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오코의 숨겨진 강점
과감한 출점과 시스템화
‘야오코이즘’의 정수를 밝히다
1989년 이래 증수증익을 기록하고 있는 야오코. 야오코의 성장을 지탱해주는 것은 ‘슈퍼마켓의 비전을 착실히 이행한다’는 ‘야오코이즘’이라 할 수 있다. 견실함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도전에도 놀라운 추진력을 보여주는 야오코 성장의 비결을 파헤친다.
일본 슈퍼마켓 업계에서 우등생으로 통하는 야오코는 1890년 사이타마현 오가와마치의 한 채소가게에서 시작해 현재 168개점(2021년 1월 말 시점)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 많은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야오코가 업계에 미친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일본 슈퍼마켓 관계자들 중에는 상품정책이나 매장 만들기 등 야오코를 벤치마킹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야오코가 신규점을 오픈하면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시찰을 하러 몰려든다. 영향력은 동업계뿐 아니라 식품 제조업체나 도매업체까지 미친다. 야오코와 거래하면 다른 유통업체와 거래를 할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렇게 야오코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사의 강점은 어디에 있을까. 일본 SM 업계 전문가나 애널리스트에게 야오코의 강점은 무엇인지 물어보면 상품 제안력, 정보 발신력, 현장 직원들의 높은 작업 숙련도, 풍부한 조리식품 라인업 등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데 공통적으로 빠지지 않는 답변이 견실함이다.
야오코의 견실함은 동사의 재무제표만 봐도 분명히 알 수 있다. 매출 및 영업이익 모두 성장을 이어왔는데, 2020년 3월기 결산으로 SM 업계에서는 31기 연속 증수증익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도표 1 참고).
코로나19 특수까지 입어 중간 결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7%, 영업이익은 45.6%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도 놀라운 실적이 기대되므로 증수증익은 32기로 늘어날 것이다. 또한 총자산 경상이익률(ROA) 8.4%, 매출영업이익률 4.6%로 수익성을 나타내는 경영지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야오코가 우량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배경에는 이렇게 재무 안정성 및 건전성이 있다.
◇미래 성장을 위해 인프라에 투자
야오코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체인으로서의 개별점 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야오코는 1990년대부터 개별점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착실히 인프라를 정비했다. 2014년 6월 델리카 신선센터, 2017년 10월 쿠마가야 물류센터, 2020년 1월 마츠도 칠드센터를 개설하는 등 인프라 투자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인프라가 야오코의 실적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또한 신규 출점에도 열심인데 최근에는 해마다 6~7개점을 출점하고 있다. 2017년에는 2013년에 개점한 기반점 가와고에미나미후루야점을 대규모 리뉴얼한 후 새로운 기반점 모델로 세우는가 하면, 2020년 11월 도코로자와점을 차세대 기반점으로 발표하는 등 끊임없는 도전으로 기반점 모델을 진화시키고 있다.
‘체인으로서의’라는 단서가 붙지만 야오코는 ‘개별점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개별점 경영이라는 문구는 2001년 3월기를 초년도로 하는 3개년의 제3차 중기 결산계획에서 처음 등장했다. 야오코가 개별점 경영으로 전환한 이유는 상권 특성이나 소비자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해 지역 밀착형 점포로 거듭나고, 점포단에서 주체적으로 점포 만들기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오코의 상품 정책이나 매장 오퍼레이션, 가격 정책 대부분은 표준화돼 있다. 매입이나 판촉에 대한 대부분의 권한을 점포에 위임하는 타 업체들의 개별점 경영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야오코의 개별점 경영은 어디까지나 체인스토어를 기반에 두고 있다. 인프라 정비를 포함한 저비용 오퍼레이션을 위한 조직화와 개별점 경영을 병행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제안형 상품 정책(MD)도 야오코의 강점으로 일컬어진다. 야오코가 창업 초기부터 상세권으로 영위한 사이타마현은 현 내 횡단 도로가 적고 광역형 대형점이 성립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협소 상권 혹은 면적은 넓어도 인구가 적은 한정적인 소상권에서 야오코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전략은 상권 내 모든 객층의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 솔루션 MD다. ‘이 상품을 활용해 이러한 메뉴를 만들 수 있다’ 혹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식생활은 어떠한가’ 등 야오코의 제안형 MD는 고객 만족 및 매장 경쟁력을 높여 경쟁점과 차별화를 꾀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솔루션 제안이라는 발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식생활 제안형 슈퍼마켓’이라는 슬로건으로 바뀌어 현재 야오코를 대표하는 문구가 됐다.
