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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동 곰국시집 / 곰국시와 양지머리 수육

Paul Ahn 2021. 12. 13. 09:17

★무교동 곰국시집

 

위치 : 서울 중구 무교동 12-1

 

◇진하고 구수한 옛날 그 맛

 

세월에 따라 입맛도 변하기 마련이라 요즘 사람들은 진한 맛 보다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더욱 선호하는 듯하다. 하지만 가끔씩 옛 맛이 그리울 때가 있지 않은가. 문득 입가에 진득하니 들러붙는 설렁탕이 생각나는 것처럼.

 

 

 

◇곰국시 한 그릇에 옛 생각 물씬

 

이름부터 소박한 「곰국시집」. ‘국시’란 국수의 방언으로 경상도와 강원도 지방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고 곰국시는 글자 그대로 곰국에 말아 놓은 국수다. 너나 할 것 없이 ‘특별함’을 내세우는 요즘 트렌드에 비하면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음식이지만 세월을 간직한 옛 맛 하나만큼은 다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지 싶다. 

 

곰국시 맛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양지머리와 사골을 우려낸 구수한 국물에 국수를 말고 수육과 호박, 버섯 등 몇 가지 고명을 얹은 게 전부다. 간장에 고춧가루, 갖은 양념을 더한 양념장을 별도로 내 주기는 하지만 양념장 없이 그냥 먹는 것이 양지머리 육수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에 좋단다. 꾸밈없는 이 맛이야말로 옛 사람에게는 추억을, 요즘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세대공감’의 매개체인 셈이다.

 

곰국시가 소박하다면 전골국수는 이에 비해 약간 화려하다. 간간히 간을 한 육수에 국수와 호박, 버섯, 파를 푸짐하게 넣고 테이블 위에서 끓여먹는 것으로 칼칼한 양념장을 듬뿍 떠 넣으면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 점심시간에만 하루 평균 150인분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인근 직장인은 물론 곰국시집을 처음 찾는 젊은이들 사이에 특히 인기라고. 여럿이 둘러 앉아 나눠 먹기에 좋은 지라 회식 자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국물을 우려낸 양지머리는 수육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양지머리의 첫 번째 용도는 단연 국물. 가장 좋은 국물 맛을 내고자 양지와 사골의 배합을 철저히 준수, 하루 필요량을 예측해 조리하기 때문에 국물을 뽑아내고 남는 수육의 양은 자연히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나오는 수육이 하루 70~80인분 정도로 본의 아닌 한정판매 메뉴로 정착한 지 오래다. 늘상 모자라는 분량 탓에 고객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지만 맛과 신선도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옛것과 새것의 자연스런 어울림

 

본점인 무교동 곰국시집은 지난해 9월 확장 공사와 리뉴얼을 거쳐 실내 공간을 300석으로 넓혔다. 아담했던 옛 터를 2, 3층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낡은 부분을 개보수해 현대적인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첫 눈에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깔끔한 한식당 같다.

 

하지만 새로움 속에도 세월의 흔적은 남아있다. 매장을 넓히면서 옛 공간을 허물지 않고 보존, 몇 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은 이들을 위해 그들만의 의자며 탁자며 수저통 위치까지 고스란히 남겨 두었다. 두 개의 공간을 분리해 놓아 어색할 법도 한데 의외로 한 곳에서 느껴지는 두 가지 분위기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가끔은 ‘그 때 그 자리’에서 추억을 곱씹으며 곰국시 한 그릇 자시거나 곰국시를 앞에 놓고 ‘옛날 맛 그대로네’라며 추억에 잠기는 어르신 모습을 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이 추억하는 ‘옛날 맛’은 옛 것 그대로가 아니다. 오랜 세월 장사할 것 이왕 더 좋게 하자는 생각에 식재료며 조리법이며 모든 것이 조금씩 변해왔다. 모든 음식에 조미료가 빠지지 않았던 옛날 방식을 집어 던지고 어느 날 갑자기 ‘조미료 없이 동일한 감칠맛을 내라’는 주문을 내리는 반면 가장 좋은 것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는 소신 하에 15년 간 같은 업자에게 양지머리를 공급받는 등 맛에 대한 고집이 예사롭지 않다. 국수와 함께 나가는 겉절이도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씩 꼬박꼬박 담근 것이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른다.

 

적게는 100포기에서 많게는 450포기에 이르는 양이지만 단 한 번도 게을리 한 적이 없다고. 국수와 함께 겉절이가 이 집의 대표메뉴라는 말이 그제서야 와 닿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고객층도 다양해졌다. 한참 전에는 중년 남성을 중심으로 한 연령대 있는 고객이 대다수였다면 요즘은 인근 직장인을 앞세워 20대 젊은층, 가족 고객,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한 이들이 곰국시집을 찾아온다.

 

특히 청계 광장이 생기고 나서는 주말마다 이곳을 찾는 가족고객이 부쩍 늘어 주말 매출이 눈에 띄게 상승하기도 했다. 오피스가에 위치한 특성상 주말 매출이 저조했던 문제점이 사라지면서 여느 때 보다 더욱 바쁜 나날이 되었다.

 

2007-07-26

사진|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