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인’ 무더기 퇴출, 현실로 나타난 ‘코인 재앙’
국내 대형 가상 화폐 거래소들의 '잡코인 퇴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퇴출되는 코인 대부분은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김치 코인'이다. 하지만 코인 투자 생태계의 무질서와 혼란상은 세계 공통 현상이다.
김치 코인만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는 거래소들의 코인 무더기 상폐를 구경만 할 게 아니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
국내 주요 가상 화폐 거래소들의 ‘잡(雜)코인 퇴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주말 1위 가상 화폐 거래소 빗썸이 가상 화폐 24개를 상장 폐지(상폐)했다. 다른 거래소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가상 화폐 40개 이상이 상폐됐거나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대부분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코인’이다. 1주일 새 김치 코인 4분의 1가량(1, 2위 거래소 기준)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투자자들의 물적·정신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거래소들이 어떤 기준으로 특정 가상 화폐를 상폐하는지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아, 코인 투자자 대부분이 ‘깜깜이 상폐’ 위험에 노출돼 있다. 투자자들은 “수수료 장사 하려고 마구잡이로 상장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뚜렷한 설명도 없이 거래를 중단하면 어쩌냐”고 항변한다. 금융 당국은 거래소들의 ‘마구잡이 상장’도 수수방관하더니, ‘벼락 상폐’도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팔짱 끼고 구경만 한다.
코인 광풍을 수수방관해 온 정부는 뒤늦게 은행에서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받는 등의 거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는 문을 닫게 하는 ‘거래소 신고 제도’를 9월 24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200개 넘게 난립한 거래소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하고, 이 거래소들에 상장된 잡코인 대부분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대형 거래소들의 ‘잡코인 퇴출’은 9월 이전에 남보다 먼저 폭탄을 제거하려는 면피성 조치로도 해석된다.
코인 시장 불안은 글로벌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전 세계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 화폐 1만여종의 시가총액이 최근 한 달 새 2880조원에서 1780조원으로 무려 1000조원이나 증발했다. 엊그제는 투자자들의 패닉(공황) 매도 탓에 ‘타이탄’이라는 가상 화폐 가격이 하루 만에 65달러에서 0달러로 추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외신들은 뱅크런에 빗대 ‘코인런(coin run)’이란 신조어로 혼란상을 보도하고 있다.
세계에서 코인 광풍이 가장 거센 한국에선 부작용이 더 크게 불거질 것이다. 이제라도 피해를 줄이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깜깜이 상폐’ ‘기습 상폐’를 두고 볼 게 아니라, 주식시장처럼 표준화된 상장·상폐 기준을 마련해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
코인 가격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무분별한 투자자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계속 던져야 한다. 시한폭탄 초침이 돌아가고 거래소들의 폭탄 떠넘기기가 본격화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고 경고하는 사람이 없다. 2030세대가 다수인 코인 투자자 눈치만 보며 모두 입을 닫고 있다. 무능한 정부는 많았지만 이 정도로 무책임한 정부는 본 적이 없다.
조선일보
2021.06.21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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