이렇게 견실함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는 야오코 성장의 토대가 됐다. 이외에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강점들이 있으니 이를 소개하겠다.
〈야오코의 숨겨진 강점〉
① 출점 노하우
야오코의 경이로운 성장에는 시대의 조류도 한 몫했다. 2000년 6월 대규모소매점포법으로 바뀐 대규모 소매점입지법이 시행돼 소매업의 룰이 바뀌었다. 대점포 입지법이 시행된 2000년 기준으로 야오코의 점포 수는 56개점에 지나지 않아 수도권에서 점포를 전개하는 마루에츠, 이나게야, 카스미와 비교해 소형점이나 불채산 점포가 적었다.
또한 버블기에 사업을 다각화해 규모를 확대했던 대형 업체들과 달리 야오코는 선택과 집중으로 본업인 슈퍼마켓에 주력했다. 주로 교외에서 점포를 전개하는 야오코는 도심에서 영위하는 라이프코퍼레이션이나 사밋토와 비교해 입지개발 관점에서도 이점이 있다. 사이타마현을 중심으로 하는 야오코의 상세권은 인구밀도가 높고 부동산 물건을 확보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야오코의 출점전략은 정교하다. 이는 분명 동사의 강점 중 하나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야오코는 근린상권형 네이버후드쇼핑센터의 핵점포로 입점하는 경우가 많다. 2003년 3월에 개점한 가와코시미나미후루야점이 발단이 됐다. 동점이 입점한 쇼핑센터는 과거 야오코의 자회사였으나 당시에는 독립 법인이었던 P&D가 개발한 것이다. 그후 P&D가 사이타마현을 중심으로 쇼핑센터를 개발할 때마다 야오코의 쇼핑센터 내 출점도 잇달았다.
P&D를 비롯해 여타 디벨로퍼들이 개발한 쇼핑센터 내 테넌트로 출점하는 한편, 직접 쇼핑센터 개발에도 착수했다. 2012년 3월 ‘더마켓플레이스’라는 상호로 시작해 6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는 복수의 상업시설을 개발해 실적을 쌓고 있다.
10년간 신규 출점 기록을 살펴보면 2012년 3월기가 8개점, 2013년은 5개점이었는데, 2014년 10개점, 2015년 9개점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2016년부터는 4기 연속 6개점, 2020년은 5개점으로 출점 속도가 둔화됐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2021년은 4개점에 머물러있다(2021년 1월 말 기준). 2015년 3월기 이후 매년 타사가 개발한 상업시설에 출점했다. 야오코의 집객력이나 판매력이 디벨로퍼를 비롯한 상업시설 운영자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입점 제안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 출점을 가능케 하는 자금력
지난 10년간 타사의 퇴출 물건을 인수하는 출점 방식도 증가하고 있다. 내부를 리뉴얼해 개점하는 것인데, 이러한 일반적인 방법 외에 야오코가 즐겨 쓰는 출점 방식이 있다. 그것은 스크럽앤빌드(S&B)라 불리는 기법이다. 그중에는 디벨로퍼가 시공주인 물건도 있는데 비록 초기 투자비가 증가하지만 건물을 변경해 야오코의 콘셉트에 맞는 점포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출점지를 확보할 때도 풍부한 자금이 위력을 발휘한다. 2020년 8월에 시행된 치바현 마츠도시에 있는 한 병원부지의 활용사업자 공모에서 야오코는 차점 업체보다 2.3배 높은 가격을 제시해 동 물건을 취득했다. 향후 쇼핑센터를 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야오코는 출점지로 매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타사가 손대지 않는 부지도 취득할 수 있는 조직력과 거액의 투자도 회수할 수 있는 부동산 활용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② 가치 소구와 저비용 시스템 병행
유통업체들은 타 업체의 성공 사례를 피상적으로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야오코는 항상 야오코를 주어를 내걸며 스스로의 위상을 높여왔다. 또한 슈퍼마켓의 본분과 사명을 철저히 추구한다. 야오코는 1994년 이래 3년마다 중기 경영계획과 경영과제를 세운다(도표 1 참고).
