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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테크〕유통산업의 신기술, 어디까지 왔나!

Paul Ahn 2019. 7. 8. 08:41

〔리테일테크〕유통산업의 신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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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가 안내하고, 로봇이 추천...

 

스마트 매장의 AI 두뇌 장착“내일의 변화 속도는 오늘의 변화 속도를 기어가는 것처럼 보이게 할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가이자 싱귤래리티대학교 총장인 피터 디아만디스의 말로, 최근 유통기업들은 누가 더 빨리 신기술을 개발해 소비자 삶에 파고들 수 있느냐를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 1. “저와 함께 쇼핑하시겠어요?

 

 

 

상품이 있는 곳까지 길안내를 시작합니다.” 수천 개 상품이 있는 창고형 마트에서 고객을 안내하는 이는 매장 직원이 아니라 ‘로봇 카트’. 이마트가 지난 4월 트레이더스 하남점에서 시험 가동한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의 모습이다. 카트가 알아서 고객을 따라 움직이거나 음성 인식으로 검색한 상품 위치로 미리 이동한다. 결제도 계산대까지 갈 필요 없이 카트 몸체에 탑재한 센서를 이용하면 바로 진행할 수 있다. 쇼핑을 마치고 짐을 빼니 카트가 처음 있던 자리로 알아서 돌아간다.

 

 

 # 2. 여름 정장 한 벌이 필요해 롯데백화점 AI 쇼핑 도우미 ‘로사’에게 정장 추천을 부탁했다.

 

로사는 “어떤 스타일을 원하시나요?”라고 되물었고,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스트라이프 시어서커’, ‘린넨 체크 슬림 핏’ 등을 추천했다. 추천 상품이 포멀웨어 정장 같아 음성 인식기로 ‘캐주얼한 스타일’이라고 말했더니 원하는 제품이 눈앞에 등장했다. 그중 가장 시원한 느낌의 쿨 비즈 정장을 장바구니에 골라 담았다.

 

이런 풍경은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앞서 제시한 두 장면은 이미 우리 실생활에 구현된 것이다. VR 고글을 쓰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AI 로봇과 스마트 카트가 대형마트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더 빠른 배송을 위해 물류 로봇이 경쟁을 하는 시대가 왔다.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인 스마트 매장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인공지능·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퓨처 스토어 구축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사과나무를 심는 유통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인데, 그렇다면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신기술들을 살펴보며 유통의 미래를 엿본다.

 

 

혁신 랩에서 유통업 - IT의 연결고리 찾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AR·VR(증강·가상현실) 등은 이제 더 이상 신개념 용어가 아니라 유통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다양한 신기술이 유통업에 접목되며 무노력 쇼핑과 사물(Thing) 채널, VR 스토어 등이 실현되고 있다.

 

2017년 특허청이 공개한 혁신기술 특허출원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유통 분야에서 출원된 혁신기술특허는 총 185개에 이른다. 그중에 적용되는 64개의 특허를 낸 교육기관을 제외하면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유통업체들의 출원 활동이 가장 많았다. 기술별로는 AR과 빅데이터, IoT가 각각 86개, 53개, 27개로 가장 많이 출원됐고, VR과 AI는 각각 14개, 5개로 뒤를 이었다.

 

유통업계가 이처럼 신기술 개발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은 저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혁신 기술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기술력이 없는 유통기업은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통업계 총수들도 직원들에게 과감한 혁신을 요구하며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말라고 강조한다.

 

