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칼국수
• 위치 : 서울 구로구 개봉2동 258-14
겉모양이 번듯한 식당은 흔하지만 제대로 된 알짜 맛집을 발견하기란 쉽지가 않다. 비록 인테리어가 세련되지는 않았더라도 맛만큼은 최고인 숨은 맛집을 발견하는 기쁨은 그래서 더욱 배가된다. 이에 월간식당이 매월 전국의 숨은 맛집을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싶을 만큼 변변한 입간판조차 없지만 16년 세월 동안 주택가 골목에서 서민들의 입맛을 흡족하게 해 주는 곳이 있다. 일대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칼국수 마니아들에게 소문난 맛 집으로 통하는 「개봉칼국수」가 바로 그 곳.
큰 길에서도 골목으로 한참을 들어가 길이 끝날 무렵에 위치한 개봉칼국수는 좌식으로 된 홀에 열댓 개 정도의 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지만,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테이블 여기저기 고객들이 늦은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일단 이곳을 한 번 방문한 고객이 반드시 다른 사람을 데리고 다시 나타나는 이유는 더도 덜도 아닌 칼칼하면서도 깊은 국물 맛, 넉넉한 인심 때문이다.
메뉴는 칼국수(4천원)와 모듬국수(5천원), 우거지국밥(4천500원) 세 가지. 어느 것이 더 맛있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모두 맛있지만, 특히 요즘처럼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은 모듬국수의 인기가 단연 최고다. 푸짐하게 한가득 내오는 모듬국수는 소꼬리 육수를 베이스로 미더덕을 듬뿍 넣어 자칫 느끼해 질 수 있는 국물에 시원함과 상큼함을 더했다.
모듬국수를 주문하면 먼저 감자, 쑥갓, 파, 미나리, 냉이 등 야채와 팽이, 느타리 등 버섯류가 전골냄비에 나오고 식탁에서 보글보글 한소끔 끊인 후, 미리 한번 삶아낸 칼국수를 넣어 한 번 더 끓여 먹으면 된다. 특히 칼국수는 매일 그날 사용할 분량을 직접 뽑아 수타면과 같은 쫄깃함과 탱탱함을 더해준다.
이렇게 끓인 모듬국수는 소꼬리 육수의 구수함과 미더덕의 시원함, 냉이와 버섯의 깊고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먹을수록 그 매력에 빠져든다. 여기에 마늘과 붉은 고추를 갈아 넣어 매일 담가 내는 김치 겉절이와, 어린이들도 먹을 수 있도록 맵지 않고 시원하게 담근 무김치를 곁들이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가격 또한 서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리 인심도 푸짐해 3인분을 시키면 4명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면을 싫어하는 사람은 역시 소꼬리 육수에 우거지와 냉이, 양지머리 고기를 넣어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우거지국밥 한 그릇이면 만족스럽다.
박스
기자의 취재요청에 내세울 것도 없다며 한사코 취재를 고사했던 개봉칼국수.
일요일에도 일부러 왔었는데 정기휴일이라 그냥 돌아갔었다는 애교 섞인 부탁에 못이기는 듯(?) 취재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지난 16년간 한시도 주방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주인 아주머니. 그 맛의 비결은 다름 아닌 좋은 재료와 정성이었다. 깐깐하게 선택한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육수에서부터 칼국수, 김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리를 직접 진두지휘해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개봉칼국수의 또 하나의 경쟁력은 바로 청결과 위생이다. 특히 부엌은 여느 고급 레스토랑에 견주어 보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육수 솥뿐만 아니라 모든 주방기구들이 반짝거린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전수창업 형태의 기술이전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모두 사양했다는 주인 아주머니는 체력이 닿는 날까지 고객들에게 변함없는 맛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육주희 부장 jhyuk@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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