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 of Operation/@SM.NS

■ 이치고야이치에(一期家一笑) / 일본, 고객 70% 이름을 외우는 슈퍼마켓

Paul Ahn 2018. 11. 13. 09:59

■ 이치고야이치에(一期家一笑) / 일본, 고객 70% 이름을 외우는 슈퍼마켓https://plaza.rakuten.co.jp/ichigoyaichie/diary/201503060000/

 

승승장구 비결, 고객 70% 이름을 외우는 것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과점화 상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불경기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일본 유통업계의 현주소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넓은 상권에서 손님을 끌어 모으는 ‘대()상권 전략’보다 차별화를 통해 좁은 상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소()상권 전략’을 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인해 일본 유통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와중에 소상권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매장들의 성공전략을 소개한다.

 

 

 “자신있게 추천하는 메뉴, 재료 전부가 내 고장 특산물입니다.”

 

슈퍼마켓 내 POP에 쓰여진 문구 가운데 유독 ‘내 고장’이란 단어가 눈에 띈다. 생선은 물론 일배품, 빵, 채소에도 지역산임을 강조하는 광고 문구가 붙어 있다. 이곳은 바로 지역밀착형 식품 슈퍼마켓인 ‘이치고야이치에(一期家一笑)’다.

 

이치고야이치에는 일본 도요하시(豊橋)에 위치해 있는 독립형 슈퍼마켓이다.

도요하시는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일본의 자동차 수출입 항구이자 농업이 활성화된 지역이다. 도요하시에서도 중심부라 할 수 있는 JR도요하시역 인근 주택가에 입지해 있는 이치고야이치에. 근처에는 대형 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이 있고, 편의점도 즐비하다. 하지만 265m² 규모의 이 슈퍼마켓은 막강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높은 매출액을 달성하고 있다. 반경 500 m 내 지역 주민들이 매일 방문할 정도로 단골고객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이처럼 지역 주민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는 이치고야이치에의 비결은 무엇일까.

 

 

대형 슈퍼마켓과 차별화, 독립점이라 가능

 

이치고야이치에의 전략은 내 고장 상품과 제철에 맞는 상품구색이다. 실제로 매장 안의 상품들은 모두 지역 브랜드나 토산물로 채워져 있다. 이에 대해 스기우라 쿠니오(杉浦國男) 점장은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어느 지역에서나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이곳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고,

 

두 번째는 안전∙안심한 먹거리인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즉 생산 현장에 직접 방문해서 안전∙안심성 여부를 알 수 있는 상품만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지역 주민인 생산자가 곧 매장의 고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기우라 점장은 주력상품인 즉석조리식품도 지역산 재료를 사용해 가게 안에서 직접 만들고 있는데 그 이유 역시 명쾌하다. 일반 냉동식품이나 가공식품은 먹었을 때 자신조차 그 맛에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직접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대형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52주 머천다이징’을 이 매장에서는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 있다. 대신 매일 시장에 가서 그 날 가장 싸고 신선한 물건을 매입해 온다. ‘예산 달성을 위해 오늘은 새우튀김을 100개 이상 판매해야 한다.’가 아니라 ‘싸고 맛있으니까 오늘은 새우튀김을 팔아보자.’라는 식이다. 이것은 고장의 신선한 제철의 맛을 그 고장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때문에 이치고야이치에는 매주 배포하고 있는 전단지에서도 가격 소구가 아니라 제철상품이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고객들이 계절을 체감할 수 있도록 농가 체험견학을 실시하고 있으며, ‘제철재료 요리교실’도 무료로 개최하고 있다.

 

 

“고객 70% 이름을 외운다”

 

이치고야이치에의 일평균 객수는 600명. 오전에는 60~70대 노령층이 주로 방문하고, 점심 시간에는 근처 회사 여직원들이, 저녁에는 30~50대 전업주부들이 주고객이다. 고객이 집중 방문하는 시간대는 오전 11시부터 12시 반까지로, 이 때는 현장 대면판매를 진행한다. 교자, 오므라이스, 야키소바 등 매일 다른 메뉴를 고객 눈 앞에서 조리하고 완성해 제공하는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점두에서 꽁치를 굽기도 한다. 가장 출출한 시간대에 시각적 요소와 함께 소리와 냄새로 고객의 식욕을 자극해, 구매욕을 끌어올리는 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매출 구성비는 스시가 8%, 일반조리식품이 13%가량이고, 에호마키(일본식 김밥) 등 세시풍속에 관계되는 즉석조리식품도 그 시기가 되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역 축제가 있는 날에는 스시 주문이 쇄도해 매출의 50%를 차지하기도 한다.

 

이치고야이치에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직원들이 약 70% 고객의 이름을 외울 정도로 고객과 특별한 관계를 쌓고 있다는 점이다.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고객의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직원들 대부분은 예약 주문을 받을 때 고객의 이름을 외우고 있으며, 운동회나 마을회의 등에도 참여해 고객과 안면을 트고 친분을 쌓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단지 상품만 구입하는 것이라면 가격이 저렴한 다른 가게에서 살 수도 있지만, 이처럼 이치고야이치에를 찾는 이유는 직원과 대화하며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신 고령자 경우 평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적으므로 일부러 가게를 찾기도 한다.

 

대형마트에서는 상품을 통합관리하고, 경영 효율화를 위해 직원 수를 줄이는 경우가 많아 고객이 매장에서 직원과 교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치고야이치에는 인건비 부담이 다소 들더라도 앞으로도 대면판매를 계속할 방침이다.

 

 

고령자 위해 도시락 배달까지 ‘척척’

 

시대에 따라 판매방식은 바뀐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 유통업계 성공 키워드도 대상권 전략보다 이동 거리가 짧은 고령자를 집중 공략하는 소상권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이치고야이치에도 예외는 아니다. 늘고 있는 고령자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한 것. 최근 이치고야이치에는 직접 물건을 사러 오기 힘든 고령자 고객을 위해 배달 주문을 받고 있다. 그런데 소량 주문하는 것이 미안해서인지 불필요한 상품을 더 주문하는 고령자 고객이 있다. 그럴 때마다 직원들은 주문량을 줄이도록 직언한다.

 

고객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 부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이것이 이치고야이치에가 단골 고령자 고객을 확보하게 된 ‘힘’이기도 하다.

 

또 고령자 고객을 위해 도시락 배달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는데 직원들은 배달뿐만 아니라 고령자 안부를 확인하는 역할도 병행한다. 단순히 고객 응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 측에서 먼저 고객에게 다가가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치고야이치에는 한 고객이 혼자 사는 부모가 걱정이라고 하면, 그 걱정을 없애주기 위해 가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리고 고객을 대신해 정기적으로 쇼핑을 대행해주고, 도시락을 배달하며, 안부를 확인해 전달해줌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킨다.

 

“단지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도움이 돼서 고객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목적이 되면, 비즈니스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스기우라 점장의 이 말은 대자본에 밀려 위기에 처한 중소 상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치고야이치에’ 3가지 특징>

 

1. 어머니의 마음

자식의 건강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질리지 않는 손맛 그대로의 정성을 담아 반찬을 만드는 것이 방침이다.

 

2. 내고장 상품을 중시

생산현장과 생산자를 확실히 확인한 지역 상품이야말로 고객에게 안전∙안심감을 소구할 수 있다.

 

3. 제철 상품을 제공

계절감을 제공하기 위해 제철 상품을 판매한다. 제철 상품은 그 시기 가장 싸고 맛있는 것으로 시기마다 판매량이 많은 단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리테일 매거진 2012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