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트렌드〕 질 좋은 저가 상품이 뜬다
https://news.v.daum.net/v/20171113010132645
상품 사기보다 공유·렌탈에 치중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서 소량 구매
30년 전 유행 '무인양품' 다시 주목
유니클로·노브랜드도 인기 끌어
━ 3세대 소비로 변화
“점포를 폐쇄하라. 점포당 평 효율을 올려라. 그리고 가치를 재구축하라”
근래에 패션산업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말이다. 백화점이 도심형 아울렛을 늘리고, 복합쇼핑몰이 대거 등장하면서 패션업체의 유통채널 또한 비례해서 늘어났다.
그러나, 급격한 점포의 확대는 과당경쟁과 단위 점포당 평 효율 저하를 초래했다.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 획득보다는 오히려 상권 내 자사 브랜드 간 경합이 발생하고, 흔한 브랜드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역설적으로 점포를 확장하지 않는 것이 이익인 상황이 되었다.
성장시대에는 공격적 점포확대가 시장 지배력을 담보했다. 의식주 필수품에 충실하던 ‘1세대 소비’를 지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이루어진 ‘2세대 소비’에서는 다점포가 성장전략의 요체였다. 그러나, 고도 소비사회에서의 포만감을 느끼면서 소비 다이어트가 시작되는 ‘3세대 소비’로 시대가 바뀌면서 ‘다점포의 역설’이 생겼다.
‘3세대 소비’를 쉽게 설명하는 것은 “모노 하나레”라는 일본의 사회현상이다. 번역하자면 ‘상품이탈’현상이다. 더 정확하게는 유형 상품에서 서비스, 감성으로 소비가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소비자가 다량의 상품 경험을 보유하면 더는 유사 상품을 사지 않고, 대신에 편익을 위한 감성, 서비스 재화를 구매하는 현상이 ‘상품이탈’의 해석이다.
시대적으로는 1990년대 버블붕괴와 맞물려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하면서 상품이탈이 발생하였다. 고소득층의 소비성향은 저하하고, 저소득층은 절약소비를 가속화하고, 아울러 고령사회가 되면서 상품에 대한 집착이 적어지면서 소비가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대폭 감소하였다.
특히, 젊은 층은 태어나면서부터 포화의 시대를 살면서 상품에 대한 욕망이 저하한 반면, 성장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불만이 있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상품이탈이 가속화되었다. 기존의 소비형태가 상품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연속성의 즐거움을 느끼는 ‘생활향상소비’였다면, ‘모노 하나레’ 이후에는 공유, 렌탈(비소유), 리유즈(재생), 비유행 소비로 소비의 형태가 변화했다.
2010년 이후, 상품이탈 현상이 국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를 지나 주택·인간관계, 꿈과 희망을 포기하는 N포세대가 등장하면서 일본보다 더 급속한 상품이탈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때 기다렸다는 듯 국내에 글로벌 SPA 브랜드가 본격적인 확장을 하자 소비자들은 상품가치에 주목하였다. 미니멀리즘과 맞물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등장하면서 제조·유통업체는 상품가치 재구축 압박을 받았다. ‘유니클로 현상’이 불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시대상의 반영이다.
‘유니클로 현상’은 젊은 시절 나이키로 눈뜨기 시작해 유사 브랜드 주기를 가진 기성세대까지 동참할 만큼 혁신적이었다. 유니클로가 상품가치를 올린 방식을 체크해보면 그 혁신성이 선명해진다. 흔히 ‘가치=품질/가격’이라는 등식으로 표현하는데, 이 식에서 가치를 올리는 방식은 세 가지이다. 첫째 가격의 인하, 둘째 품질의 제고, 셋째 가격 인하와 품질 제고를 동시에 진행하는 패턴이 있다.
가치를 올리는 방식을 달리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진다. 유니클로 이전의 방식은 첫째 가격(할인점 의류)과 둘째 품질 제고(백화점 의류)였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가격은 종래의 2분의1로 내리고, 품질(기능 X 라이프스타일)은 2배로 올리면서, 결과적으로 가치를 4배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였다.
히트텍·에어리즘이라는 기능을 부가해서 패션을 공산품화하는 컨셉 전환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만든 것이 유니클로의 보이지 않는 역량이다. 시장은 이런 방법론으로 가격대비 품질의 가치감을 제공하는 기업에 눈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보다 더 빠르게 상품이탈이 이루어지면서 이미 유니클로 현상은 국내에 확대·정착되었고 소비자는 유니클로 현상을 만끽하였다.
그러나, 유니클로 모델을 국내 기업에 이식하기는 쉽지 않았다. 유니클로 모델은 상품이탈이 초절정기에 있던 일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혁신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소비가 3세대에 편입된 기간도 매우 짧아서 적응력이 없었던 원인도 있다. 국내 경제의 압축성장이 소비 경험을 단축하는 압축소비 형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압축소비로 인해 시장에서는 이미 포스트 유니클로 현상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무인양품을 재조명하는 ‘무인양품 현상’이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인양품은 30여 년 전 일본 대형마트 세이유에서 출시한 PB브랜드였다. 당시 ‘주부의 눈’, ‘고향의 맛’과 함께 출시되었는데 버블 붕괴 후 일본 시대상과 맞물려 대성공을 거둔 브랜드다.
최근에 이마트가 전개하는 ‘노브랜드’는 무인양품의 아류 버전이다. 그러나, 10여 년 전에 국내에 도입이 되었으나, 시대상의 불일치로 실패로 평가를 받았었다. 당시 2세대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어필을 하지 못했다. 2세대 소비의 특징은 가족 중심이었다. 개인 중심이 된 3세대 소비에 비해 대형, 대용량, 1+1 등의 컨셉이 소비를 주도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이 대세가 된 3세대 소비에서 무인양품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치=품질/가격’ 등식에서 가격은 종래와 동일하고, 품질 (감성 X 라이프스타일) 을 4배로 올려서 4배의 가치를 소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상품가치 재구축의 두 번째 과정으로 국내에서는 가격 저항감으로 인해 확장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상품이탈 과정에서 감성 2배와 라이프스타일 2배, 총합 4배의 가치감을 소비하는 ‘생활창조소비’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사례는 점포의 역할이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선에서 빛나는 공간으로 존재할 때는 점포폐쇄의 명분이 없음을 보여준다. ‘매출=고객수 x 객단가’ 등식에서 고객수와 객단가를 동시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탈 시대에 비즈니스 가치는 혁신과 감성의 공감소비가 매우 중요하다. 효율적으로 계산이 가능하고, 예측이 가능한 ‘맥도날드화’ 시대에서, 보다 더 친밀감과 비일상성을 호소하는 ‘스타벅스화’ 시대로 변화하는 것과 유사한 패턴이다.
중앙일보
2017.11.13.
김인호 가든파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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