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의 변신〕일본 슈퍼마켓 리뉴얼 트렌드
◇리뉴얼 매장의 주역은 ‘바로 먹는 간편상품’
최근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슈퍼마켓 업계가 즉석조리식품과 가공도를 높인 신선식품을 강화하는 형태의 리뉴얼을 단행하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 일본 수도권 지역 대형 슈퍼마켓 기존점 매출이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사밋토의 2014년 3월기 기존점 매출은 전년대비 1.7% 증가하며 3년 만에 전년 실적을 웃돌았다. 마루에츠의 2014년 2월기 기존점 매출도 1.7% 증가했다(표 1 참조).
과거 수년에 걸쳐 기존점 부진이 계속됐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바닥을 찍고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각 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통해 반전에 성공한 것일까. 공통점은 기존점 리뉴얼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사밋토는 2013년에 5개점, 2014년에 9개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2015년에는 전면 리뉴얼, 부문 리뉴얼을 포함해 11개 매장의 재단장을 계획하고 있다.
•마루에츠는 최근 3년 동안 기존점에 매년 10억 엔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마루에츠 경우 기존점 리뉴얼 사업과 관련해 투자액 1천만 엔 미만의 소규모 투자와 1천만 엔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구분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부문 리뉴얼을 대폭 늘리고 있다.
•또 다른 슈퍼마켓 이나게야는 2014년부터 기존점 리뉴얼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14년에는 53개 매장을 리뉴얼했으며, 2015년에는 60개 매장을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다.
◇건축비 상승으로 신규점 매력 떨어져
그렇다면 사밋토, 마루에츠 등 대형 슈퍼마켓 업체들이 기존점 리뉴얼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경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지가 제일'이던 시절이 있었다. 일단 좋은 입지에 매장을 확보하면 기존점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도 일정 매출을 획득,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슈퍼마켓 체인이 신규점을 출점하게 되면서 슈퍼마켓 시장은 포화 상태가 됐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심형 소형점 같은 새로운 슈퍼마켓 모델이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드럭스토어의 식품 강화’, ‘편의점의 신선식품 강화’, ‘인터넷 슈퍼의 대두’ 등 업태를 초월한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슈퍼마켓이 기존점 리뉴얼에 주력하는 두 번째 이유는 신규 출점으로는 더 이상 기업 성장을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슈퍼마켓 시장의 포화 현상이 두드러짐에 따라 매력적인 출점 후보지가 적어지고 있다. 또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건축 비용이 급상승한 것도 신규점 출점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해지 재건 수요가 발생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과 함께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에 따른 건설 수요가 일면서 건축자재를 포함한 건설 비용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신규점보다 매출과 수익을 예측할 수 있는 기존점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
사밋토의 다지리 하지메 사장은 "신규 출점에 투자하는 것보다 기존점을 변화시켜 매출을 10% 올리는 것이 투자 효율이 좋다."라고 단언한다.
또 한 가지 슈퍼마켓 체인이 기존점 리뉴얼을 실시하는 주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소비자 식생활 변화다.
일본에서는 고령화, 저출산, 소가족 증가, 맞벌이 가정 증가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식생활을 둘러싼 소비자 기호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슈퍼마켓이 주력해 온 식재료로서의 신선식품이 팔리지 않게 되고, 가공도를 높인 신선식품과 곧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 매출을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식생활 변화에 대응한 매장을 만드는 것이 슈퍼마켓 업체들에게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점 리뉴얼로 소비자 식색활 변화에 대응
일부 발 빠른 슈퍼마켓 업체들은 이미 새로운 소비 스타일에 대응한 모델 점포를 개발하고 성공 사례를 기존점에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 변화에 대응한 매장 구축의 성공 사례로 요쿠베니마루를 들 수 있다.
요쿠베니마루 기존점 리뉴얼의 핵심 포인트는 델리 매장 강화다. 요쿠베니마루 델리 매장은 자회사인 라이프푸드 공장에서 제조한 상품을 모아 '단란 델리'라는 이름 아래 판매하고 있다. 매장 내 많은 진열 공간을 할애한 '단란 델리'는 '이자카야 델리', '조식&석식 델리' 등으로 식생활 장면을 이미지하기 쉽도록 세분화하고, 이에 맞는 식품을 구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요쿠베니마루 오다카 젠코우 사장은 "소비자 기호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 증가에 따라 가정에서 요리를 하는 시간이 줄고 있는 가운데 델리와 같이 바로 먹을 수 있는 편리함이 요구되고 있다."라며 델리 식품을 강화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밋토 / 식생활과 관련된 소비 습관과 라이프스타일 변화 대응
사밋토는 2013년 이후 소비자 변화에 대응한 상품 정책을 내세워 기존점 리뉴얼에 힘을 싣고 있다. 즉, 식생활과 관련된 소비 습관과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반영, 이에 대응한 MD를 실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점내에서 가공한 독자상품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매장 적소에 크로스 MD를 전개, 관련 구매를 촉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일 매장에 '과일&샐러드' 코너, 수산 매장에 '조림 생선&구운 생선' 코너, 정육 매장에 '그릴 키친' 코너를 설치하는 등 신선식품 부문별로 완조리 식품과 반가공품을 충실히 구비하고 있다. 또한 '파스타', '찌개' 등 식사 메뉴가 쉽게 떠오르도록 하는 크로스 MD도 도입했다.
