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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다 같은 ‘급’이 아니다. 명품, 그들만의 소비 방식

Paul Ahn 2019. 6. 28. 08:24

〔프리미엄〕다 같은 ‘급’이 아니다. 명품, 그들만의 소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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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럭셔리(McLuxury)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명품이 대중화되면서 명품에 이른바 급이 생기게 됐다. VVIP들은 이런 트렌드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들은 오랜 전통과 장인정신, 그 가치에 중점을 두고 명품을 선택한다. 명품이라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선택하기 때문에 명품이 되는 것이다.

 

명품(名品)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 뛰어나거나 또는 널리 이름이 알려진 물건이나 예술 작품 즉, 마스터피스(masterpiece)를 말한다. 2000년대에 해외 명품 브랜드의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과소비를 부추기는 고가의 사치스러운(luxury) 명품 브랜드를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VVIP들에게 후자의 의미는 통용되지 않는다.

 

 

 

 

 

 

 

 

 

부자의 명품 소비는 곧 가치 소비다. 명품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받는 수단 중 하나다. 단순히 부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그들만의 소비 방식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스타일에 관한 소비다. 보여지는 스타일은 사회성과 상징성을 동반하기 때문. 하지만 국내 부자들이 유난히 해외 브랜드에 치중하는 것은 사실 좀 안타까운 일이다.

 

투자의 귀재이며 세계적 부자인 워런 버핏의 편안한 트레이닝 공항 패션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때 착용했던 블루 컬러의 니트 셔츠는 독일 골프 브랜드인 보그너였다. 또한 애플사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리바이스 청바지를 고수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굴지의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량 생산되는 이른바, 중저가의 국내 브랜드 제품을 걸쳤다는 소식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반면에, 젊은 억만장자에 선정된 커리어우먼들의 롤 모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르베이지나 구호 등 자사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즐겨 착용한다. 이는 자신이 자사 브랜드를 입음으로써 브랜드 홍보 효과를 노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다.

 

어찌됐건 비교적 높은 수준의 문화적, 예술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명품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오랜 전통과 역사를 존중하고 장인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무엇보다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알고 있다. VVIP를 말하는 혹은 지칭하는 소위 명품 스타일이 단지 지갑을 연다고 해서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명품 중 명품, 초고가 위버 럭셔리

 

루이비통, 구찌, 펜디 등 이른바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흔히 볼 수 있는 명품을 뜻하는 맥럭셔리는 더 이상 VVIP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로고를 찍어내며 대량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일반적 명품 브랜드는 그냥 브랜드일 뿐이다. 그들은 장인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지는, 주목 받기보다 눈에 띄지 않지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보다 희귀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명품 브랜드를 선호한다.

 

남들과 같은 브랜드를 지양하는 것은 부자들의 습성이기도 하다. 아무나 쉽게 소유할 수 없는 이른바 명품 중 명품이라 불리는 위버 럭셔리(uber-luxury) 현상. 최고급의 초고가 명품인 위버 럭셔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지 가격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격은 진정한 명품이 가진 부속물에 불과할 뿐이다.

 

위버 럭셔리로 통하는 브랜드들은 최고급 소재, 정제된 컬러감, 절제된 디테일 등 심심할 정도로 지극히 단순하고 간결하다. 로고를 앞세우거나 화려하고 복잡한 장식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위버 럭셔리 브랜드로 꼽을 수 있는 발렉스트라는 디테일은 최소화하고 여러 제작 단계를 거쳐 최상의 품질 및 디자인으로 사랑 받고 있는 이탈리아의 대표 브랜드로 장인들에 의해 100% 수공으로 만들어진다. 연예인 고소영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삼성가(家)의 가방으로도 유명하다.

 

상위 5% 최상급 악어가죽만을 사용하는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는 악어가죽의 특성상 모든 제품이 한정 생산되기 때문에 희소성의 가치가 크다. 기업 CEO 및 격식과 품위를 중시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애용하며 악어가죽은 2000만 원, 이그조틱 가죽은 600만 원, 소품류는 100만 원부터 시작된다. 또한 위버 럭셔리 브랜드지만 버킨백으로 이미 유명한 에르메스는 전 세계적으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동시에 각 지역의 문화를 중시해 운영해 나가는 멀티 로컬 컴퍼니(multi-local company) 철학을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도 설립했을 당시의 전통을 유지, 그 기술을 고수해 오고 있으며 에르메스 제품이 최고의 소재를 사용해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완벽주의 제품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버킨백은 200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대에도 주문 후 3년은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위버 럭셔리 중심에는 초고가 시계가 있다. 브레게,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피게, 파텍필립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시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워치메이킹의 대표 브랜드인 브레게는 ‘세계 최고의 프레스티지 워치’라는 자부심을 가진 스위스 시계 명품 중 명품이다.

 

가격대는 1000만 원대부터 12억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18세기 나폴레옹의 손목을 빛냈던 바쉐론 콘스탄틴은 완성도 높은 독창적인 공정으로 유명하다. 138년 역사를 자랑하는 컴플리케이션 시계의 신화로 불리는 오데마 피게는 시계 전체를 수작업으로 제작, 매년 2만5000개만 한정 생산한다.

