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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투자로 ‘좀비’ 된 직장인, 코인 때문에 뒤숭숭해진 직장

Paul Ahn 2021. 6. 24. 17:23

⊙밤샘 투자로 좀비 된 직장인, 코인 때문에 뒤숭숭해진 직장

(chosun.com)

 

“내 코인 괜찮나 틈만 나면 휴대폰

 

직원 30여 명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A씨는 코인 전도사'로 통하는 직장 동료 B씨의 추천으로 지난달부터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화폐) 3종에 15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잠깐 오르는가 했던 코인 가격이 3주 넘게 하락하면서 벌써 손실이 600만원이 넘었다. B씨의 추천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고 있는 직원들은 10여 명에 달한다.

 

A씨는 손실을 본 동료들과 B씨가 툭하면 언쟁을 벌이는 등 (관계가) 몹시 불편해진 상태라며 작은 회사에서 이런 일이 생기니 회사 분위기가 너무 나빠져 경영진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구인 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의 지난 4월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40.4%)이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주식·부동산 못지않은 대세 투자'가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출렁이면서 직장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자기 투자 손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에 몰두해 업무와 가정 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사내 인간 관계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황량해진 곳도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액이 주식시장을 뛰어넘고, 알트코인 투자 비율이 90%에 이르는 코인 공화국의 직장 풍경을 Mint가 유형별로 정리해봤다.

 

◇거래 앱에서 눈 못 떼는 직장인들

모니터 앞에서는 물론, 밥 먹을 때나 화장실에서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10~20분 사이에도 시세가 요동치다 보니, 보유 중인 가상화폐 자산이 안전한지 끝없이 확인한다. 투자한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불안감은 커진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28)씨는 정부의 중소기업 재직 청년 지원금 1500만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현재는 30%가량 손실을 본 상태다. 그는 잠깐 한눈파는 사이 수십만원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스마트폰 거래 앱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면서 내가 생각해도 스마트폰에 중독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코인 시세가 정해진 기준만큼 오르고 내릴 때마다 알림이 오게 설정해 둔 탓에, 사무실 곳곳에서 스마트폰이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일도 있다. 지난해부터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중견 기업 직장인 윤모(40)씨는 적정 매매 시점을 잡으려면 알림 설정을 해놓을 수밖에 없다면서 보유 코인이 다양해지면서 종일 스마트폰 진동이 울리다 보니, 책상에 올려놓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고 했다. 한 대기업에서는 최근 가상화폐 투자에 빠져 스마트폰을 너무 자주 보고, 자리를 비우다가 권고 사직을 당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밤샘 투자로 좀비' 된 직장인

수면 부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이른바 좀비' 직장인도 나타난다. 가상화폐 시장이 24시간 돌아가는 탓에 밤잠을 설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사소한 실수가 늘면서 팀워크를 해치는 사례도 나온다. 한 대기업 유통업체 부장 박모(45)씨는 최근 업무 집중도가 크게 떨어지는 직원이 있어서 면담했더니 비트코인에 돈을 넣었다가 2000만원 넘게 잃었다고 하더라 일단 휴가를 쓰고, 마음을 추스르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중엔 간혹 가상화폐 투자를 하면서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증시는 한국 시각으로 늦은 밤부터 새벽에 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런 식의 밤샘 투자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점심을 거르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서울 중구의 대기업 직원 정모(39)씨는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있기에는 눈치가 보여 회사 빈 회의실이나 인근 카페를 찾아 잠시 눈을 붙인다면서 나 같은 사람을 겨냥한 수면 카페'도 등장했다고 했다.

 

◇비상 걸린 기업들

이들이 날을 세가며 가상화폐 투자를 강행하게 만드는 심리적 원인은 간간히 들려오는 가상화폐 대박 신화. 가상화폐에 투자해 수십억~수백억원을 벌어 퇴사했다는 소식은 점심시간의 단골 이야깃거리가 된 지 오래다.

 

문제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거나, 극히 일부만 사실에 불과한 가상화폐 대박 스토리가 직장인들의 근로 의욕을 크게 꺾어 놓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4대 금융지주에서 일하는 은행원 이모(36)씨는 적지 않은 연봉을 받고 일하면서도 가상화폐 투자로 이른바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출근 도장 찍어서 번 돈의 가치가 형편없게 느껴진다고 했다.

 

결국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적인 투자 활동을 제약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보고만 있자니 '이 아닌 '에 정신이 팔린 사내 분위기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은행은 최근 전 직원에게 근무시간에는 업무에 충실해야 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영리 행위를 금지한다고 공지하기에 이르렀다. 또 임원이나 부서장들을 통해 직원들에게 무리한 가상화폐 투자를 자제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WeeklyBIZ MINT

2021.06.11 03:10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