유통업계의 기술 혁신 목표는 ‘획기적 소비자 경험 제공’으로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과 이커머스 기업들은 유통 혁명에 필요한 기술 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 주요 업체별로 기업 내부에 신기술 전담 조직을 두고 IT와 유통업의 연결 고리를 찾고 있다. 옴니채널 구축에 속도를 내며 신규 쇼핑 서비스를 연구 중인 롯데쇼핑은 고객의 쇼핑 어드바이저 개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룹 차원에서 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지난해 백화점 미래전략본부 내 AI팀을 구성하는 등 기업의 디지털 전환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로사와 사만다 등 롯데그룹의 AI 서비스 브랜드를 ‘샬롯’이라는 명칭으로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의 디지털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조직은 이마트 내 전문가 조직인 ‘S랩’이다. 2014년 신세계I&C 산하 조직으로 신설된 S랩은 2년 뒤 그룹 주력사인 이마트 내부 조직으로 편입됐다. ‘IT와 유통의 융합’은 정용진 부회장이 항상 강조해온 말로, 신세계의 미래를 아마존 같은 혁신기업에서 찾겠다는 그의 경영 기조를 요약한 것이다. S랩이 이마트로 편입된 것도 정 부회장이 직접 S랩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S랩의 지위를 격상시킨 결정이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IT 전문 회사를 설립할 계획으로, 그룹내 IT 사업부를 현대그린푸드에서 물적 분할해 별도 IT 법인인 현대IT&E를 설립하기로 했다. IT와 엔터테인먼트를 의미하는 현대IT&E는 유통 신기술 관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VR 전담 사업부도 신설, 프리미엄아웃렛과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거점에 대규모 VR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로봇어드바이저가 상품 추천하는 쇼핑 세상

 

‘우리는 현재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 세계로 가고 있다’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의 말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유통업계 역시 새로운 쇼핑 방식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하며, 그 출발점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AI 응용은 실제 오프라인 현장에 적용되거나, e커머스 영역에서 상품 추천 솔루션 등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유통업에서 인공지능은 고객 서비스나 직원관리, 판촉 등 활용범위가 넓은데, 온·오프라인에서 AI 기술 덕을 보고 있는 분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쇼핑 로봇과 자율주행 카트ㅣ로보어드바이저의 현실화

 

AI 로봇 기술은 물류 현장의 공정 자동화는 물론 매장 내 스마트 카트와 접목돼 소비자들의 쇼핑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지능형 기술로 진화돼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고객 접점에서 활약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내 유통기업들이 도입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한 매장 안내 기능을 넘어 고객과 의사소통을 하며,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국내 유통업계 최초의 로봇 쇼핑도우미는 2017년 등장한 롯데백화점의 ‘엘봇’과 ‘페퍼’로, 현재 명동 본점에서 각각 1대씩 가동 중이다. 롯데백화점 미래전략본부 AI팀 전세중 책임은 “아직은 새로운 볼거리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로봇이 재고관리, 상품가격 검색, 매장 길 안내 등 주요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도 지난달 성수점에서 롯데백화점과 같은 AI 로봇인 페퍼를 선보였다. 스타필드 고양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를 시범 운영한 데 이은 두 번째 시도다. 달라진 점은 나오가 춤추기·퀴즈 등 엔터테인먼트에 초점을 맞췄다면, 페퍼는 맥주를 고르면 유사제품과 안주를 추천하는 등 쇼핑 로봇의 실용화 가능성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이마트는 좀 더 실용적인 로봇 활용을 검토 중으로, 지난 4월에는 트레이더스 하남점에서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를 시범 운영했다.

 

 

고객과 일정거리를 두고 따라다니며 카트에서 즉시 결제도 가능한 일라이는 비용 문제로 당장 상용화는 어렵지만, 일부 시스템은 기존 카트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진작부터 자율주행 카트에 투자를 해왔다. 월마트는 2016년 로봇청소기처럼 작고 둥근 형태 기기를 카트 하단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게 한 자율주행 쇼핑카트 특허를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취득했다. 아마존 경우 이미 풀필먼트센터에서 자율주행 로봇 ‘키바’를 사용하고 있고, 중국 징동도 올 초 간단한 상품 정보 제공과 고객을 따라다니는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카트를 선보였다.

 

한편, 월마트는 스마트 카트 특허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 ‘보사노바’라는 AI 로봇을 50여 개점에 도입했다. 이 로봇은 매장 내 상품을 일일이 체크하고 재고가 부족하거나 가격표가 잘못 붙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한다. 미국 MIT가 발행하는 기술 전문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보사노바가 사람보다 훨씬 꼼꼼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일반 직원의 업무 수행 능력을 뛰어넘는 매장 관리용 로봇은 시간이 갈수록 정교하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2. 채팅 로봇과 이미지 검색ㅣ챗봇이 찍어주는 사진 한 장으로 쇼핑

 

