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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본질〕잘 나가던 인천공항, 컨설팅 맡긴 이유는?

Paul Ahn 2020. 1. 29. 09:31

업의 본질〕잘 나가던 인천공항, 컨설팅 맡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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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이 곧 위기’ 성공 DNA를 되묻다.

 

우리는 국가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리더의 철학과 정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상을 다수 목격해왔다. 전세계를 호령하며 천 년 이상 번영하던 제국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작고 초라했던 기업이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발돋움한 데는 여러 요소들이 작용했겠지만, 결국 그 궁극적인 원인은 리더로부터 나온다.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 ‘빌 게이츠 없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상상할 수 있는가. 찬반 의견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건희 회장 없는 삼성전자도 상상할 수 없다. 과거 우리나라 실력으로 감히 도전할 수 없었던 반도체 사업에 사운을 내걸고 뛰어들었던 결단은 결코 다른 이들이 쉽게 내릴 수 없었던 용단이었다.

 

그렇다면 올바른 철학과 사상으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리더와 경영자들은 어떻게 탄생할 것일까. 단지 창업자나 경영자의 출중한 개인 역량 문제가 아니라 세대가 지난 후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룬 기업의 철학과 본질을 완성한 방법이 궁금하다.

 

 

◇‘업의 본질’ 깨달은 리더가 시장 지배

 

기업의 본질을 정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를 정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비우는 것부터 시작된다. 회사의 오너 및 CEO가 마음을 비우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출 때 비즈니스 정의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보통 머릿속에 사심이 많아지면 본질이 흐려지는데, 본질이라는 것은 반드시 하나의 키워드로 정의되고 공유 및 공감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들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결국 모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므로 조직이 통제되지 않는다.

 

 

 

홈플러스의 르네상스를 위해 ‘본질’이라는 화두 하에 내부 조직원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을 고민하던 내가 발견한 책이 하나 있다. 서점에 가서 무조건 본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검색하다 보니 최장순이라는 브랜드 컨설턴트가 쓴 ‘본질의 발견’이라는 책이 있었다. 서점에서 책을 잠시 살펴보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어버렸다.

 

본질의 발견을 쓴 저자는 기업 경영자가 아니다. ‘브랜드앤컴퍼니’라는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어느 한 회사의 비즈니스를 고객과 가장 잘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한마디로 표현해내는 키워드를 만드는 전문가다. 특이한 점은 그가 자신을 ‘브랜드 철학자’라고 정의하며, 다른 컨설턴트들과 차별화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제국 및 기업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한 경영자의 철학과 브랜드 철학은 다르다. 그러나 그 경영자의 철학을 가다듬어 외부 고객들에게 잘 표현하는 것은 물론, 내부 직원들과도 공감하며 기업을 한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브랜드를 정의하는 것도 경영의 핵심 본질 가운데 하나다. 본질의 발견이라는 책에서는 저자가 경험해 본 여러 가지 브랜딩 프로젝트 사례를 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사례는 인천공항 프로젝트였다.

 

 

◇잘 나가던 인천공항, 컨설팅 맡긴 이유는?

 

사실 처음에는 인천공항 같은 공공기관이 왜 브랜딩 프로젝트를 할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녀본 나는 인천공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국제공항을 경험해봤다.

 

요즘에도 인천공항에 가면 ‘11년 연속 전세계 공항 만족도 1위 수상’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면 인천공항이 브랜딩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참으로 재밌다.

 

 

이미 6년 동안이나 고객 만족도 1위를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온 인천공항의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왜 본인들이 잘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인천공항에 벤치마킹을 온 일본 하네다, 싱가포르 창이, 런던 히드로 공항 등 전세계 공항 관계자들이 비결을 물어봤는데 제대로 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는 컨설턴트에게도 생소한 상황이었다.

 

보통은 공항 서비스와 시스템을 디자인할 시점에 브랜드 전략을 의뢰하거나, 시장 상황이 악화됐을 때 개선점을 찾기 위한 프로젝트를 의뢰한다. 그런데 인천공항은 ‘본인들이 왜 잘 하는지’를 설명해 달라는 컨설팅을 주문했다. 당시 인천공항공사 측은 ‘성공의 DNA’를 정의해달라는 표현을 썼다.

 

성공의 DNA를 정의해 그 본질적 철학을 직원들과 공유한다면 지금의 고객 서비스 만족도 1위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성공의 DNA와 철학을 계속 이어가지 못할 경우 세월이 지나 경영자가 바뀌고 경영 환경이 바뀌면 그 경쟁력은 언제 흔들릴지 모른다.