예를 들어 1997~1999년 제2차 중기 경영계획에서는 디스카운트형 슈퍼마켓에 대응하기 위해 신선식품이나 즉석조리식품을 충실히 갖춘 라이프스타일 어소트먼트형 점포 만들기를 발 빠르게 시행했다. 2003~2005년 제4차 중기 경영계획에서는 그러한 상품력과 제안력을 더욱 진화시키기 위해 즉석조리식품 강화를 축으로 한 밀솔루션을 도입했다. 야오코의 강점은 라이프스타일 어소트먼트형이나 밀솔루션이라는 선진적인 전략을 일시적, 또는 부분적으로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다점포화를 전제로 하는 시스템으로 구축한다.
유통업계 플레이어는 상품이 좋으면 비싸도 괜찮다는 ‘가치 소구형’과 싸면 쌀수록 좋다는 ‘가격 소구형’으로 양분된다. 한편, 소비자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즉석 조리식품은 맛과 품질을 중시하지만, 요구르트나 음료처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식품은 가능하면 저렴한 것을 구입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야오코는 2000년대 초부터 라이프스타일 어소트먼트형이나 밀솔루션 제안으로 즉석 조리식품을 중심으로 매출을 늘리고 소비자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시스템 구축이나 레이버 콘트롤(인시관리)도 도입해 저비용 오퍼레이션을 실현했다. 이에 따라 가치 소구와 가격 소구가 균형 있게 양립해 고객들은 부가가치형 상품과 가격 소구형 상품을 원스톱 쇼핑할 수 있다.
@규모의 단점에 위축되지 않는 이유
신선식품을 다수 취급하는 슈퍼마켓은 사업규모를 확대할수록 이익률이 하락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소매업 다점포화를 위해서는 점포별 수익성을 담보하는 한편 점포 수 확대를 전제로 하는 오퍼레이션을 구축해야 한다. 오오제키, 이토요카도 등 최근 개별점 경영을 추구하는 소매기업이 늘고 있는데 점포별 수익성이 제각각이면 전점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한편, 야오코는 개별점 경영과 저비용 오퍼레이션을 위한 시스템화를 적절히 양립시켜 점포별 수익성을 고루 높이면서 사업규모도 착실히 확대하고 있다. 조리식품 강화 등 점포 오퍼레이션 비용이 증가하기 쉽고 점포 인력체제에 따라 제각각인 업태임에도 불구, 점포별 편차가 적고 하나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있다.
소매업은 저비용의 덫에 빠지기 쉽다. 비용 절감을 위해 파트타이머의 인시를 절감하면 그에 따라 매출이 하락하고 이익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높아져 결국 다시 고비용 구조가 된다. 그러나 야오코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작업 표준화 및 구조화에 임했다. 그 결과 매출 규모를 확대시키면서 효율성도 높여 충분한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 야오코에서는 조직화와 업무 효율화의 일환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카이젠(개선활동)’이라 불리는 생산성 향상 모델을 지속적으로 진화시켜 다점포화를 탄탄히 받쳐주고 있다.
@야오코에 사각은 없다?
지난 2월 야오코가 신규 회사 후코토(FOOCOT)를 설립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자본금은 4억 엔, 사업내용은 슈퍼마켓 사업이며 신업태라는 문구도 보인다. 2017년 이미 도시형 소형 포맷을 선보인 바 있는데, 별도 회사까지 설립하며 시도하는 신업태는 어떠한 점포일지 업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야오코는 2022년 3월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수인 9개점을 신규 출점하고(2021년 3월기는 6개점 출점), 대형점 리뉴얼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코로나 특수 중이었던 2020년 6월부터 객수 향상을 목적으로 EDLP 정책을 도입하는 등 기록 갱신을 향한 포석을 보다 탄탄히 굳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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