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의 본질〕기아자동차의 ‘Q멤버십 서비스
어느 기업이나 엇비슷한 혜택이나 포인트 제도로 소구하는 멤버십카드. 어떻게 하면 회원 충성도를 높이면서 고정고객을 늘려갈 수 있을까. 멤버십 제도의 본질을 고객이 기억하게 만드는 '리멤버(remember)십'으로 재정의한다면, 고객과의 첫 만남 기억이 지속될 수 있는 로열티 마케팅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차 느낌을 간직하게 한 자동차 멤버십
‘본질의 발견’을 쓴 저자는 기아자동차의 멤버십 개편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자동차 회사에 멤버십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현대자동차에서 론칭한 블루 포인트 제도가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동차의 멤버십은 다른 회사들과 달리 차를 구매하는 당시 한꺼번에 적립이 되고 가입이 된다. 자동차를 매달 구입하는 사람들은 없기 때문에 자동차의 멤버십은 그야말로 로열티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켜 3년 또는 5년 후 차를 바꿀 때 다시 기아자동차를 찾게 만들기 위한 도구다.
기아자동차는 ‘Q멤버십’이라는 이름으로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아자동차 내부 관계자들도 이 멤버십 서비스가 한큐(Q)에 해결해준다는 것인지, 품질(Quality) 제일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인지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있었다.
알고 보니 Q는 ‘Quick & Quality’의 앞자를 딴 것으로 질 좋고 빠른 정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였다. 기아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야 하는 멤버십 제도의 뿌리가 빠른 정비 서비스에서 유래됐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렇게 근본부터 마케팅 관점 접근이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에서 출발한 기아자동차의 멤버십 제도는 성공하기 힘들었다.
결국, 본질의 발견을 쓴 최장순 컨설턴트는 기아자동차의 멤버십 제도를 재정의하기 위해 BEAT라고 불리는 방법론을 꺼내들었다. 'BEAT’ 방법론은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B), 목표 소비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E), 해결 방안은 무엇이며(A) 최적의 콘셉트는 무엇인지(T) 알아야 한다는 공식이다.
여기서 ‘B’는 Business Definition(업의 정의)이며 ‘E’는 Experiential Problem(고객 경험상 문제 정의), ‘A’는 Actual Solution(현실적 해결안 도출), ‘T’는 Thrilling Concept(전율을 일으킬 만한 콘셉트)를 뜻한다. BEAT 공식에 따른 기아자동차 멤버십 제도의 개편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1 단계 | B(Business Definition) 업의 본질 정의
먼저, 자동차처럼 구매 주기가 긴 산업계에서 멤버십의 본질은 ‘리멤버(remember)십’이라고 정의했다. ‘고객이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의 리멤버십은 멤버십에 대해 고민하던 내게 시원한 깨달음을 주었다.
“브랜드와 고객을 연인 관계에 비유하자면, 멤버십 제도는 그 둘을 결혼시키기 위한 혼인서약서와 같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혼인 순간을 끊임없이 ‘기억(remember)’하게 만들기 위한 알차고 행복하며 즐거운 결혼 생활의 리멤버십 프로그램들이 있어야 혼인 관계도 오래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아자동차 멤버십 프로젝트팀이 나눴던 이 대화로 ‘리멤버-십(remember-ship)’ 혹은 ‘리-멤버십(re-membership)’은 탄생했다. 말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고객들이 브랜드를 더욱 명확히 기억하고 사랑하게 만들자는 의미’에 ‘기존 멤버십을 개편한다는 의미’를 더한 리멤버십은 기아자동차 멤버십의 본질을 명확하게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기업들은 멤버십을 브랜드 카테고리와 무관한 보상의 영역만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멤버십을 넘어 리멤버십이 되려면 자동차라는 제품과 주변에서 발생하는 여러 경험을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 혜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 생활(car life)을 판매, 지원하겠다는 것이 기아자동차의 선언이었던 것이다.
기아자동차의 멤버십이 제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자동차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드라이브 스루에서 햄버거를 살 때 할인을 해주거나, 자동차 전용 극장 무료 이용권을 주는 것이 차별화된 혜택일 것이다.
제2 단계 | E(Experiential Problem) 고객 경험상 문제 정의
자동차를 구입할 때 고객 경험상 문제는 고객이 차를 사는 순간부터 새 차가 중고차가 된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누구에게나 새 차 구입은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새 차 냄새와 광택, 그리고 엑셀레이터를 처음 밟을 때부터 들리는 새 차의 엔진 소리에서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주기적으로 차를 바꾸고 새 차의 느낌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새 차도 언젠가 범퍼가 긁히고 흠집이 나며 조금씩 중고차가 돼 가는 과정은 차를 모는 누구나 경험해보는 것이다.
제3 단계 | A(Actual Solution) 현실적 해결안 도출
‘차는 사는 순간 이미 중고차’라는 사실을 해결하기 위한 세 번째 단계가 A(Actual Solution)다. 이는 현실적 해결안 도출이라는 의미로, 바로 중고차가 돼 가는 슬픔을 어떻게 하면 늦춰줄까에 대한 성의를 보이는 것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도 안티에이징(anti-aging), 혹은 웰에이징(well-aging)이 중요하다. 그래서 최장순 컨설턴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서비스 혜택을 정의했다.
제4단계 | T(Thrilling Concept) 전율을 일으킬 만한 콘셉트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T(Thrilling Concept ; 전율을 일으킬 만한 콘셉트)의 키워드는 ‘첫차 느낌 그대로’였다.
새 차를 구입했을 때의 행복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구매한 차에 대한 애정이 높은 초반에 그 브랜드를 추천하며 다닌다. 즉, 순수 추천 고객지수(NPS)가 높다. 바로 그 순간 고객을 확실히 팬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은 이 시기를 놓친다. 고객을 소위 ‘잡아놓은 물고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한동안 방치해놓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혜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점을 고객이 실제 필요로 하는 시점보다 너무 늦게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시점은 대부분 초기보다 새차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아자동차는 구매 초기부터 안티에이징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처음 새 차의 느낌을 오래 유지해준다는 미션을 정의하고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처음 기아자동차의 식구가 된 것을 축하하는 ‘웰컴 프로그램’과 중고차로 변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준다는 ‘안심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고객이 첫 차 느낌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제도를 구축했다.
◇멤버십의 본질은 리멤버십
마케팅과 브랜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본질의 발견이라는 책을 읽으면 마치 말장난하는 것처럼 느낄지도 모른다.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첫 차 느낌 그대로’의 감정을 오래가게 해주고, 로열티를 높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것이 가능할지 안할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러한 서비스에 감동 받고 기아자동차의 팬이 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멤버십 제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기업에서 ‘멤버십의 본질은 바로 리멤버십’이며,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을 오래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외치는 마케터가 등장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Market Issue > @Manage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업의 본질〕명품 구찌(It’s Gucci!)의 본질 (0) | 2020.01.29 |
---|---|
〔업의 본질〕 자기 이름 걸고 ㈜OOO를 경영하라. (0) | 2020.01.29 |
〔업의 본질〕잘 나가던 인천공항, 컨설팅 맡긴 이유는? (0) | 2020.01.29 |
〔업의 본질〕몽골제국 본질 (0) | 2020.01.29 |
〔업의 본질〕스페인 무적함대의 운명 (0) | 2020.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