 

성공의 DNA와 본질의 철학은 국가와 기업 모두에게 너무나 중요한 말이다. 로마제국도 스페인제국도 세월이 지나면서 성공의 DNA와 본질의 철학이 흔들리고 리더들이 국민들과 공감하지 못하면서 과거 찬란했던 영광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런데 참으로 기특하게도 인천공항은 오히려 잘 나가는 시절에 성공의 DNA를 정의하고 내재화시키기 위해 이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공기업의 CEO들은 낙하산에 익숙해 오로지 자신의 치적과 업적에만 힘쓰고, 이를 주변에 홍보하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이와 달리 그 당시 인천공항의 CEO는 잘 나갈 때 성공의 DNA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다.

 

브랜드앤컴퍼니 측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공항의 본질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가장 큰 불만 요소는 무엇이며, 어떤 경험들이 이러한 문제를 만들어내는가’, ‘부정적 경험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솔루션을 실질적으로 제공해야 하는가’ 등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공항 이용객들의 머릿속에 남을 수 있는 핵심 콘셉트는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답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많은 연구를 통해 인천공항의 핵심이자 본질적인 경쟁력을 찾아냈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머릿속에 각인시킬 수 있는 콘셉트도 도출해냈다.

 

 

◇‘마음씀’이라는 본질 발견한 인천공항

 

인천공항의 브랜드 컨설팅을 하며 저자는 기업이 성공의 DNA를 찾고 이를 강화할 방법론을 정립했다. 이른바 BEAT라고 불리는 방법론으로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B), 목표 소비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E), 해결 방안은 무엇이며(A), 최적의 콘셉트는 무엇인지(T) 알아야 한다는 ‘BEAT’ 공식이 그것이다. 여기서 ‘B’는 Business Definition(업의 정의)이며 ‘E’는 Experiential Problem(고객 경험상 문제 정의), ‘A’는 Actual Solution(현실적 해결안 도출), ‘T’는 Thrilling Concept(전율을 일으킬 만한 콘셉트)를 뜻한다.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인천공항 업의 본질의 핵심 키워드는 ‘마음 씀씀이(Thoughtfulness)’로 정해졌다. 장기간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누구나 지치고 집이 그리워지며, 작은 것에도 짜증을 내기도 한다. 반대로 작은 감동에도 고마움을 느낀다. 결국 공항이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핵심 콘셉트는 ‘마음을 쓴다’는 것이다. ‘친절’, ‘봉사’, ‘헌신’, ‘섬김’ 등 서비스업이 내세우는 핵심 키워드와 달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이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손님을 잘 섬기고 대접하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고 살았다. 물론 집에 여유가 있다면 푸짐하게 대접하겠지만, 대부분 서민들은 마음이 넉넉해도 대접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물 한 잔을 떠 목이라도 축이게 하더라도, 물바가지에 나뭇잎을 띄워 체하지 않도록 마음을 써주는 것이 우리의 전통이고 DNA 속에 이어져오는 본성이다.

 

이를 잘 도출한 인천공항은 ‘마음씀’을 키워드로 고객 서비스와 동선, 시설 및 시스템 등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공항 이용객이 쇼핑을 하거나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고객 동선을 최적화하 는 것이었다.

 

가끔 다른 해외 공항을 가보면, 항공사나 공항 직원 편의에 맞게 공항이 설계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보안 체크를 하고 비행기를 타는 곳까지 한참을 돌고, 다시 무언가를 사려면 다른 방향으로 찾아가는 등 이륙 시간까지 헤매다 시간을 다 보내는 공항들이 있다. 아무리 승객들로 붐비는 상황이라도 최적의 동선을 설계해 시간의 여유를 주고 짧은 시간에 면세점이나 라운지 등에서 쉬게 해주는 배려는 참으로 중요하다. 이것은 단순히 공항 동선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의 시공 문제를 떠나서 아예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러한 ‘마음씀’이 있느냐하는 철학의 문제다.

 

 

◇업의 본질, 전사적 경영철학으로

 

성공 DNA의 철학과 본질은 공항공사의 전 직원과 수많은 협력회사, 그리고 기타 관련된 서비스 업체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같아 어느 한 악기라도 불협화음이 나면 전체가 망가지는 것과 같이 조화와 화합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는 딱딱한 규정이나 매뉴얼만으로 통제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하나의 마음 씀씀이로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여야 한다. 본질의 발견이라는 책에서 발견한 인천공항 사례로 업의 본질과 성공의 DNA를 정의한 과정을 알게 돼 기쁘다. 이를 우리 홈플러스에 어떻게 적용하고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되지만,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