 

VVIP에게 시계는 매일 착용하는 아이템이지 금고에 고이 모셔두는 물건이 아니다. 최근 3년 사이, 국내 남성 고급 시계 매출은 약 20%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시계 중에서도 고급 시계인 1억~3억 원대 컴플리케이션 시계(시·분·날짜 외 다양한 기능이 있는 시계)는 주문이 불가능할 정도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맥럭셔리로 불리는 명품 시장에 대해 “우리는 대중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 누구나 쉽게 소유할 수 있는, 흔해 빠진 명품이 된다는 건 매출 증가에만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결국 고유의 희소가치가 없어짐으로써 브랜드 가치 또한 떨어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오직 나만을 위해, 나만을 위한 메이드 투 오더

 

이미 명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부족함을 느끼는 VVIP들은 메이드 투 오더(made-to-order: 주문자 맞춤 생산 방식) 서비스를 이용한다. 또 다른 진정한 명품을 취하는 또 하나의 소비 방식이다. 의복에서부터 구두, 장갑, 가방, 타이 등 소품뿐 아니라 점차 그 범위가 확대돼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이루어진다.

 

하물며 속옷까지도 가능하다는 사실. 기성품들이 천편일률적인 데 반해 메이드 투 오더 맞춤 제품은 치수, 디자인, 소재 등을 원하는 대로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정할 수 있다. 기존에 있는 모델을 가지고 제작 공정을 거치는 흔히 반맞춤이라 부르는 MTM(Made To Measure), 이탈리아어로 ‘당신의 사이즈에 맞춘다’는 뜻을 가진 90% 정도 맞춤 제작 공정을 거치는 수미주라(su misura), 원하는 제품을 별도로 제작하는 스페셜오더(special-order),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제작하는 비스포크(bespoke) 등 브랜드에 따라 여러 방식이 있는 이 서비스는 VVIP를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해도 품질만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

 

완벽한 표현력, 최고의 원단과 부자재, 제품의 모든 디테일에서 최상의 품질이 드러나는 메이드 투 오더 서비스는 위버 럭셔리를 넘어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소유하고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특정 남성 슈트 브랜드들은 메이드 투 오더 서비스를 위해 매년 1∼2회씩 마스터 테일러가 직접 방한한다.

 

프랑스 구두 브랜드 벨루티의 경우 주문자가 10명 정도 모이면 비스포크 서비스를 위해 이탈리아 수석 장인을 초청해 진행한다. 완성되는 데 약 5~6개월이 걸리며 1000만 원대부터 3000만 원대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남성들의 명품 시장이 커짐에 따라 남들에게 보여지는 소비가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투자를 중요시한다. 소재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착용 후 관리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결정한다. 경제 불황이라는 말은 남성들에게 없다”라고 말했다.

 

 

상위 1% 남자의 상징, 이탈리아 클래식 슈트

 

VVIP의 슈트가 더 우아하고 품격 있어 보이는 것은 몸에 딱 떨어지는 실루엣과 섬세한 디테일, 최고급 소재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기성복과 맞춤복의 차이다. 상위 1%가 입는 슈트는 100% 수작업으로 100% 이탈리아에서 생산된다. 이탈리아 클래식 슈트 브랜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 최상의 소재, 그리고 전통과 역사,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 그리고 이 슈트 한 벌을 위해 1년간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품질의 가치와 클래식한 디자인에 대한 신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때 입어 유명세를 탄 까날리(Canali)는 상위 남성들 중에서도 0.1%가 입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원단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이탈리아 현지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진행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캔버스 소재를 수작업으로 상의 내부에 부착하는 100% 비접착 방식이 특징이다.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 역시 까날리를 즐겨 입었다. 도피 시절 미군이 그의 아지트를 급습했을 때 옷장에서 상표도 뜯지 않은 까날리 슈트가 쏟아져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즐겨 입는 슈트로 유명해진 키톤(Kiton)은 나폴리 전통의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남성복만을 만드는 400여 명의 기술자들과 키톤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점 원단으로 몸매를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해준다. ‘한 번 입어본 고객은 키톤의 영원한 단골고객이 된다’는 말은 이미 인정받은 사실이다. 기성 슈트는 1000만 원대부터 1400만 원대, 맞춤 슈트는 2000만 원대 이상으로 완성되기까지 약 4~6주가 소요되며, 월드 와이드 서비스를 통해 주문 장소에 상관없이 키톤 매장이 있는 어느 도시에서나 받을 수 있다.

 

 ‘제임스 본드 슈트’라는 별칭의 브리오니(Brioni)는 1945년 탄생, 이탈리아 로만 스타일 슈트의 자존심이라 불리며 완벽한 테일러링으로 맞춤 슈트의 상징이다. 전 세계 VVIP 2만5000여 명 정도만 고객으로 삼고 있다. 60여 회의 다림질과 22시간 넘는 핸드 스티치, 220여 단계의 수공 작업으로 슈트가 완성되기까지 약 6주가 소요된다. 800만 원대부터 2000만 원대로 매년 2회씩 마스터 테일러가 내한해 MTM 서비스를 실시한다.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앤드루 영국 왕자,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등이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도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애용하는 브랜드다.

 

197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탄생한 고급 슈트의 대명사, 스테파노 리치는 고객이 선택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을 선택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브랜드에 어울리는 전통과 가치를 가진 도시에만 매장을 오픈한다. 실크 캐시미어, 악어가죽, 이집트산 면사, 다이아몬드 등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며 슈트는 650만 원대부터 1000만 원대, 셔츠는 80만 원대부터 200만 원대이며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려 가공한 원단으로 제작한 슈트는 3000만 원대다.

 

양정원 기자 neiro@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