인공지능의 활용 사례를 생각할 때 음성 비서나 로봇 등만 떠올린다면 AI의 절반만 아는 셈으로, 소매업에서 AI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직원과 직접 마주할 일이 없는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인공지능형 챗봇이 고객 밀착형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의 채팅창과 같은 사용자 환경(UI)을 제공하는 챗봇은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소비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보면 풍부한 대화를 통해 고객이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자세하게 알게 돼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고객 역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찾기 위해 온라인에서 무수히 많은 상품 카테고리를 검색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채팅 봇이 단순히 고객이 검색한 상품을 최신순으로 소개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 유통업계 챗봇은 AI ‘딥러닝 추천 엔진’으로 고객 성향을 분석, 직접 대화를 나누며 자체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챗봇이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로 실수를 최소화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11번가 챗봇에는 문장 표현과 형태가 달라도 적절한 응답을 찾도록 학습하는 ‘워드 임베딩’ 기술이 적용됐다. 롯데백화점 온라인몰인 엘롯데의 챗봇 ‘로사’ 경우 AI가 자신과 대화하는 고객의 구매 정보와 행동 정보, 선호 정보 등을 수집해 개인별 고객 성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고 있다.

 

한편, 엘롯데의 로사뿐 아니라 신세계 모바일몰도 ‘이미지 인식(VR ; Visual Recognition)’을 차별화로 내세운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두 곳 모두 모바일 앱에서 옷이나 신발, 가방 등을 촬영하면 해당 상품 혹은 유사한 상품 페이지로 바로 연결되며, 휴대전화에 저장된 기존 이미지만으로도 상품 검색이 가능하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이미지 검색을 처음 도입한 곳은 11번가로, 지난해 7월 정식 서비스로 론칭했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티셔츠, 바지 등 각 패션 아이템에 필요한 속성을 정의한 다음 100만 장에 이르는 학습 데이트베이스(DB)를 구축, 수많은 이미지 인식 훈련을 실시했다. SK플래닛 이미지기술개발팀 나성일 매니저는 “사람이 이미지를 인식하는 방식을 모방한 딥러닝을 활용한다면 기존 e커머스 플랫폼이 가진 키워드 검색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중에는 구글과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이미지 검색을 일찌감치 도입해 텍스트 위주였던 검색 시장이 음성인식에 이어 이미지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검색 결과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국내외 유통기업들은 챗봇과 대화하며 이미지로 검색하는 기능을 ‘넥스트 커머스’의 핵심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3. 가상현실과 AR 스토어ㅣ쇼핑 속으로 들어온 3D 증강현실

 

가상·증강현실도 최근 각광받는 신기술로, 유통업계에서도 VR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VR보다 AR의 대중화가 더 빠를 것으로 전망한다. 가상현실을 실감나게 즐기려면 머리에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쓰고 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컨트롤러가 필요한데, 이 장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반면 증강현실은 특별한 장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모든 환경을 가상의 존재로 만들 필요 없이 현실 세계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우는 기술이라 실제 기업에서 활용 여지가 크다.

 

 

국내 기업 중에는 가구 및 가전 전문점들이 VR보다 AR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로, 이케아와 한샘은 실제 공간에 구매하고 싶은 가구를 미리 배치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해 이와 비슷한 AR 쇼룸을 모바일 앱에 론칭했고, 삼성전자 역시 가상 설치 시뮬레이션 앱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가상으로 옷을 착용하는 VR 서비스도 주목할 만하다. 백화점과 패션 매장 등이 도입 중인 ‘가상 거울’이 대표 사례로,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가상 피팅 서비스가 확산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선보인 가상 피팅 서비스는 디지털 거울을 이용해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피팅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가상 거울 앞에서 의상을 선택하면 피팅한 앞·뒷모습이 동시에 화면에 나타난다. 고객 움직임에 따라 의상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마치 실제 옷을 입어본 것처럼 현실감 있는 피팅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벌의 옷을 입은 모습을 띄울 수 있어 제품 비교도 가능하다.

 

지금껏 온라인 쇼핑객들이 부피가 큰 제품을 사진만 본 뒤 구매해야 했다면, 앞으로 펼쳐질 VR 쇼핑 세계에서는 직접 차량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아파트의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체험 후 구매가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