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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Inf〕미국 인플레 현황 및 업계 대응

Paul Ahn 2022. 10. 11. 13:31

〔Anti-Inf〕미국 인플레 현황 및 업계 대응

(retailing.co.kr)

 

◇사상 초유의 고물가 시대, PB와 염가로 고객 잡기 혈안

 

2022년 7월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과 물류난, 연준의 금리인상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국 유통업체들은 PB, 가격 할인, 물류 효율성 제고와 데이터 애널리틱스 등을 이용해 보다 더 깐깐해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전쟁 중이다.

 

미국은 현재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2022년 3월 8.5%, 2022년 5월까지 연간 인플레이션 비율은 8.6%를 기록했다. 지난 40년간 최고 수준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도 9%를 찍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 상승 등 직·간접적인 비용 인상 요소들이 산재해있는 상황이다. 맥킨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펄스(Consumer Pulse)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38%만이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 10월 44%에 비해 6%P 하락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다.

 

 

◇고물가로 PB 선호 추세

 

유유통업계도 차등적으로 가격 인상을 적용하는 상황이다. 가장 크게 오른 부분은 천연가스(23.8%)이며, 트럭·화물 배송(18.3%), 수선 등의 서비스(18.1%), 육류·생선·가금류 등(13.0%), 배송(11.14%)이 그 뒤를 따른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에 따르면 이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일반적인 미국 가정에서 같은 규모로 쇼핑을 했을 때 2021년 동기 대비 460달러(60만 원)를 더 써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업체들은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을까.

 

글로벌 리서치회사 던험비는 이와 관련해 20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고객을 재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은 유통업체들의 상황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고객층의 쇼핑 횟수 변화, 가격에 대한 민감도, 채널별 쇼핑행동 변화, 팬데믹으로 인한 쇼핑 충격으로 인한 쇼핑태도와 니즈 변화 등을 분석해 고물가 시대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고물가 시대에 적절한 고객 그룹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 핵심 카테고리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 외에도 기존 MD 점검을 통해 중복된 상품 수를 줄일 수 있는지 검토하고, 줄여도 매출에 큰 타격이 없고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선정해 재고를 줄이는 한편, 마진율이 NB보다 높은 PB를 확대하고 물류 대란에 대비하기 위해 물류 최적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소비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 폭발과 여행을 위한 저축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상품과 관련해서는 고물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PB 선호가 증가했다.

 

실제 미국 유통업계에서 PB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이 글로벌 경제위기(2008~2009년)였다. 그 전까지는 가격은 저렴해도 품질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로 PB를 구매해본 소비자들이 이후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계속 PB를 구입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종잇장처럼 줄어든 마진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NB보다 마진율이 높은 PB는 중요한 카테고리이므로 PB 강화 전략을 실시해오고 있다.

 

PB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면서 품질 향상뿐 아니라, 상품 패키징과 디자인 등의 요소를 고려한 멀티티어(multi-tier) PB 전략이 유통업체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그런 PB가 고물가 시대 중요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크로거 / 멀티티어 PB 포트폴리오 구사

 

미국 슈퍼마켓 1위 업체인 크로거의 2022년 1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7.1%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크로거의 CEO 로드니 맥멀린(Rodney McMullen)은 지난 어닝콜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구매하는 상품 개수를 줄이는 한편, NB보다 PB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2022년 들어 미국 S&P 500이 21.7% 하락한 것에 비해 크로거 주식은 11%나 상승했다.

 

 

크로거는 생필품 중심의 MD를 운영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소비자 트래픽을 유지했다. 또한 크로거가 가진 PB상품의 강점 덕분에 매출 수준을 유지 또는 상향 조정할 수 있었다. 특히 크로거의 PB 중심의 강력한 포트폴리오 즉, 멀티티어 PB 포트폴리오는 크로거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멀티티어 PB 전략은 ‘굿(Good)-베터(Better)-베스트(Best)’로 설명할 수 있는데, 같은 상품군·상품에 대해 한 개 이상 PB를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 대비 가치를 강조한 굿, 일반 NB와 가장 유사한 패키징과 성분으로 만들어진 베터, 유기농 및 천연 재료를 이용하고 가장 고급스러운 패키징을 자랑하는 베스트로 구성돼 있다.

 

최근 크로거의 PB는 고급화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천연·고급 재료로 만들어진 PB상품의 매출은 실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심플투르스(Simple Truth)의 일반 및 유기농 PB라인에서 창출되는 매출은 무려 30억 달러(3.9조 원, 2020년 회계년도 기준)에 이른다. 크로거는 2021년 1분기에만 253개의 새 PB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크로거는 데이터 애널리틱스로 보다 치밀한 재고관리를 시행해 기회로스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월마트 / 할인으로 축소된 수익, 원스톱 쇼핑으로 상쇄

 

월마트 경우는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생필품 & 패션 아이템의 새로운 수요를 잡기 위해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붙이는 형상이다. 우선 2022년 1분기에 진행된 할인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0%(2020~2021년 1분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EDLP(Every Day Low Price)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격 중심 정책을 펼쳐 온 월마트는 특히 고물가 시대에 경제적 압박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적 혜택을 제공, 매장 유입을 늘리고 있다.

