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좋은글

〔배려〕안부를 묻다.

Paul Ahn 2019. 12. 2. 08:31

〔배려〕안부를 묻다.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 김시천 -

 

 

 

안부(安否)

어떤 사람이 편안하게 잘 지내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소식.

또는 인사로 그것을 전하거나 묻는 일.

 

 

***

 

무논 위에 드리운 농가

감자밭에서 노인이 홀로 풀을 맸다.

 

지난해 이맘때 우연히 만난 95세 김복희 할아버지,

2년 전 할머니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사신다.

 

잠시 말벗이 되어 집으로 들었다.

잘 정돈된 방안에 걸린 시계와 달력,

낯익은 예수의 초상도 있었다.

 

며칠 뒤 사진을 가지고 다시 방문했다.

두 손을 잡고 좋아하시던 할아버지,

귀는 어둡지만 표정으로 금방 아셨다.

 

 

할아버지의 안부가 궁금했다.

집 근처에 있는 교회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혹여 하는 마음으로 연결된 목사님,

 

요즘도 걸어서 교회에 나오신다고.

유선을 통해 들은 소식만으로 기분 좋다.

그래, 5월은 불쑥 떠오르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야 겠다. . 

 

중앙일보

2018.05.06

[조용철의 마음 풍경] 안부를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