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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ther Marketing〕날씨, 기업 매출에 제3의 요소

Paul Ahn 2021. 8. 20. 08:38

〔Weather Marketing〕날씨, 기업 매출에 제3의 요소

(sisajournal.com)

 

기상 조건 고려하는 ‘웨더 마케팅’ 중요성 떠올라…

광고•판촉 버금가는 ‘제3의 요소’

 

<삼국지 연의>에 의하면 제갈공명에게는 바람을 부르고 비를 오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공명은 단을 쌓고 기도하여 겨울에는 거의 불지 않는 동남풍을 일으켰다. 이 풍력을 빌려 주유는 화공에 성공했고, 이것은 손권이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80만 대군을 무찌르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공명이 바람을 불게 하는 신통력을 정말 가졌을까. <삼국지 연의> 평자들은 공명이 기상을 볼 줄 아는 것으로 설명한다.

 

 

공명처럼 날씨를 ‘다스리는’ 능력은 지금도 중요하다. 특히 2∼3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으며, 한국도 냉하•폭서•가뭄을 거치면서 기상으로 인한 기업들의 기상도도 맑거나 흐렸다. 기상 전문가들은 날씨 변화가 일상 생활을 지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경영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 오면 손님 5% 줄어

 

태풍이 오면 바다를 매개로 장사하는 기업들은 촉각이 곤두서기 마련이다. 범양상선의 한 관계자는 “기상 자료를 분석해 보지만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기 어려워 피해가 클 때가 많다”고 말했다.

 

태풍 같은 큰 변화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일상적인 날씨 변화도 상품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비가 오거나 갑자기 추워지면 일요일이라도 백화점이나 자연농원 같은 놀이시설에 사람의 발길이 뚝 끊어진다.

 

서울랜드 카페테리아의 한 관계자는 “봄•가을 쾌청한 날은 평일에 백만원 휴일에 6백만원 정도 매상을 올리지만 일요일에 비가 제법 많이 오면 매상이 평일 수준에 그치고, 한 달에 두 차례 이상 일요일에 비가 온다면 그 달은 이익을 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 기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비가 오면 일반 상점의 고객 수가 약 5%, 눈이 오면 10% 줄어든다.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은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비가 와도 오후에 온다면 주택가 슈퍼마켓은 덕을 본다.

 

직장 근처나 다른 곳으로 쇼핑 가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집 근처 슈퍼마켓의 매상이 느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처럼 날씨라는 변수를 더 세분화해서 분석해야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또 기상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비 올 확률이 매우 높다면 재료 구입량을 줄이고 사람도 적게 쓰는 재고 관리와 인력 운용을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여름이 서늘하거나 겨울이 이상 난동 징후를 보이면 구매를 늦추고 기상 흐름을 지켜보려 한다. 특히 계절 상품의 수요는 기상 요소 중에서도 기온과 관련이 깊다.

 

일본의 한 조사에 의하면, 반소매 셔츠가 본격적으로 팔리는 것은 19℃, 에어컨은 20℃, 냉면•아이스크림• 주스•청량음료는 25℃가 되면서부터 잘 팔린다. 더울수록 아이스크림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25∼30℃까지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잘 팔리지만 30℃를 넘으면 거꾸로 잘 팔리지 않는다, 지방이 많고 수분이 적은 아이스크림 대신 빙수나 셔벗같이 수분 많은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의류•에어컨•난방기구 같은 계절 상품들은 날씨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는데 94년 여름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우산 제조업체와 소주•양주 업체들은 매출이 뚝 떨어져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 처음 진출한 만도기계는 큰 재미를 보았다.

 

사상 유례 없는 폭염이 한달째 계속되자 에어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다른 가전 3사는 팔 물건이 적었다. 가전 3사는 2년 동안 불황과 이상 저온 현상으로 에어컨 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자 94년에는 재고 물량을 없애기 위해 생산 물량을 대폭 줄였던 것이다. 반면 만도기계는 1∼3개월 단위의 기상 예측 자료를 입수해 여름 날씨가 예년과 달리 더울 것으로 예상하고 무더위 정도에 따라 생산 규모를 바꾸는 계획을 짰다. 앞으로의 날씨나 기상 정보를 미리 수집해 이에 맞는 상품 생산 및 판매 전략을 수립해 매출 극대화를 꾀해 나가는 마케팅 기법인 이른바 ‘웨더 머천다이징’을 구사한 셈이다.

 

 

◇맥주는 평균 기온 15℃ 넘어야 ‘불티’

 

맥주도 날씨 변화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하고 광고 전략에 차별을 두는 웨더 마케팅을 쓸 필요가 있는 상품이다. 맥주 판매량은 하루 평균 기온이 6℃를 넘어서면 서서히 늘어나 15℃를 웃도는 5월 초순 께부터 매상이 급격히 올라간다. 성수기는 7∼8월이다. 특히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말 부터 8월 중순까지 매상이 가장 치솟는다.

 

한국전력•건설회사•해운회사 등도 날씨 변화를 유심히 보는 부류에 속한다. 한국전력 수요계획부 이윤석 과장은 “과거에는 경제성장으로 인한 전력 수요 변화가 예측의 주안점이었는데 최근에는 날씨 변화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92∼93년처럼 이상 냉하일 경우는 수입이 몇백억원씩 줄고, 반대로 94년처럼 폭염이면 전력 수급을 맞출 비상 수단을 찾느라고 애를 태운다는 것이다. 건설회사나 해운회사들도 날씨가 공사 기간과 선박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변수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기상 자료를 보고 있다.

 

한 상품의 판매 곡선은 광고나 판촉 등에 영향을 받지만 날씨의 영향도 심하게 받는다. 판매 곡선을 날씨 변화와 연계해 계량화해 두면 합리적인 기업 경영에 보탬이 될 수가 있다. 유일하게 유료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기상협회 서남문 기술부장은 “기상 정보를 보고 있는 5백여 기업들은 일•주•월•계절 단위의 기상 예보를 분석해 제품 생산 계획이나 판매 전략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폭염과 올해의 가뭄은 기업들에게 웨더 머천다이징의 중요성을 새롭게 일깨워 준 계기가 되고 있다.

 

시사저널

1995.09.28 00:00

張榮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