 

또한 매장에 유입된 고객들이 월마트에서 원스톱 쇼핑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팬데믹 기간 동안 신체 접촉과 바이러스 노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쇼핑 횟수를 줄이는 한편, 원스톱 쇼핑이 강화된 세태를 겨냥한 것이다.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의류, 치아 미백제 등 팬데믹 동안 외출과 타인과의 접촉이 급속히 줄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였던 품목들의 매출이 회복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장 기본적인 생필품인 우유를 구입할 때도 갤런(gallon)에서 하프갤런(half-gallon)으로 사이즈를 줄이는 등 지출에 신중해진 소비자들을 겨냥해 가격적인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월마트 CEO 존 퍼너(John Furner)는 2021년 5월 어닝콜 때부터 가격 할인을 확대할 것을 시사하며 적어도 당분간은 가격 할인에 집중해 경쟁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류부터 가전까지 모든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월마트의 상품 포트폴리오, 게다가 최근 중요한 매출 상승 동인으로 부상한 광고 비즈니스와 마켓플레이스 성장 덕분에 고물가와 물류비용 인상 속에서도 추가적인 가격 할인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CNBC에 따르면 어닝콜에서 존 퍼너 또한 자신이 어시스턴트 바이어일 때 상사가 당일 오후까지 가격 할인으로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오라고 한 적이 있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 안되는 상황도 가능한 것이 유통업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즉, 마진율이 높은 상품군(육류, 신선식품, 베이커리)은 수익률이 다른 상품군보다 높은데, 그런 상품의 판매를 늘리면 다른 카테고리에서 할인을 하더라도 전체 수익률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타깃 / 임의 소비재 중심의 할인 집중

 

한편, 타깃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체이지만, 최근에는 타격을 받은 업체 중 하나가 됐다. 올해 6월 발표에서 수익성이 전년 동기 대비 52%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4월 기준, 타깃의 재고율은 2021년 동기 대비 43%나 높아졌다. 인플레이션과 물류비 상승으로 어려운 상황이 가중되면서 타깃은 월마트와 유사한 가격 할인으로 소비자 유입 효과를 노리는 중이다.

 

가격 할인으로 쌓여 있는 재고 중에서도 식품보다 임의 소비재(discretionary products) 중심의 할인에 집중한다. 또한 재고관리를 위해 기존 주문을 취소하거나, 물류비 상승을 고려해 공급망에서 이동거리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노드스트롬과 메이시스 / 하이엔드 백화점은 타격 적어

 

미국 백화점들은 지난 2020~2021년이 최악의 1년으로 기록될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다. 코로나19 전부터 심각해지던 오프라인의 위기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엔데믹 시대로 넘어가며 다행히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추세다. 물론 전반적인 비즈니스 악화에서는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하이엔드 백화점 중심으로 회복세가 두드러진 경향을 보였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암흑기로 고전했던 노드스트롬과 메이시스 등의 선전이 눈길을 끌었다. 두 백화점은 올해 1분기 어닝콜에서 괄목할 만한 회복세를 발표했다. 노드스트롬 경우 하이 프로파일 고객들이 다시 쇼핑을 늘리는 데 힘입어 매출이 회복되는 추세다. 그중 가장 회복세가 두드러진 부문은 패션이다. 노드스트롬의 CFO 앤브라만(Ann Bramman)은 이번 1분기 어닝콜에서 사회활동이 다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며 외출복과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이시스 경우, 고급 백화점 브랜드인 블루밍데일스의 매출이 2022년 1분기 28%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메이시스 그룹 전체 매출 상승분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발표했다. 이런 양상은 인플레이션과 물류난으로 비용이 상승해도 고소득층 소비에 미치는 여파가 월마트나 타깃 같은 생필품 중심의 유통업체보다 적기 때문이다. 즉, 럭셔리 상품군과 백화점 사업에는 타격이 적다는 것을 반증한다. 랄프로렌이나 캐나다구스 같은 고급 패션 브랜드들도 탄탄한 핵심 고객층, 그리고 그들에게서 창출되는 매출은 다행히 변동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달러제너럴 / 월마트보다 더 싸게, 1달러 상품 확대

 

초저가 유통업체의 대표격인 달러제너럴은 고물가 시대를 맞아 저가 상품과 PB상품 구색을 늘리는 한편, 1달러짜리 아이템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기름값이 갤런당 5달러를 넘어가면서 소비자들이 달러스토어에서도 충동구매를 줄이고 있고, 보다 적극적으로 가격적 혜택을 원하고 있어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 전역에 1만 9천여 개 매장을 운영, 월마트(5,500개점)보다 더 많은 매장을 보유해 지방에서는 월마트는 없어도 달러제너럴은 있는 곳이 많다. 소비자의 생활반경에서 노출되는 횟수가 많은 만큼, 월마트보다 더 낮은 가격과 달러스토어의 핵심 상품 카테고리인 1달러 상품을 확충해 고객들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