■이나게야 / 반조리 식품, 완조리 식품 구색 강화
이나게야도 고객니즈가 높은 반조리 식품, 완조리 식품 구색을 강화하는 매장 개조에 나서고 있다. 점포 콘셉트를 지금까지의 '신선 플러스 델리'에서 '델리 플러스 신선'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델리 플러스 신선'이란 지금까지 신선식품이 주체가 됐던 매장에서 델리를 주역으로 한 매장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나게야 관계자는 "레디 투 히트(ready to heat), 레디 투 쿡(ready to cook) 등의 식품을 관련 그로서리와 함께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델리 플러스 신선'을 구현화한 점포가 이나게야 시타이시가미이점이다.
이 매장의 최대 특징은 신선식품과 일배 부문의 즉석식품, 전자레인지 사용 상품을 델리 매장 인근에 집결 배치한 것이다. 이나게야 관계자는 "고객 내점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델리 강화가 빠질 수 없다. 델리 매장이 핵이 되도록 상품구색을 재편집했다."고 말했다.
델리 코너 경우 이나게야 매장 가운데 최대 규모로 진열량을 할애했다. 또한 새로운 시도로 점내 3곳에 평대 아일랜드를 설치하고, 기존에 신선식품과 일배식품 매장에서 판매하던 채소 샐러드와 미트 델리, 전자레인지용 상품을 한 곳에 집결, 고정코너화했다.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용 상품은 '레인지로 간단! 델리'라는 이름 아래 48개 아이템을 갖추고 있다.
한편, 신선식품 매장은 소재와 반가공품 구색 확대를 꾀했다. 예를 들어 과일 매장에서 판매하는 토마토는 약 4개 0아이템, 버섯류는 약 30개 아이템을 구비하는 등 비슷한 규모의 점포보다 1.6배 많은 650개 아이템을 취급하고 있다.
■세이유 / 신선식품을 강화한 세이유
세이유는 2013년 10월부터 신선식품 선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선식품 강화에 나선 이유는 매월 1회 점두에서 실시하는 고객 설문조사 결과, 신선식품이 강한 내점 동기인데도 불구하고 신선식품 만족도가 경쟁사에 비해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선도에 대한 고객 만족도 높이기에 나선 이후 농산 부문에서는 수확에서 점두 진열시까지 리드타임을 단축하기 위해 농가와의 직접 계약을 통한 구매 비중을 늘렸다. 현재, 직접 구매 비율은 35%에 달한다.
또한 축산 부문은 모회사인 월마트를 통해 세이유가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직수입 모델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중간 유통비용 절감과 신속한 물류체계 구축이 이뤄졌다.
매장 선도 관리에도 주력하고 있다. 신선식품 직원이 매일 매장 선도 관리에 책임을 지는 '제가 보증합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점 대상으로 주 1회 제3자에 의한 매장 점검을 실시하는 등 외부 평가도 도입했다.
세이유의 2013년 기존점 매출은 전년대비 0.5% 감소했지만, 신선식품 부문 강화에 착수한 10~12월 신선식품 매출은 같은 기간 1.6% 증가했다.
신선식품 선도에 자신을 갖게 된 세이유는 올해 4월 1일부터 '신선식품 만족 보증 프로그램'을 전 매장에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고객이 구입한 신선식품 선도와 품질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구매금액을 환불해주는 것으로, 이 제도 도입 후 신선식품 매출은 4월에 전년대비 6%, 5월에 10% 증가했다.
2014년 6월에 새롭게 단장한 세이유 히바리가점은 세이유의 신선식품 강화 전략을 반영한 매장이다. 신선식품은 기존 매장대비 약 18% 구색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진열 방법도 바꿨다.
점포 입구 근처 농산 매장에는 기존보다 낮은 평대를 도입했다. 이에 대해 농산 매장 담당자는 "다양한 색감을 지닌 과일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게 하는 한편, 선도를 어필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수산매장에는 대면식 매장을 도입했다. 생선을 자르거나 손질하는 가공 장면을 내점객에게 보여줌으로써 신선도를 소구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비정기적으로 참치 해체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일본 슈퍼마켓 업계에서는 기존점 리뉴얼에 힘을 싣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등 다양한 이업태들이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공통적인 개장 포인트는 소비자 식생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델리와 신선식품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업태로부터 시장 잠식을 당하고 있는 슈퍼마켓 업체들의 반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리테일매거진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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