어받은 후쿠다케 소이치로 베네세그룹 회장이 나오시마를 개발하기 위한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세계적인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예술가쿠사마 야요이 등과 함께 섬을 캔버스 삼아 건축미가 돋보이는 미술관을 짓고 낡고 주인 없는 집은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나오시마는 섬 둘레가 16㎞인 작은 섬으로 천천히 걸으며둘러보기에 좋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곳곳에 설치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미야노우라 항구에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호박’(사진9)이다. 호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으로 항상 붐비는 나오시마의 랜드마크다.
섬 반대편의 혼무라 지구에는‘이에(家) 프로젝트’로 불리는 마을이 있다. 예술가의 손길로 예술 작품이 된 주인 없는 집, 염전 창고 등이 눈길을 끈다. 안도다다오가 건축한 지추미술관 또한 꼭 둘러봐야 할 장소다. 지하에 있는 미술관으로 땅속 어둠을 배경으로 ‘빛’을이야기하는 작품을 전시한다.
②데시마
6개의 마을이 조화를 이루는 데시마는 둘레 20㎞의 섬이다.
한때 벼농사로 주민의 삶이 풍요로워 ‘풍도(豊島)’라는이름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한 기업이 75년부터 16년간 약 60만t의 산업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며 ‘쓰레기 섬’이 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와 미술가 나이토 레이가 섬 살리기에 나섰다. 그 결과물이 두 예술가가 공동으로 작업한 ‘데시마 미술관’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예술 작품이 섬 곳곳에 전시돼 하나의 미술 전시장을 연상케 한다. 특히 세계인의 심장 소리를 녹음한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심장 소리 아카이브’가 있는 작은 미술관(사진10)은 놓치기 아까운 명소다. 이곳에는 심장 소리를검색해 들을 수 있는 ‘리스닝 룸’과 방문자가 자신의 심장 소리를 녹음하고 아카이브에 남길 수 있는 ‘레코딩 룸’이 있다.
③이누지마
지형이 개를 닮았다고 해 ‘이누지마(개섬)’라는 이름이 붙었다. 둘레가 4㎞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섬으로 걸어서 두 시간이면 섬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이누지마에도 역시 아픈 역사가 있다.
1909년부터 구리 제련업으로 번영을 누렸지만 가격 폭락으로 10년 만에 구리 제련소가 문을 닫은 것. 섬은 점점 쇠퇴했고 구리 제련소는 오랫동안 폐허로 남아 있었다.
이에 베네세그룹과 작가 야나기 유키노리가 ‘현대인이 돌아가고 싶은 곳’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구리 제련소를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2008년 개관한 ‘세이렌쇼 미술관’이다. 이곳은 인위적인 냉난방 시설이나 조명 없이 자연 에너지만을 사용해공기·자연광이 자연스럽게 스민다. 미술관 밖에서는 총 5개의‘ 이에 프로젝트’도 만날 수 있다.
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
2018.05.08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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