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일본의 ‘新고용’, ‘작업형’고용제도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허술한 질병관리시스템 노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일본은 역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신(新)고용’ 제도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감염자가 50%를 넘어서며 주요 기업들이 재택근무 등 다양한 근로방식으로 시스템 전환에 나선 결과다.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빈 일본 기업의 모습. [로이터/이세이 카토]
일본의 시세이도와 후지쓰 등 대기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전 직원 대상 재택근무 전환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명한 ‘일본형 고용제도’가 깨진 셈이다.
일본형 고용제도의 핵심은 회사 관리 하에 정해진 장소에서 약속된 시간을 근무하면 임금을 지불하는 구조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일본 대기업들은 ‘작업형’ 고용방식 도입을 추진 중이다. 각 직원의 직무를 명시하고 달성 정도만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근로자 평가방식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전통적 연공서열제가 자연스럽게 파괴된다.
현재 시세이도는 내년 1월부터 약 8000명의 직원에게, 후지쓰는 올해 하반기부터 과장직급 이상의 약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작업형’ 고용방식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원칙적으로 재택근무 기반이다.
히타치는 지난 5월 말 직원 70%에 해당하는 약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작업형 고용 도입계획을 발표했다. 주 2∼3일만 출근하도록 인사제도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NTT그룹은 성과 연동 평가제도를 검토 중이다. 작업형 고용을 도입하면 근로시간 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일본의 노무관리 방식 전반을 혁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전담 정규직 직원 채용도 시작됐다.
일본의 소프트웨어개발업체 SHIFT는 정규직 엔지니어를 재택근무 전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공고를 내면서 “지역에 국한하지 않음으로써 우수 인력을 각 지역에서 채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의 직원 지원도 다양화됐다.
AGC는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에게 연간 최대 12만엔 지급을 결정했다. 인터넷 회선과 모니터 구입비 등에 대한 지원이다. 메르칼리는 1800명의 직원에게 출퇴근 비용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매월 1만엔의 재택근무 수당을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기업의 변화에 일본 정부도 정책 보완을 모색 중이다.
야시로 나오히로 쇼와여자대 부학장은 “기업의 노력만으로 코로나를 계기로 확산되는 다양한 근로방식을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법제도 보완을 포함한 노동행정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기에 정부가 보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완 입법 및 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목소리는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1대 국회에서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한 보완 입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입법조사처는 “유연근무제에 관한 사회적 논의 단계에 따라 재택근무나 원격근무 등 유연근무와 관련한 입법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무 여건의 변화에 맞춰 유연성을 강화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근로시간 운영을 위한 입법적 수요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국회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현재는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도 언택트 노동환경 속 근로자 보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며 “좀 더 많은 사례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경제
2020-06-11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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