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예술축제 / 인도, 춤 축제, 2월
북인도의 문화 메카 델리.
티베트의 남쪽나라 인도로 왔다. 한국에서 인도 다큐멘터리 필름을 곧잘 보곤 했는데 볼 때마다 나오는 것이 집집마다 벽에 걸린‘춤추는 시바'의 그림이었다.
현지에 와 보니 역시 인도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신이라고 했다.
신조차 춤을 춘다는 인도를 상징할 만한 대표적인 예술 장르도춤이었다.
화려한 의상 - 흥겨운 음악 - 풍부한 연기뮤지컬 같은 인도 전통춤인도는 워낙 지역이 넓다 보니 예술도 지역에 따라 북인도, 서인도, 남인도, 동인도로 나뉘는데, 어떤 무용공연을 보더라도 ‘북인도지역의 파키스탄 댄스'라거나 ‘남인도 케라라 지역의 전통댄스' 등 춤의 출현지역을 함께 소개했다(인도 전통댄스의 안무와 가사는 주로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도 춤은 종류도 많고 다양했는데 그중에서도 발의 움직임을 중요시하는 북인도의 ‘카타크'와 연극적 요소가 강한 ‘카타칼리' 그리고 남인도의 ‘바라타나티얌'과 아삼지방을 중심으로 한 ‘마니푸리'가 가장 인기 있다고 했다.
델리에서는 중심가에 있는 카타크 전문학교를 직접 찾아가 봤다. 유리창도 없이 그냥 뚫려 있는 창문 너머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운이 좋아 교실에서 수업을 직접 참관할 수 있었는데 전통 인도 의상을 입은 학생들은 맨발에 금속으로 된 구슬을 잔뜩 달고 춤을 췄다. “까그득 까그득….” 입장단을 맞추는 선생님의 호령에 학생들은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먼지가 잔뜩 묻은 건조한 맨발과 땀이 흘러 젖은 얼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카타크는 힌두어로 ‘전설'이라는 의미라는데 발목에 묶은 금속 구슬은 ‘궁그루(Ghungroo)'라고 불렀다. 카타크의 동작에는 중심을 잃지 않고 좌우로 빠르게 회전하는 안무가 많았는데, 여자들의 동작은 예쁘고 부드러워 서정적인 데 반해 남자의 춤은 힘차고 생기가 넘쳤다. 또 춤 중간 중간 신을 숭배하는 듯한 마임을 연기하기도 했는데, 이는 신의 축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춤에서 정해진 안무라고 했다.
학생 중 서양인도 한 명 끼어 있어 쉬는 시간에 말을 붙여 봤다. 에밀리라는 프랑스 뮤지션이었는데 “‘카타크'는 무용이지만, 리듬감이 너무 뛰어나 우연히 인도 여행을 왔다가 아예 눌러앉아 2년간 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시바니라는 학생은 나한테 자신의 궁그루를 벗어 주며 한번 해 보라고 권했다. 통통한 발이 평소 콤플렉스였던 나는 “내 발이 고등어 같아서 안 예쁘다”고 했더니 카다크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위로를 하려는지 카다크 선생님은 내게 “카다크 춤은 발바닥으로 박수를 치듯 바닥을 때려야 하기 때문에 너처럼 살찐 평발이 더 좋다”고 했다.
델리를 떠나 인도 중남부 문화의 중심인 뭄바이로 날아갔다. 뭄바이에서는 ‘칼리고다 아트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올해 10년째를 맞는 이 예술 축제는 전시 영화 무용 문학 등이 골고루 소개되는 종합 예술축제로 해마다 2월에 열린다고 했다.
‘칼리고다'는 뭄바이 시내 한 지역의 이름인데 우리로 치면 서울 명동 같았다. 우연히 일정이 맞은 이 축제 덕분에 한자리에서 나는 10여 가지가 넘는 인도 전통춤을 실컷 즐길 수 있었다.
인도 춤은 전 세계 무용 중에서 무용수들이 가장 화려한 것 같다. 진한 화장은 기본이고 귀걸이며 코걸이, 양 미간 사이로 눈길을 모으는 전통 문양, 팔목 어깨 눈썹, 발목, 손가락, 발가락, 허리까지 갖가지 치장으로 조명 없이도 무용수가 무대에 나오면 무대가 훤해지는 것 같았다.
인도 춤의 또 다른 특징은 어떤 춤보다도 연기의 비중이 높다는 거였다. 공연을 보다보면 연극을 보러 왔는지 무용을 보러 왔는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때로는 너무나 현란한 무대의상과 신나는 민속 음악 덕분에 뮤지컬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인도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특히 전통춤을 추는 남자 무용수의 과한(?) 눈웃음도 한번 맛보길 권한다. 오늘날은 좀 다양해지긴 했지만, 반드시 해피 엔딩으로 끝나던 인도의 정통 연극처럼 인도의 무용도 전반적으로 신화를 묘사하거나 찬미하는 내용을 담은 ‘환희'를 표현하는 안무가 많다.
그렇다 보니 무용수들은 두꺼운 쌍꺼풀로 눈웃음을 치며 시종일관 행복에 겨워 금방 승천이라도 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춤을 췄는데 조금은 느끼한 남자 무용수의 행복한 표정들은 공연장을 나선 후에도 한동안 잊혀지지 않고 덩달아 흥겨웠다.
유경숙 공연기획자 prniki1220@hotmail.com▼볼리우드▼춤 장면 많은 인도영화“추억 만들고 돈도 벌고”여행자들 ‘춤 알바' 인기‘볼리우드'라는 말이 보편화된 명사처럼 쓰일 만큼 인도는 영화 대국이다. 인도 시내의 영화관마다 할리우드 영화 대신 볼리우드 영화 일색이었다. TV 영화채널에서도 볼리우드 영화는 쉽게 볼 수 있었다.
인도 영화 근거지인 봄베이(뭄바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인 ‘볼리우드' 영화에도 춤과 노래는 빠지지 않는다. 볼리우드 영화는 어찌 보면 거의 뮤지컬 같다.
흔히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 할 3박자로 노래, 춤, 연기를 꼽듯 인도인들은 볼리우드 스타를 말할 때 노래와 춤과 연기를 본다고 한다.
특이한 건 요즘 뭄바이 여행자들 사이에선 볼리우드 영화가 용돈을 벌 수 있는 짭짤한 아르바이트로 인기라는 점이다. 인도 영화는 주인공이 뮤지컬처럼 대사를 노래로 하면서 시종일관 춤을 추는데 이때 수십 명의 엑스트라가 마치 무대 위 앙상블처럼 주인공을 중심으로 떼거지로 몰려나와 같이 춤을 춘다. 이 군중 엑스트라의 상당수는 촬영 당시 뭄바이에 머무는 여행객들이라고 한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오전 6시 반경 뭄바이 시내의 콜라바 마켓 가에 있는 맥도널드 가게 앞에 가면 수십 명의 여행자가 볼리우드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기 위해 몰려든다. 약간의 용돈이라도 벌고, 특이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좋아한다고 한다. 나 같은 동양인은 외모가 너무 튀어서 주로 서양 관광객이 많이 캐스팅된다고 했다. 그래서 서양인들이 많이 묵는 숙소 쪽에 이런 구인 아르바이트 정보가 나돈다고 하는데 보통 하루 12시간 동안 똑같은 춤만 추고 400루피(약 1만500원) 정도를 받는다.
동아일보
2008/02/15
문희수
'Life Service > @Festiv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세안 명절 이야기 / 정월 초하루 (0) | 2019.02.20 |
---|---|
♠니스카니발 / 프랑스, 춤 축제, 2월 (0) | 2019.02.18 |
♠동백꽃 명소 5선 / 2월 중순 (0) | 2019.02.10 |
♠강화빙어축제 / 강화, 1월 (0) | 2019.01.21 |
♠인제빙어축제 / 인제, 1월 (0) | 2019.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